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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달리지 않아도 도착할 수 있는 '삶'

"세상에 '어느새' 되는 일은 있어도 '빨리' 해서 되는 일은 없다."

by 가치지기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종종 ‘빨리’라는 단어에 휘둘립니다. 빠른 결과, 빠른 변화, 빠른 성공을 원하며 조바심을 내지만, 정작 그런 것들은 우리 곁에 머물러 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시간을 쫓고, 마치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듯 생각하지만, 시간은 언제나 우리를 지나쳐 가고, 어느새 우리는 그 자리에 멈춰 서 있곤 합니다.


주위를 돌아보면, 빠른 속도를 좇느라 얼마나 나 자신을 다그쳤는지 깨닫게 됩니다. 한 번도 멈춰서 숨을 고르지 못한 채 목표만 바라보며 달려온 날들이 많았습니다. 끝없는 경쟁 속에서 더 앞서 나가려 애썼지만, 정작 내가 쫓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원하던 것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던 적이 많습니다.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며 불안해하고, 그 불안이 다시 나를 재촉하는 악순환 속에 갇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문득, 내가 바라던 것들이 예기치 않게 내 곁에 와 있는 순간을 경험합니다. 성취감, 사랑, 행복 같은 것들이 내가 애쓰지 않았던 순간에 찾아오곤 합니다. 그때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진정 필요한 것은 ‘빨리’가 아니라, 그 과정을 거치며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는 경험이라는 사실을. 결국 ‘빨리’가 아닌 ‘어느새’의 순간 속에 진정한 성취가 숨겨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인생에서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 보면,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길을 걸으며 느끼는 감정, 그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경험들이 우리의 삶을 만들어가고 진정한 의미를 부여합니다. 이제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나아가고자 합니다.


그렇게 쌓인 순간들이 나를 완성할 것입니다. 바쁘고 쫓기며 살아가던 우리가 어느 날 뒤돌아보며 미소 지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겠지요.


이제 한 해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남은 한 달은 한 해 동안 흘러간 시간 속에서 내가 얻은 순간들을 되돌아보고, 추억하며 감사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담담히 지나온 길을 정리하며 다가올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어느새 맞이하게 될 그 순간들 속에 진정한 나 자신과 만나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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