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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知性)의 가장 높은 곳

by 가치지기

지성(知性)의 가장 높은 곳



사업을 하더라도 단순히 돈을 목적으로 하기보다, 그보다 더 높은 가치를 푯대로 삼아 나아갈 때 더 큰 성공과 의미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들 합니다. 이는 사업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진리일지도 모릅니다.


어느 날, 욕심껏 빌려놓은 책 더미를 바라보며 문득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나는 왜 이 책들을 읽으려 하는가?’


단순하게 말하면, 책은 읽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는, 수많은 이들의 삶의 지혜가 담긴 책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요즘에는 책을 자주 읽는 이유로, 언젠가 자신도 책을 쓰기 위해서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들은 저작권 수입을 목표로 삼거나, 작가라는 멋진 타이틀을 꿈꾸며 독서를 시작합니다.


저 또한 그런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질문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이런 피상적인 목적만으로 과연 나에게 진정한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지 지식을 축적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습니다. 독서는 나를 돌아보고, 내면을 깊이 바라보며, 더 나은 나로 거듭나기 위한 분투의 과정입니다.


책 속에 나를 비추고, 나의 모습과 한계를 마주하며, 나아져야 할 이유를 찾아가는 일입니다. 경험, 배움, 독서, 대화—이 모든 것들이 차곡차곡 쌓이며 우리는 점차 지성(知性)을 갖춘 사람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지성의 가장 높은 곳은 단순히 많은 것을 알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활용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참된 지성은 삶의 깊이를 인식하고, 인간 존재의 본질을 직면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것은 결국 ‘앎’이 아니라, ‘마음’이며, ‘실천’입니다.


지식은 정보를 쌓는 것이고, 지성은 그 지식을 바르게 사용하는 힘입니다. 그러나 지성의 가장 높은 경지는 그 너머에 있습니다. 그것은 양심과 지혜, 그리고 자기 성찰을 통해 완성되어 갑니다.


사람은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목표가 아니라 배경입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무한함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매 순간에 충실하려는 마음과 지금 이 순간의 만족입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욕망은 끊임없이 완성을 향해 나아가지만, 이 세상에서 완전함은 실현 불가능한 이상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종종 이 불완전함을 외면한 채, 어떤 성취로 자신을 증명하려 합니다. 그러나 지성의 가장 높은 곳은, 오히려 이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신을 겸허히 마주하는 데 있습니다.


인간은 유리조각처럼 쉽게 부서질 수 있는 존재입니다. 빛을 받으면 찬란히 반짝이지만, 조금만 굴절되면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욕심은 그 유리조각을 더 날카롭게 만들어, 결국 자신과 타인을 상처 입히는 도구로 전락시키기도 합니다. 참된 지성은 이러한 본성을 자각하고, 스스로를 다스리는 힘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누구나 청춘의 시간을 지나 노년의 길목에 서게 됩니다. 아무리 찬란한 삶을 살아왔다 해도 결국에는 무력한 한 인간의 백체(白體)로 돌아갑니다. 그 순간, 세상의 높고 낮음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남는 것은 살아온 방식과 그 마음가짐뿐입니다.


그래서 지성의 가장 높은 곳은 겸손입니다. 겸손은 관용과 배려, 사랑으로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며, 내게 주어진 생각과 감정이 내 육체를 바르게 이끌어가도록 다스리는 것. 그것이 지성의 완성입니다. 그것은 거창한 철학이나 이론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바르게 살아내려는 ‘열심’으로 실현됩니다.


지성은 인간이 죽음을 향해 걷는 존재라는 사실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끌어안고, 하루하루를 더욱 충실히 살아가게 합니다. 그 과정에서 얻는 통찰과 자기 이해는 지성의 열매이며, 그것은 결국 타인을 향한 따뜻한 이해와 배려로 이어집니다.


지성의 끝자락에 닿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을 알아야 합니다. 나를 아는 것이야말로 타인을 품기 위한 첫걸음입니다. 그리고 타인을 안아줄 수 있어야 비로소 지성의 참된 자리에 닿을 수 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왜 살아가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진지한 여정 속에서 인간은 조금씩 지성의 빛에 닿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자신에게 말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잘 살았다.”


바로 그 순간, 우리는 지성(知性)의 가장 높은 곳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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