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품격

by 가치지기

수능시험 결과가 나오고 대학 입학 소식이 들려오는 요즘, 저는 수험생의 부모가 아님에도 괜스레 마음이 덩달아 조급해지고 안타까워지는 마음을 느낍니다.


합격 소식에 환하게 웃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 결과를 기다리며 밤잠을 설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그 기다림의 무게를 온전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 옆에 선 부모들의 마음은 더 무겁고 더 복잡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녀를 키우는 일은 부모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자녀 스스로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삶의 현실이며, 그 불완전함은 그 나이대의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탓’이라는 습성 앞에서 흔들립니다.


“나는 학생 때 안 그랬는데 너는 왜 이러니?”

“왜 이렇게 하니?”

“이게 그렇게 힘드니?”

이 말들은 부모의 솔직한 속내이지만, 때로는 자녀의 불안 위에 또 다른 짐을 얹는 말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잊고 지내는 사실이 있습니다.

자식은 곧 부모의 거울이라는 것입니다.


자녀의 자질을 탓하기 전에, 부모의 가르침이 온전했는지를 돌아보는 일은 어른에게 요구되는 깊은 성찰입니다.


아이가 불완전한 시기라면, 그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것이 부모의 품격입니다.


자녀 스스로도 답답해하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안아주는 일, 그 떨림에 함께 귀 기울여 주는 일이야말로 부모가 먼저 연습해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탐스러운 열매 뒤에는 꽃이 만개하기를 오래 기다려준 어른이 있습니다.


맹자는 “제대로 키움을 얻었다면 자라지 못할 것이 없고, 키움을 얻지 못하면 소멸하지 않는 것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좋은 열매는 좋은 기다림에서 나오며, 기다림은 사랑의 깊이를 측정하는 또 하나의 방식입니다.


우리는 때로 ‘물고기를 잡는 법’을 열심히 가르치려 합니다. 방법, 성적, 전략, 진로…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가르침이 있습니다.

바로 멀리 바다를 꿈꾸게 하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세상을 향한 희망을 품게 하고, 실패 속에서도 일어설 용기를 심어 주며, 앞으로 펼쳐질 인생의 바다를 스스로 항해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것이 참된 교육이며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의 품격은 아이의 성적이나 성취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의 불완전함을 품어내는 태도, 기다림의 깊이, 말 한마디 속에 담긴 지혜,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꿈꾸도록 도와주는 따뜻한 시선에서 드러납니다.


지금 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모든 학생과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의 걸음은 충분하고, 아이의 성장도 멈춘 것이 아닙니다.


결과는 잠시이고, 성장은 과정입니다.


꽃이 피려면 계절이 필요하듯, 아이의 삶에도 반드시 제시간이 옵니다.


오늘의 고민이 내일의 열매가 되기를,

오늘의 기다림이 아이 안에 깊은 뿌리가 되기를,


그리고 부모 된 우리의 품격이 아이의 꿈을 더 멀리, 더 넓게 이끌어 주기를 소망합니다.


아이의 눈에는 부모의 품격이 깃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