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마치 세상이 올해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기 전
잠시 멈춰 서서 돌아보라고
조용히 말을 거는 듯합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입원 소식,
예기치 못한 사고들…
평탄하기만을 바랐던 우리의 소망과는 달리
운명은 때때로 우리를 흔들어 놓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오늘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 그 끝에서 떠오르는 말은 무엇일까?
수없이 많은 말들 중,
한 생애를 다 통과하고도 끝내 남는 말은
어쩌면 단 두 마디—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이 두 단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정성을 다해 누군가를 대했다 해도
남는 건 이상하게도 아쉬움과 미안함입니다.
주머니 깊숙이 넣어둔 작은 후회들,
더 따뜻하게 건네지 못한 말들…
그 모든 조각들은
마지막 순간에 이르면 하나같이
‘미안하다’는 숨으로 되돌아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깊은 잠에 빠져들 듯
삶의 마지막 끝에서 떠오르는 단어는
아마도 사랑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세상의 모든 언어가 사라져도
마지막까지 꺼지지 않는
작고 단단한 불씨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죽음을 떠올리는 일이
익숙지 않아 늘 고개를 돌립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만이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온전히 살아냅니다.
그렇게 살다 보면
하루의 호흡마저 은혜가 되고,
곁에 있는 이의 존재가
기적처럼 느껴지며
삶은 어느새 감사로 채워집니다.
올해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기쁨과 슬픔,
그리고 가슴을 스쳐 지나간 운명의 바람들.
그 모든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온 우리에게
지금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은
아마 이것일 것입니다.
미안해…
내가 놓친 따뜻함 들,
다 주고도 늘 부족했던 마음들,
그리고 사랑한다 말하지 못한
모든 순간들에 대하여.
그리고,
사랑해…
여전히 내 곁에 있어줘서,
함께 이 계절을 건너와줘서.
연말의 찬 공기 위로
가슴속에 품어온 온기를
입김에 실어 살짝 불어봅니다.
함께 있어, 참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