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면(勤勉)

―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며, 부지런하라 ―

by 가치지기

“올해 나를 이끌어 갈 한 단어는 무엇일까?”

“어떤 태도로 새해를 살아가야 할까?”


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질문입니다.


목표를 세우기 전에, 선명하게 붙들 수 있는 단어 하나를 마음에 새기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제가 존경하는 다산 정약용 선생님께서 제자 황상의 질문에 답하며 남기신 가르침, 삼근계(三勤戒)가 떠올랐습니다.



착지내하 왈근(鑿之奈何 曰勤)

― “구멍을 뚫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부지런히 하면 된다”고 답하셨습니다.


소지내하 왈근(疎之奈何 曰勤)

― “막힌 것을 트이게 하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부지런히 하면 된다”고 답하셨습니다.


마지내하 왈근(磨之奈何 曰勤)

― “갈고닦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묻자, “부지런히 하면 된다”고 답하셨습니다.



인생을 돌아보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결국 삶의 결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시간을 대했던 태도는 쌓입니다.


시간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차곡차곡 저축하는 사람은, 어느 순간 스스로도 놀랄 만큼 성장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천부적인 재능은 선택받은 소수에게만 주어질지 모릅니다. 그러나 꾸준함과 성실함은 누구에게나 허락된 길입니다. 그리고 그 길을 끝까지 걷는 사람은 결국 재능을 넘어서는 지점에 이르게 됩니다.


어렸을 적 읽었던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문득 새롭게 다가옵니다. 그것은 빠름과 느림의 이야기가 아니라, 태도의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만과 방심은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만, 묵묵한 걸음은 결국 결승선에 이르게 합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멈추지 않는 힘, 그것이 바로 근면이 지닌 진짜 가치입니다.


근면은 단순히 열심히 일하는 성격을 뜻하지 않습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오늘 해내는 책임감이며,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도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신독(愼獨)의 태도입니다.


홀로 있을 때에도 자신의 행동과 마음가짐을 도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삼가고 경계하며, 뜻을 성실하게 가꾸고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자세입니다.


재능이 부족하다고 원망하는 대신 더 부지런해지기로 선택하는 선한 용기이며, 작은 반복을 하찮게 여기지 않는 겸손입니다.


그런 습관이 쌓일 때, 삶의 격은 자연스럽게 높아집니다.


2026년의 길은 시작부터 안개가 짙게 끼어 있습니다. 앞이 훤히 보이지 않기에 불안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알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안갯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걷다 보면 가장 선명하고 화창한 날을 마주하게 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오늘 한 걸음, 내일 또 한 걸음. 그렇게 부지런한 하루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안개는 옅어지고 내가 다다르고 싶었던 그 길이 분명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새해를 맞아 저는 다시 근면의 가르침 앞에 섭니다.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며, 부지런하라는 말 앞에서 삶의 속도를 낮추고 태도를 다잡습니다.


근면이라는 단어를 올해의 중심에 두고, 조용하지만 단단한 걸음으로 한 해를 살아가고자 합니다.


이 마음을 새해의 시작에서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새해에는 부지런히 읽고, 부지런히 쓰며, 부지런히 실천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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