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특별한 시간입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바쁘게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며 잠시 멈추어 서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빠른 결정을 요구하며 효율성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 속에서 우리는 깊이 있는 성찰과 감사의 순간을 놓치고 하루하루를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그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에서 인간의 사고를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첫째는 직관적이고 자동적인 ‘빠른 사고(Fast Thinking)’, 둘째는 신중하고 비판적인 ‘느린 사고(Slow Thinking)’입니다. 빠른 사고는 우리의 일상적인 직관력 있는 판단과 행동을 돕지만, 느린 사고는 삶의 본질적인 질문에 답하며 깊은 변화를 가져옵니다. "나는 올바로 살아가고 있는가?"와 같은 질문은 느린 사고를 통해 비로소 떠오르고, 우리의 내면을 돌아보는 계기가 됩니다.
12월은 느린 사고를 실천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입니다. 이 시점에 멈추어 서서 한 해 동안 우리에게 주어진 은혜와 축복을 묵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내가 받은 것들 중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루하루를 살아낼 수 있었던 것조차 우리의 노력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진 선물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형통을 나의 능력이라 착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손을 놓으시면 우리는 단숨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고, 모든 것이 하나님의 손길 안에 있었음을 깨닫는 것은 겸손과 감사의 시작입니다.
길을 걷다가 눈길을 사로잡는 한 송이 꽃을 본 적이 있나요? 느린 사고로 보면 그 한 송이 꽃을 보는 순간, 우리는 잠시 발길을 멈추게 되고 꽃의 아름다움에 눈을 떼지 못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에서도 멈추어 서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볼 때 비로소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쁜 일정 속에서는 보이지 않던 작고 소중한 축복들이 그제야 우리의 눈에 들어오게 됩니다. 가정, 친구, 건강, 그리고 일상의 소소한 기쁨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선물이었습니다.
감사는 믿음의 성장과 성숙한 삶으로 이어집니다. 오늘 내가 받은 은혜에 집중할 때, 우리의 마음에는 감사가 넘치기 시작합니다. 감사는 또 다른 은혜를 깨닫게 하고, 그 은혜는 더 깊은 감사로 이어지는 믿음의 선순환을 만듭니다. 성경의 가르침,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씀도 이러한 믿음의 선순환 속에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느린 사고로 우리의 삶을 바라보는 훈련을 시작해야 합니다. 하루의 마지막 순간에 잠시 멈추어 서서 묵상해 보세요. 그 시간 “오늘 나는 어떤 은혜를 받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하나님께 감사를 드려보는 것입니다. 이 작은 습관이 우리의 영혼을 풍요롭게 하고, 한 해를 온전히 마무리하는 비결이 될 것입니다. 그런 습관이 만들어지면서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와 찬양은 천천히 그러나 깊이 우리의 마음을 채우게 될 것입니다.
한 해의 마지막 달 12월은 단순히 또 다른 달의 끝이 아닙니다. 이는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고, 한 해 동안 주어진 축복과 은혜를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바쁘게 달려온 우리의 삶에 쉼표를 찍고, 느린 사고를 통해 하나님의 손길을 묵상합시다. 그분의 은혜는 작년에도, 올해에도, 그리고 내년에도 우리와 늘 함께할 것입니다.
한 해를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