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처마 아래
빈 양동이 하나 놓아둔다.
뚝, 뚝,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얕은 울림이 번져가고
고요 속에 스며든다.
차오르는 빗소리,
바닥에 퍼지는 무게감.
처음엔 가벼웠으나
어느덧 묵직하게
양동이의 속을 채운다.
넘치기 직전, 고요한 순간
그리하여 남은 것은
빗소리와 빈 곳의 충만함.
지혜란,
비 내리는 날 저 혼자 채워지는
양동이처럼,
자연스레 가득 차오르는 것.
그저 스스로 채워질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마음만 있으면 고요히 흘러 넘친다.
그리고 그 순간, 온전해진다.
바람도 비도 잠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