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by 가치지기

나를 찌르던 기억의 얼음 가시들,

뽑아내려 손을 뻗었지만

차가운 손끝에 닿은 가시는

더 깊이 몸속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차갑고 날카로운 그 아픔은

나의 숨을 멈추게 하고

마음마저 얼어붙게 했습니다.


그렇게 얼어 있던 시간 속에

내게 주어진 날이 끝을 향해 다가오고,

그때, 한 줄기 빛이 내게 비쳤습니다.


그 빛은

내가 받은 은혜를

하나하나 깨닫게 했습니다.


잊고 있었던

한 가지,

나는 이미 용서받은 자였습니다.

측량할 수 없는 은혜로

무한한 사랑 안에 거했던 나였습니다.


그 순간, 얼음 가시가

조용히 녹아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힘으로 뽑아낼 수 없던 그 고통,

주님의 온기 속에서

부드럽게 사라졌습니다.


미움은 빼내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은혜의 온기로

천천히 녹이는 것임을,

그제야 알았습니다.


남은 날이 짧음을 깨달은 지금,

내게 주어진 단 하루의 시간,

작은 걸음이라도 은혜의 길을

따라가려 합니다.


녹아내린 가시들이

맑은 물이 되어 흘러갈 때,

그 물이 또 다른 이를 적시고

생명을 품는 강이 될 것입니다.


오늘이 내게 남은 마지막 하루라도,

이 하루가 빛과 사랑의 통로가 되기를.

주님의 은혜 안에

겸손히 기도하며

걸어갑니다.



ai-generated-8968417_960_720.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랑의 씨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