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협화음 속에서 완성되는 인생"
아들이 요즘 기타에 관심을 가지며, 코드와 화음을 배우고 있습니다. 저마다 다른 음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화음의 세계를 보며 우리의 삶과 닮아 있음을 느낍니다. 아들이 기타 줄을 튕기며 누나와 화음에 대해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문득 우리 사회의 여러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분열과 대립 속에서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상황은 과거에도 늘 반복되어 왔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갈등과 대립은 단지 국가적 차원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도, 직장과 가족 안에서도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 소통이 단절되는 순간들을 경험하곤 합니다. 같은 현상을 보면서도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오고, 상식이라고 믿었던 것이 통하지 않을 때, 우리는 종종 좌절하거나 혼란에 빠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은 계속됩니다.
동양철학에서 ‘조화(調和)’는 삶의 본질로 여겨집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천지는 만물을 낳되 서로 다투지 않고, 물은 만물을 적시되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자연의 조화와 무위(無爲)의 삶을 강조합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 했습니다. 이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되, 화합을 통해 조화를 이루는 삶의 자세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철학적 사유는 우리가 서로 다른 차이를 존중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길을 비추는 등불과 같습니다.
화음은 각기 다른 높이와 성격을 가진 음들이 어우러져 만들어집니다. 아름다운 화음이 되려면 각 음이 제자리를 지키고, 다른 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5선지 위의 음표들은 단순한 기호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각각의 위치와 역할은 하나의 곡조를 완성하기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마치 이 세상의 모든 존재가 저마다 고유한 이유와 역할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음악 속에는 종종 불협화음이라 불리는 요소가 등장합니다. 불협화음은 일견 조화를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음악의 흐름을 더 풍부하게 만들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쇼팽이나 드뷔시와 같은 작곡가들은 불협화음을 통해 인간의 감정을 더욱 깊이 있게 표현했습니다. 이는 마치 삶에서 예상치 못한 갈등이나 어려움이 때로는 우리를 더 성장하게 하고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갈등과 조화를 "상즉상입(相卽相入)"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이는 서로 상반되는 것들이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음을 뜻합니다. 불협화음이 단지 갈등으로 끝나지 않고, 더 큰 화음을 향한 발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의 삶도 하나의 악보와 같습니다. 음표들이 서로 어우러져 곡조를 이루듯, 사람들도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하나의 공동체를 완성해 갑니다. 그러나 조화로운 삶을 이루기 위해서는 각자가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도 서로를 존중하고 포용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결국, 우리의 삶은 하나의 위대한 교향곡입니다. 그 안에는 때로는 아름다운 화음이, 때로는 불협화음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곡을 완성합니다. 불협화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포용하며, 새로운 화음을 창조해 가는 삶.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삶의 자세가 아닐까요?
조화는 단순히 같은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것들이 어울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데 있습니다. 삶의 불협화음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조화를 발견하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이라는 악보를 완성하는 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