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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공부, 초등 고학년에 해도 괜찮은 이유

앞서나가기 위함이 아닌 옳은 방향을 향해

by 은하수반짝
주말, 테라스의 바베큐

어제 저녁, 가족은 불멍을 하며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나와 남편은 입이라도 맞춘 듯, 그 시절로 돌아가면 공부를 더 열심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시절엔 대부분의 소박한 부모가 그랬듯 우리네 부모도 먹고 사는게 바빴고, 당연히 공부는 때 되면 지 알아서, 제 깜냥대로 하는 거였다. 그래서일까?

그 시절 우리는 공부하는 방법도 공부하는 이유도 제대로 몰랐고, 그냥 공부했다. 이 후 수능 성적에 맞춰 적당히 전공을 택해 대학에 갔다. 에너지가 넘치던 십 대 시절, 자신의 성장과 꿈을 위해 더 열심히 해볼 걸이란 아쉬움이 남았나보다.


이어서 6학년인 첫째 아이 다람이(예명)는 말했다.

" 수학 공부를 좀 더 일찍 시작할 걸..."

수학 공부를 이제야 본격적으로 시작한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에 수학 공부를 시작했더라면 좋았겠다는 말을 했다. 아이는 요즘들어 이 말을 자주한다. 벌써 선행으로 진도를 앞서 나간 아이들을 보면 조바심이 나나 보다. 이제 아이는 여름부터 중학교 1학년 진도를 나갈 참이다. 수학 공부하는 시간이 두세 배는 늘어나야 하는데, 이 상황을 잘 견뎌낼 수 있을지 집공부를 시키는 나도, 견뎌내야 하는 아이도 요즘 긴장이 된다.

늦게 피지만 여전히 생생한


하지만 나는 늦게 피는 꽃이 제대로 된 열매를 맺을 거라고 믿는다. 수학 선행 대신 '책 읽기'와 '언어로서 영어'에 공을 드리려 노력했다. 영어는 언어인지라 어린 시절부터 재미있고 자연스러운 습득이 중요하고, 또 가능하다. 대안학교를 보내며, 영어를 노래로 배웠고 아주 유창한 수준은 아니지만 영어책을 곧잘 읽는다. 영어를 입시로 배운 기성세대들은 읽을 순 있어도 말을 못하는 벙어리 영어에 한이 맺혀있다. 그래서 더 영어회화가 간절한가보다. 현재 아이의 문법과 리딩 실력은 물론 부족하다. 하지만 '재미있게 배운 영어'는 입시를 넘어 살아가는 실력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초중고 국어교육 책을 집필 중이에요

무엇보다 독서! 요즘 너무나도 중요한 문해력을 기르는 열쇠이다. 모든 공부에 기초 체력이 되고, 세상살이의 지혜와 깊이를 더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중요한 이 책읽기는 어린 시절이 아니면 지금의 입시제도에선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요즘 첫째 아이는 그림 그리기와 애니메이션에 빠져서 재밌는 책만 읽으려드는 경향이 있지만, 꾸준히 깊이있는 독서를 시키기 위해 유혹하는 중이다. 독서를 향한 믿음이 나를 이곳 농촌으로 끌어들였다. 학원을 좀 덜 보내고 생각하는 삶과 공부를 하기위해, 문제집을 좀 덜 풀리고 책을 읽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었다.


공부도 운동처럼 기초 체력이 중요하다. 지금 당장 남보다 빨리 달린다고, 앞서 간다고 이기는 것은 아니다. 인생이라는 기나긴 마라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멀리 내다보는 마음이다. 본질을 잃지 않으면, 언젠가 때가 차면, 내 아이에게 가장 알맞은 모습의 꽃이 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것이 꼭 명문대가 아니어도 된다. 아이가 원하는 길이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즐겁게 나눠주는 삶을 살면 그것으로 만족이다.(하지만 이왕 대학도 잘 가면 좋다 ㅎㅎ)


"다람아, 사람이 힘을 낼 수 있는 기간은 한정돼 있어. 어린 시절부터 공부를 향해 너무 달리면, 금방 지칠 수 있지."

"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가장 빠른 때인거 알지?"


이렇게 뻔한 말로 아이를 다독였다. 하지만 이런 부모의 뜻을 아이가 지금 다 알리는 없다. 나중에 시간이 좀 더 흘러 어른이 되면 조금이라도 알게 되겠지.


이제 중학교 수학 공부를 시작하면 문제 푸는 시간을 두세 배는 늘려야한다. 책상에 앉아 오랜 시간 문제를 푸는 아이의 모습이 안타까워 벌써부터 마음이 아린다. 하지만 성인이 돼사 취업을 못해 절망에 빠진 아이를 보는 게 더 가슴 아프다는 선배맘의 이야기를 새기며 버티려 한다. 휴우, 이놈의 지독한 입시 전쟁, 내 아이는 아직 본격적인 시작도 안 했는데도 가슴이 답답하다.


이젠 영어와 수학뿐 아니라 국어와 과학도 선행으로 돌린다던데... 꿈꿀 시간도 없이 학원과 문제집에 파묻혀 사는 우리 아이들, 제자들의 지친 얼굴이 무척 안타깝다. 부모들의 한숨과 불안도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앞서 가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옳은 길을 향해 가기 위한 공부'를 해야하는데, 공교육이 살아나길, 지금은 희미해도 분명히 다가올 미래를 위해, 오늘도 새벽 등산을 간다.

새벽 등산, 옳은 길을 향한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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