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운전은 힘들다. 남부를 제외한 미국 전역을 휩쓸다시피 한 한파와 폭풍의 여파는 컸다. 캐나다 국경 인근인 버몬트에서 유타로 가는 경로도 예외는 아니다.
눈이 그쳐도 도로에 뿌려둔 소금 때문에 거의 1분마다 한 번씩 윈드실드를 닦아야 한다. 얼마 전에 한 통 넣은 워셔액이 금방 동났다. 워셔액 두 통을 미리 준비해 두길 다행이다. 램프로 빠져나가 갓길에 세우고 워셔액을 보충했다. 두 통이 들어간다. 이런 상황이면 며칠 못 간다. 겨울철에 워셔액을 가장 많이 쓴다.
이틀간 신경을 곤두세워 운전했더니 저녁이면 두통에 치통까지 왔다. 어제는 쓰러지듯 누워 내리 12시간을 잤다. 회복에는 잠이 보약이다.
인디애나를 지나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길에는 서행이 답이다. 이런 길에서도 70마일 이상으로 달리는 트럭이 간혹 보인다. 지난날의 나를 보는 듯하다. 그땐 겁 없이 달렸지. 일 년 전 빙판길 사고 이후로 트라우마가 생길 뻔했다.
크루즈컨트롤을 사용하지 않으면 운전이 훨씬 힘들다. 그런데 겨울철 빙판길에서는 크루즈가 독이다. 내 트럭은 날씨가 추워지고 눈이 조금이라도 내리면 크루즈컨트롤이 고장난다. 그러다 날씨가 괜찮아지면 멀쩡해진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게 틀림없다.
도로 사정이 나쁘니 평소만큼 주행거리가 안 나온다. 40마일대로 달린 구간도 많다. 월요일에 도착할 계획이었는데 화요일까지 걸릴 수도 있겠다. 무리할 필요는 없다. 월요일과 화요일 중 아무 때라도 배달하면 된다.
일리노이에 들어서니 사고 차량이 간혹 보이다가 아이오와에 들어서니 난리도 아니다. 갓길에 떨어진 승용차와 트럭을 세다가 말았다. 어제도 많이 토잉했을 것인데도 이렇게 많다니. 페이스북 프라임 그룹에서 보니 100대도 넘게 봤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작년에 당해봐서 그 상황을 잘 안다. 방심하다 한순간 손도 못 쓰고 미끄러진다.
사고 난 트럭을 보니 이름 있는 회사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은 잘 모르는 회사다. 작은 회사나 개인 트럭이라는 뜻이다. 속도제한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수치가 높다. 그런 트럭은 평소에도 빨리 달린다. 대형 회사의 트럭은 사고가 덜 났는지, 아니면 처리가 빨라 이미 토잉을 마친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안전이 제일이다. 겨울철에는 밤운전을 피하기 어렵다. 노면 상태가 시야로 확인 안 될 때는 평소보다 천천히 달려야 한다. 커브를 돌 때는 속도를 더 줄여야 한다. 언제든 그곳에 블랙아이스가 있을 수 있다고 가정하고 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