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시국에 세상을 유지하는 사람들

3월 20일

by Hermit Trucker

Princeton, IL


매일 조금씩 서쪽으로 간다.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일리노이 그리고 내일은 사우스다코타.


어제 내가 실었던 화물은 엔진 오일이었다. 내일 운반할 화물은 쇠고기다.


도로만 한산한 게 아니라 트럭스탑에 주차한 트럭 대수도 줄었다. 플렛베드는 눈에 띄게 줄었다.


트럭스탑의 드라이버 라운지는 폐쇄됐다. 식당도 문을 닫았다. 피자나 햄버거 같은 음식도 직원만 손댈 수 있다. 커피도 머그컵은 사용하지 말고 일회용컵을 사용하도록 했다. TA에서 피자를 시켰더니 직원은 세정제로 손을 닦은 후 라텍스 장갑을 꼈다. 그리고 피자를 담아 내게 주었다. 라텍스 장갑은 쓰레기통에 버렸다. 3달러짜리 피자 한 조각 먹는데도 이토록 번거롭다. 요령 부리지 않고 지침대로 한다. 적어도 여기서 바이러스가 전파될 염려는 없어 보인다.


자판기만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는 건물을 폐쇄하지 않아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었다. 정수기에서 식수도 보충할 수 있었다.


식당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 외에는 큰 불편은 없다.


트럭 운행 시간 규정도 느슨해졌다. 배달을 위해 근무 시간을 넘기는 것도 허용된다. 국가 비상사태니까 물자의 빠른 운송이 중요하다.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더라도 먹고 마실 것은 온라인 전송이 안 된다. 사람의 손으로 원재료를 생산하고, 가공하고, 운반하고, 팔아야 한다. 온라인에서 클릭 한 번으로 주문하고 집에서 받는 물건은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의 노동 결과다.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인해 세상은 여전히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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