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3일
Oakwood, IL
네브래스카에서 오하이오로 가는 길이다. 사우스다코타에서는 약 20시간을 기다려 짐을 내렸다. 약속 시각 3시간 이후부터는 15분에 15달러, 그러니까 1시간에 60달러를 준다고 하는데 최대 금액은 560달러라고 했다. 그 돈을 내가 모두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대박이다. 종일 운전해도 300달러 받기 어렵다. 앉아서 쉬고 560달러를 벌다니. 그동안 내가 받은 가장 큰 액수는 약 300달러였던 것 같다. 다음 주 급여 명세서를 보면 알겠지. Detention Pay를 발송처에서 준다는 것인지, 배달처에서 준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후진이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좁은 트럭스탑에서 두 트럭 사이로 넣기는 어렵다. 가능하면 두 칸이 빈 곳을 선택한다.
요즘 돈 공부에 빠졌다. 평생 관심 없었던 분야다. 나는 어릴 적부터 돈을 경원시했다. 돈이 사람을 타락시킨다고 생각했다. 재산 증식에도 관심 없었다. 30대 초반에 부모님이 내게 영등포에 아파트가 나왔으니 사주겠다고 하셨다. 당시 가격이 1억이 좀 넘었다. 나는 싫다고 했다. 당시 부모님은 대구에서 허름한 아파트에 사셨다. 나는 영등포같이 후진 동네에서 아파트 가격이 1억이 넘다니 어이없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그 결과 우리 삼 형제 중에서 자기 집이 없는 사람은 나뿐이다. 그때 결정을 후회하느냐? 전혀 아니다. 만약 내가 그 아파트를 받았다면 평생 거기 묶였을 것 같다.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기 때문에 훌훌 털고 미국에 올 수 있었다.
그랬던 내가 최근 생각이 바뀌었다. 나는 살면서 많은 스승을 뒀다. 내 경제 선생은 존리 대표다. 그와 일면식은 없지만, 그의 책과 유튜브 강의를 듣고 주식 투자에 대한 생각을 고쳤다. 한국에서 잠깐 주식을 한 적은 있다. 삼보컴퓨터에서 괜찮은 노트북을 출시했길래 제품도 사고 주식도 조금 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식 가격이 급락했다. 반 토막 아래로 떨어졌을 때 손절매했다. 곧 회사는 도산하고 주식은 휴지가 됐다. 반이라도 건졌으니 다행이었다. 남은 돈을 한 바이오 업체에 넣었다. 금방 손실금을 보전했다. 그리고는 조금 벌었다가 잃었다가를 반복했다. 몇 달 하다가 주식은 내가 할 일이 아니다 싶어 그만뒀다.
존리 대표의 강의를 듣고 지금 생각하니 나는 주식투자가 아니라 주식투기를 했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게 주식투자라 생각했다.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하는데 신이 아닌 이상 그 시기를 알기는 불가능하다. 운이 좋아 한두 번 벌 수는 있어도 결국은 잃기 마련이다.
장거리 트럭 운전의 장점은 종일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택시 운전할 때도 팟캐스트를 자주 들었지만, 손님이 타면 꺼야 했다. 트럭에서야 종일 혼자니 마음껏 듣고 싶은 강의를 듣는다. 주로 유튜브를 이용하는데 운전 중에는 화면은 끄고 소리만 듣는다.
금융 분야는 내게는 생소한 분야라 어렵고도 흥미롭다. 일찍 알고 시작했더라면 지금쯤 한 재산 모았을 텐데 싶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통장을 네 개를 만들어 두 개는 우리 부부가 쓰고 두 개는 아이들이 독립할 시기에 선물로 줄 생각이다. 각 통장은 5년, 10년, 15년, 20년 후를 바라보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고 한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ETF다. 워런 버핏도 자기가 죽으면 자산의 90%를 ETF에 투자하라고 유언했단다. 개별 종목은 잘 꼽으면 크게 벌 수도 있지만, 잘못 잡으면 망할 수도 있다. 여러 종목을 묶은 ETF는 위험분산이 잘 돼 있다. 요즘같이 전체 하락장에서는 손실을 입지만 대세 상승장에서는 지수를 따라 가격이 오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주식은 장기적으로 상승하리라는 믿음에서 투자한다. 예금금리가 낮으니 저축으로는 물가상승률도 못 따라간다. 연 10% 이상 성장한다고 가정할 때 복리 효과로 수십 년 후에는 몇 배 불어나리라 기대한다.
형편 되는대로 수입의 10%를 저축하듯 조금씩 주식을 사는데 쓸 생각이다. 투자금의 90%는 5년 이상 장기투자로 가고, 10%는 공부 삼아 달이나 분기에 한 번 매매해볼까 한다.
미국 주식은 거의 9년을 혼자 상승했다. 버블이 끼었다. 그러다 근래 천천히 떨어지다 코로나 사태로 급락 중이다. 3년 전 가격으로 내려갔다. 그러니 지금 내가 들어가면 3년을 버는 셈이다. 연일 하락이니 바닥이 멀었을 수도 있고, 바닥에 도착하고서도 상승하지 못하고 옆으로 계속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언젠가는 회복할 것이다. 조금씩 사 모을 것이니 상관없다. 가격이 낮으면 낮은 대로 싸게 사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