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31일) 스프링필드 30마일을 남긴 시점에서 재선 형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예정보다 하루 일찍 본사에 도착해 TWIC 카드를 신청했단다.
스프링필드 프라임 본사는 모든 출입자의 체온을 검사했다. 꼭 필요한 경우 아니면 본사 출입을 자제하라는 권고가 있었기에 평소보다 한산했다. 디스패처를 비롯한 사무직 직원은 다수가 재택근무 중이다. 내가 가져온 트레일러는 인바운드에서 검사하더니 타이어 2개를 교체했다.
트레일러 야드도 빈 곳이 많아 쉽게 주차했다. 트레일러를 내려놓고 구내식당에 가서 재선 형님을 만났다. 식당은 평소보다 사람이 적었지만, 정상 영업을 했다. 놀랍게도 테이블에 앉아 먹을 수도 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이후로 식당에 앉아 음식을 먹기는 처음이다.
회사에서는 재선 형님에게 캠퍼스인에 방을 잡아 주었다. 나도 함께 셔틀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했다. 2인용 침대가 두 개 있어 나는 거기서 하루 자기로 했다.
월마트에서 맥주와 안주를 사서 방에서 마셨다. 자정이 가깝도록 대화를 나눴다. 재선 형님은 내일 오전 7시부터 교육이다.
호텔 침대에서 잤는데도 트럭보다 그리 편치 않았다. 트럭에서 자는 게 익숙해진 모양이다.
아침에 일어나 재선 형님은 교육을 받으러 갔고, 나는 셔틀 버스로 본사에 돌아왔다. 빨래 넣고 아점을 먹는 동안 석세스 리징에서 전화가 왔다. 내 트럭이 준비됐으니 열쇠를 받아가란다. 식사를 마치고 빨래를 건조기에 넣은 후 샤워하고 사무실로 갔다. 어떤 트럭을 받을까?
890095 번호만 보고도 대략 알 수 있었다. 첫 숫자 8은 인터네셔널 트럭에 붙는 번호다. 6은 프레이트라이너, 7은 피터빌트다. 두 번째 숫자 9는 2019년식이라는 뜻이다. 뒷자리 95는 일련번호다. 프라임이 구입한 2019년 인터네셔널 트럭 중 95번째라는 뜻이다. 새 트럭을 기대하지 않았기에 상관없다.
트럭 검사 용지도 받았다. 검사지의 항목을 하나하나 점검해 표시한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트랙터샵에서 고치게 되어 있다. 항목이 많아 제법 시간이 걸린다.
트럭은 쉽게 찾았다. 노란색이라 눈에 띄었다. 옐로캡을 5년간 운전했는데 드디어 옐로트럭까지 모는구나. 노란색은 내가 좋아하는 색이다. 그래 네 이름은 이제부터 옐로다. (너무 성의 없나?) 어쩐 일인지 옐로의 외부는 지저분했다. 실내는 깨끗이 청소돼 있었다. 전에 타던 사람이 세차를 안 하고 반납한 모양이었다. 트레일러 연결해서 나갈 때 세차하고 가야겠다.
트럭을 검사할 틈도 없이 재선 형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시뮬레이터 운전 시험에서 떨어져 연습장에서 실제 트럭으로 주차 시험을 봐야 한단다. 시뮬레이터로 후진 주차하기가 실제 트럭보다 어렵다. 나는 연습장으로 갔다. 흑인 여성 한 명과 재선 형님이 시험을 보기 위해 왔다.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아 잠깐 볼일을 보고 온 사이에 재선 형님은 시험을 보고 있었다. 결과는 낙방이었다. CDL 시험도 아니고 평가 시험은 웬만하면 붙여 주는데 재선 형님은 후진에 전혀 감을 못 잡은 상태였다. 시험관은 후진 연습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나더러 연습을 시켜서 오늘 오후나 내일 재시험을 보라고 했다. 재선 형님은 낙심했다.
졸지에 나는 팔자에 없는 트레이너 역할을 맡았다. 나는 트레이너 자격증도 없는데. 연습용 트럭을 빌려 훈련에 들어갔다. 실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알리닥 후진의 공식을 가르쳤다. 예전에 네이슨이 나를 가르치던 기억이 났다. 지금은 내가 네이슨 역할이다. 오늘은 기온도 적당하고 화창하다. 그때 네이슨은 밖에서 몇 시간을 비를 맞으며 나를 교육했다.
재선 형님은 프라임에서 CDL을 딴 게 아니다. 뉴욕에서 학원에 다녔는데 교육도 시험도 설렁설렁 넘어갔단다. 그러니 제대로 후진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 TNT 기간 중에라도 후진을 익혔으면 좋으련만 트레이너는 운전만 실컷 부려먹었다.
서너 시간을 연습하니 겨우 시험 통과는 가능할 정도가 됐다. 이미 시간이 늦어 시험관은 퇴근했고 내일 시험을 봐야 한다. 재선 형님은 이렇게 오래 연습한 적이 처음이란다. 길어야 3~4분 정도 했단다. 그러니 자신이 없는 게 당연하다. 나 역시도 수련 마칠 때까지 후진에 자신이 없었다. 내가 겪어봤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안다. 결론은 반복적인 연습이다. 백번 천번 후진하다 보면 감이 생긴다. 자전거 타기와 비슷하다. 머리로 이해해도 잘 안 된다. 더구나 지금은 머리로 이해도 안 되는 시기다. 반대로 하기 십상이다.
재선 형님은 호텔로 돌아갔고, 나는 트럭을 점검했다. 별문제는 없었다. 일명 크락션이라고 하는 시티혼이 작동하지 않았다. 트랙터샵에 맡기고 왔더니 금방 전화가 왔다. 고장이 아니고 조금 세게 눌러야 한단다. 가서 확인하니 과연 그랬다. 이제 이 트럭은 내가 탈 준비가 됐다.
남은 일은 유타에서 냉장고와 짐을 옮기기다. 냉장고 설치는 내가 직접 못 하고 디테일샵에 맡겨야 한다. 내일 아침에 가봐야 하는데 일이 안 밀려 있으면 좋겠다. 트럭에서 짐을 꺼내면 한 살림이다. 이것만도 몇 시간 일거리다. 수납공간이 더 넓은 트럭이니 문제는 없겠으나 앞으로 재선 형님 살림도 실으려면 공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우선은 침구만 가지고 옐로로 옮겼다. 출발 전에 벙크 히터나 APU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이하게도 캐리어 APU가 달렸다. 2017년식 중고다. 소음과 진동이 장난 아니다. 리퍼보다 더 시끄럽다. APU는 릭마스터와 서모킹을 써봤는데 서모킹이 가장 난 것 같다.
전에 인터네셔널 트럭을 운전했지만 옐로는 신형 모델이라 계기판 조작법도 추가로 익혀야 한다. 두꺼운 설명서를 내일 훑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