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어제(2일) 아침부터 트럭을 빌려 연습했다. 재선 형님은 제대로 들어오다가도 앞으로 움직여 다시 후진하여 망치기를 반복했다.
“잘 들어오다가 왜 앞으로 움직이셨어요?”
“아니, 저쪽으로 많이 간 것 같아서.”
재선 형님은 아직 감이 없어서 눈으로 보는 각도와 실제가 다르다. 잘못 들어갔더라도 오차를 수정하면 되는데 자꾸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돌렸다. 나도 배울 때 그랬다. 네이슨이 지시가 이해되지 않았다. 저쪽으로 돌려야 하는 것 아닌가? 머리와 현실이 따로 놀았다.
공식대로만 하라고 했다. 일단 테스트는 통과하고 봐야 하니까. CDL 응시생들의 순서가 끝나기를 기다려 드디어 재선 형님의 차례가 왔다. 문제없겠지. 아뿔싸, 재선 형님은 이번에도 잘 들어오다가 앞으로 움직였다. 꺾는 위치가 달라지니 후진 각도도 틀어져 제 코스를 벗어났다.
몇 번의 기회를 줬지만 마찬가지였다. 시험관은 교관 모드로 태도를 바꿔 재선 형님에게 후진 강습을 했다. 이러면 통과는 글렀다. 시험관은 내게 오더니 이대로는 업그레이드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내가 트레이너인 줄 아는 모양이다. 나는 트레이너가 아니라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너는 잠을 못 잘 것이다. 매번 깨어야 할 테니.”
우리는 운전 연습장의 책임자인 스티브 영감님과 얘기를 해보기로 했다. 결론은 현 상태로는 에이스 시트 업그레이드를 추천할 수 없으니, 나와 트립을 다니며 연습을 더 해서 2주에서 4주 뒤에 다시 시험을 보는 것으로 났다. 나는 트레이너도 아닌데 TNT 과정의 재선 형님과 다니며 훈련을 시켜야 한다. 졸지에 무자격 트레이너가 됐다.
낙심한 재선 형님은 숙소로 돌아가고 나는 트럭 준비 작업을 했다. 유타에서 옐로로 짐을 옮겼다. 필요한 장비와 쓸 수 있는 소모품도 챙겼다.
저녁에는 디테일샵에 가서 냉장고를 옮겨 설치했다. 스노체인은 혼자 힘으로 도저히 들 수 없었다. 재선 형님이 오기를 기다려 함께 옮겼다.
유타를 정리한 후 시동 열쇠를 트랙터샵에 반납했다. 와셔액도 두 통 받았다. 한 통은 탱크에 채우고 한 통은 보관했다. 이제 옐로는 출발 준비가 됐다. 드라이브 라인에 가서 화물을 달라고 하니 미시건으로 가는 것 하나뿐이란다. 솔로에게는 타이트하고 팀에게는 널널한 일정이었다. 일단은 움직여야 하니 그거라도 달라고 했다.
디테일샵으로 다시 가서 2층 침대에 깔 매트리스를 받았다. 슬리퍼 공간은 높아서 1층과 2층 모두 허리를 펴고 앉을 수 있었다. 예전 네이슨의 피터빌트는 1층과 2층 모두 허리를 펼 수 없어 불편했다.
재선 형님과 식당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트레일러를 찾아 연결했다. 와쉬 베이에 가서 트럭을 세차했다. 유타의 첫 트립이니 깨끗하게 나서야지. 터미널을 찾는 트럭이 줄어서인지 세차 직원은 엔진룸까지 신경 써서 닦았다.
심야의 출발. 첫 운전은 내가 했다. 옐로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승차감이 좋았다. 승용차처럼 부드럽게 변속했다. 언덕길에서 파워는 조금 부족한 듯했다. 컴퍼니 트럭이라 최고 속도는 62마일로 제한됐다. 유타와 달리 옐로는 와이퍼 작동 상태에서도 크루즈 컨트롤이 가능했다. 이것만 해도 어디냐.
러브스 트럭스탑에 들러 타이어 패스로 트럭 타이어의 공기압을 맞췄다. 타이어마다 제각각인 데다 스티어링 타이어의 공기압이 드라이브 타이어보다 낮았다. 조향 타이어는 110psi, 구동 타이어는 100psi가 권장치다.
낮에 잠을 못 잤기 때문에 새벽 4시가 가까워지자 피곤하고 졸렸다. 휴게소에 들어가 자고 가기로 했다.
아침에 깨니 재선 형님이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조금 더 자기로 했다. 재선 형님은 주행에는 무리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재선 형님이 "아이고! 이런" 탄식을 질렀다. "이거 큰일 났네." 한번이 아니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뭔가 낭패를 본 모양이다. 뭘까 싶어 일어났다. 운전석 창문이 내려진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졸려서 잠을 깨려고 창문을 내렸는데 다시 올리려니 스위치가 말을 안 들었다고 했다.
인터넷으로 수리 가능한 곳을 찾아봤다. TA 트럭 정비샵은 50마일을 더 가야 하고, 30마일 떨어진 세인트루이스에 인터네셔널 트럭 대리점을 겸한 트럭 수리점이 있다. 일단은 트럭을 세워서 문제를 파악해보기로 했다. 고속도로 램프에 주차를 시도했으나 갓길이 좁아 적당하지 않았다. 가까운 파일럿 트럭스탑으로 갔다.
트럭스탑에 도착해 점검하다 보니 창문 스위치가 다시 작동했다. 천만다행이다. 오른쪽 헤드라이트가 나간 것도 발견했다. 어젯밤에 운전하며 왼쪽만 밝아서 오른쪽 라이트가 나갔으리라 생각했다. 어제 출발 전에 발견했어야 했는데 내 불찰이다. 유타에서 챙긴 예비 전구로 재선 형님이 교체했다. 제대로 신고식을 치렀다. 내가 재선 형님을 가르치는 처지지만, 의논할 사람이 있으니 조금은 든든하다.
나는 조수석에서 트럭 사용설명서를 일독했다. 필요한 내용은 거의 다 파악했다. 트럭 조수석에 앉아 본지가 21개월 만이다. 달리는 트럭에서 침대에 누우니 잠이 안 왔다. 오랜만이라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 눈을 감고 누워만 있어도 어느 정도 피로 회복은 된다.
미시간주에 들어서 내가 운전을 이어받았다. 중간 주유지점인 홀랜드 러브스 트럭스탑에서 주유하고 주차했다. 자정까지 쉬고 출발하기로 했다. 재선 형님은 피곤했는지 곧장 침대로 올라가 쓰러졌다.
나는 샤워하러 갔다. 앞으로는 두 명이니 샤워 포인트도 잘 챙겨야 한다. 당장은 최근 프라임과 제휴를 맺은 러브스 트럭스탑에서 최고 등급인 다이아몬드 상태로 무제한 샤워가 가능하다. 당분간은 러브스를 자주 이용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