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
옐로를 타고 여행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까지 오면서 본 세상은 순간 멈춤 상태다. 로키산맥을 넘으며 본 휴양시설은 텅 빈 세트장 같았다. SF 영화에서 시간이 정지된 채 주인공만 움직이는 상황 같다. 모두 집에만 있는데 나는 구애 받지 않고 계속 움직인다.
언론 보도만 보면 세상이 반쯤 망하고 길에는 시체가 나뒹구는 것처럼 느껴진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스치기만 해도 피를 토하고 죽을 것 같다. 병원 같은 방역 최전선에서는 그게 사실에 가깝게 느껴지리라. 집에 반강제로 유배된 대다수 시민은 언론과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세상 소식을 듣는다. 언론은 과장하거나 극단적으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다. 적어도 내가 접한 세상은 평상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길에 다니는 차량만 줄었을 뿐이다. 미디어에서 보는 세상이 실제는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한다. 식당을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 정도가 고작이다. 내가 다닌 곳에서 마스크를 쓰는 사람은 극소수다. 대부분은 그냥 다닌다. 조심은 하지만 위기감은 없다.
나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별로 개의치 않는다. 감염되더라도 이겨낼 자신이 있고, 설령 그렇지 못해 죽는다 한들 무슨 대수겠는가. 재선 형님은 나와 다르다. 트럭 밖에 잠깐이라도 다녀오면 세정제로 손을 닦는다. 바이러스에 노출될까 염려한다. 어쩌면 코로나바이러스를 나도 모르게 이미 접했을 수도 있다. 만약 그랬다면 내 몸에 들어오기 무섭게 면역 기능이 바이러스를 무력화했을 것이다. 재선 형님은 요 며칠 맛도 느끼지 못하고 앓았다. 단순 몸살인지 코로나바이러스 증상인지 모를 일이다. 아무튼, 지금은 회복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되고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상태로 끝난 사람이 많을 것이다. 평소 건강이 관건이라 생각한다. 무슨 소리야 젊은 사람도 죽었다고 하겠지만, 젊다고 다 건강한 건 아니다.
달리는 차에서 잠도 익숙해졌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그리고 항상 달리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트럭을 세우고 둘 다 잔다.
로키산맥을 넘어올 때 재선 형님은 소풍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나는 천천히 운전하며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다. 늘 바삐 움직이던 무하마드와 대조적이었으리라. 그러나 무하마드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지는 못한 것 같다. 트럭 운전 실무 지식 중에 모르는 부분이 많았다.
재선 형님의 운전은 좋은 편이다. 과속도 하지 않고, 내리막에서도 속도를 적절히 제어한다. 기회 있을 때 재선 형님과 후진 연습을 몇 번 했다. 기본기가 약하다는 것을 느꼈다. 후진의 기본은 직선 후진이다. 직선으로 후진하지 못하면 다른 건 다 소용없다. 재선 형님은 그게 안 됐다. 더디더라도 기본부터 순서대로 밟아가야 한다. 이해도 못 하는 상태에서 공식만 외워 후진에 성공하더라도 실전에서는 도움이 안 된다. 조금만 상황이 달라져도 적응 못 한다.
재선 형님은 당시의 나만큼 절실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사업을 하며 큰돈을 벌어봤던 재선 형님은 온갖 고생을 하며 주에 천 달러 남짓 가져가는 트럭 운전을 꼭 해야 하나 싶을 수 있다. 그럼에도 트럭 운전은 돈 이상의 매력이 있고, 재선 형님도 능숙한 드라이버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매일 하루 20분 정도는 후진 연습에 할애하려고 한다.
옐로는 내가 타봤던 트럭 중 최고다. 나와 잘 맞고 후진도 잘 된다. 공간도 편안하다.
이제 다시 동쪽으로 간다. 내일 Salinas에서 화물을 받아 월요일까지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로 간다. 총거리 2,520마일이다. 이번에는 I-40을 탄다. 열심히 달리자.
집에는 언제 갈지 모르겠다. 몇몇 거래처는 체크인할 때 지난 14일 사이에 뉴욕에 간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예스라고 답하면 출입 불가다. 집에 다녀오면 거짓말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