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5일
가다 말고 돌아섰다.
팀 드라이빙이 적응이 덜 된 탓일까? 새벽 시간 운전은 몹시 피곤하다. 우리는 새로운 규칙을 정했다. 졸리면 자기로. 요 며칠 새벽에 운전하다 졸리면 트럭을 세우고 잤다. 휴게소가 없으면 갓길에라도 세웠다. 30분 자고 부족하면 30분을 더 잔다. 2시간까지 잘 때도 있다. 자고 일어나서 가다가 또 졸리면 다시 더 잔다. 졸음운전은 대단히 위험하다.
트럭 운행 중에 동승자는 조수석이나 아래층 침대에서 자게 돼 있다. 내가 운전하다 차를 멈추면 재선 형님은 깨어나 위층 침대로 올라간다. 다시 출발하면 아래층으로 내려온다.
오늘 새벽에도 그랬다. 졸려서 Flying J 트럭스탑에 들어가 두어 시간 잤다. 동이 터올 무렵 다시 출발했다. 한 시간여를 왔다. 와이오밍을 절반쯤 지난 시점이다. 퀄컴 메시지가 들어왔다. Rawlins의 TA 트럭스탑에 가서 어떤 트럭을 만나 트레일러를 교환하라는 내용이다. 오잉? 갓길에 급히 세우고 지도를 확인했다. 70마일을 되돌아가야 한다. 좀 전에 출발했던 트럭스탑에서 반대편으로 4마일 떨어졌다. 진작 연락을 줄 것이지. 트럭 번호를 알려주는데 프라임 트럭이 아니었다. 프라임 트레일러를 외부 트럭이 끄는 경우도 많다.
되돌아가는 도중 스티브라는 남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자신의 위치와 트럭 모델과 색깔, 트레일러 번호를 알려주었다.
재선 형님은 수련 기간 중 리파워를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리파워는 흔한 일이다. 이번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잠시 후 그와 만나 트레일러와 서류를 서로 맞교환했다. 그의 화물은 유타에서 실은 양파였다. 발송처는 나도 전에 가 본 곳이다. 금요일 아침까지 노스캐롤라이나로 가는 화물이다. 거의 2천 마일 거리다. 애초에 솔로 드라이버가 처리할 수 없는 일정이다. 우리가 받아도 시간 여유는 많지 않다. 이틀을 쉼 없이 달려가야 한다. 새벽에 졸린다고 자고 가는 여유는 부리기 어렵다. 낮에 강제로라도 잠을 자서 졸음운전을 예방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잘된 일이다. 캘리포니아로 가는 화물은 토요일 배달이다. 내일이면 도착하기 때문에 이틀을 앉아서 기다려야 할 상황이었다. 팀 드라이빙으로 가니 하루에 천 마일 이상 주파가 가능하다. 솔로로 일할 때보다 곱절 늘어난 기동력이다. 2천 마일이 넘는 화물이 들어와도 그러려니 한다.
밥 지어 먹을 시간이 부족하다. 전에는 10시간 휴식 취할 때 밥도 짓고 글도 썼다. 지금은 계속 달리니 간편식으로 해결하거나 트럭스탑에서 사 먹는 횟수가 늘었다. 계속 이럴 수는 없다. 달리는 트럭에서 밥하는 요령을 익혀야겠다. 쌀을 미리 씻어 두었다가 휴식 30분 전에 취사 단추를 누르면 되겠다. 50대 조선 남자들이란 쌀이 뱃속에 들어가야 든든한 존재다.
첫 주는 3,800마일을 달렸는데, 지난주는 4,800마일을 넘겼다.
모국 한국에서 선거 소식이 들려왔다.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못 하는 상태다. 한국은 질병의 확산을 저지하고 국가적인 이벤트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저력을 보였다. 한국은 이제 세계가 우러러보는 나라다. 좀 더 자신을 갖고 개혁과제를 추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