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7일
좀 지쳤다. 그저께 와이오밍에서 트레일러를 바꿔 달고 최소한 휴식만 취하고 달려왔다. 오늘 새벽 내 운전 차례가 됐다. 쏟아지는 졸음을 주체하기 힘들어 세 번이나 중간에 세우고 쪽잠을 잤다. 간신히 약속 시각에 맞춰 도착했다.
다음 화물은 캘리포니아 오클랜드로 간다. 총 거리가 3천 마일이 넘는다. 내가 받아본 최장 거리다. 이상한 일이다. 아무리 운송이 발달했다지만 동부에서 서부까지 대륙을 가로지르는 게 효율적인가? 캘리포니아 사람들이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잡은 닭고기를 먹어야 하나? 더 가까운 곳도 있을 텐데. 발송처는 스미스필드다. 유명 정육업체다. 사우스다코타의 스미스필드가 최근 문을 닫았다. 도축장 직원 여러 명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사우스다코타는 락다운을 하지 않은 미국의 다섯 주의 하나다. 거기서 뭔가 꼬이면서 지금 같은 믿기 어려운 장거리 배달이 생긴 것일까 추측해본다.
재선 형님은 이번에도 캘리포니아로 간다는 얘기에 혀를 내둘렀다. 장거리 좋아하는 무하마드에게서도 이런 연속 장거리는 없었다면서. 집에 혈압약도 가지러 가야 한다는데, 이번에 캘리포니아 다녀오면 뉴욕으로 방향을 잡아야겠다.
뉴욕에 가도 문제다. 뉴욕과 뉴저지 메트로 지역을 다녀오면 2주간 터미널 출입금지다. 집에서도 가족 얼굴 보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다. 나는 치과 치료, 재선 형님은 눈 수술을 해야 하는데 병원이 언제 문을 열지 모른다. 유배 생활하는 식구들 위로 차원에서라도 조만간 집에는 가야 할 터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놀랍게도 도로에 일반 차량이 많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도로에는 승용차보다 트럭이 많았다. 노스캐롤라이나는 다른 세상 같다. 마스크 착용한 사람도 드물다. 코로나바이러스 공포의 온도 차가 지역마다 다르다.
클린턴의 스미스필드에 열심히 왔더니 아직 화물이 준비되지 않았다. 공간도 좁고 야드에는 커다란 물웅덩이가 파였다. 더러운 물에서는 닭 오물 냄새가 났다. 내가 주차하기에도 만만치 않은 곳이다. 재선 형님에게 후진을 가르치면서 내 후진 실력만 늘었다. 정작 후진 실력 향상이 필요한 사람은 재선 형님인데 말이다. 줄곧 장거리로 달리기 바쁘니 후진 연습할 시간 내기도 어렵다. 후진은 많은 연습으로 향상된다. 100번을 연습하면 기본은 익힐 것이다. 1,000번을 연습하면 못할 후진이 드물 것이다.
스미스필드는 화물이 늦어지면 대책 없기로 유명하다. 요즘 같은 어수선한 상황에서는 더 그럴 것이다. 일할 사람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덕분에 우리는 휴식 시간을 갖게 됐다. 근처 월마트가 있는 쇼핑몰로 갔다. 월마트 앞에는 다소 차량이 있지만 다른 곳은 텅 비다시피 했다. 도쿄 익스프레스라는 이름만으로는 웬지 일식집일 것 같은 중국음식점만 꾸준히 손님이 드나들었다. 주방장과 직원 모두 스패니쉬다. 주인은 집에서 쉬고 직원만 나왔나? 주방장은 숙달된 솜씨로 척척 요리를 만들었다. 평소라면 손님이 붐빌 것 같다.
식사 후 들른 월마트 내부는 한산했다. 바닥에는 일방통행용 화살표를 그어 놓았는데, 사람이 적어서 무시하고 반대로 다녀도 지장 없었다. 식품 조금 보충하고 반팔 티셔츠와 청바지도 한 벌 샀다. 허리가 자꾸 굵어진다. 다음에는 한 치수 늘려야겠다. 옷에 몸을 맞출 수 있는 나이는 지났다. 몸에 옷을 맞춰야 한다.
언제 올지 모르는 전화를 기다리며 조용한 쇼핑몰 주차장에서 밤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