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자기관찰하기 / 셀프모니터링)
지금 내 모습이 너무 싫어요..
한 번씩 무력감이 찾아오는데 잘 하다가도 그럴 땐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자요..왜 그런지 모르겠고... 변화하고 싶어요.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선생님이 답을 좀 주실래요?
상담을 할 때 "변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라며 막막하고 답답한 마음에 첫 시간부터 나에게 답을 요구하는 내담자가 많다.
하지만 문제 앞에 있어서 명확한 답이 어디 있으랴..
대부분 내가 알고 있는 답은 이미 내담자가 여러 번 시도해 보았거나, 시도해 보지 않았더라도 머리로 알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섣부르게 답을 주다 보면, 오히려 실망하고 반발심이 들고 허탈할 뿐이다. 다음 시간에 상담도 안 온다.
그래서 이렇게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그 답답한 마음을 공감하지만, 역으로 다시 질문하곤 한다.
"00씨가 문제라고 여기는 부분들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겠어요? 언제부터 그랬고, 얼마나 자주 그런가요?"
"그때 어떤 감정이 드나요?"
"그때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나요?"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어떤 노력을 했었나요?"
이렇게 질문하는 이유는 나 역시도 내담자를 자세히 이해하고 싶은 의도가 있지만,
그보다 내담자가 스스로 자기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더 크다.
왜냐하면 모든 치료와 변화의 시작은 "나에 대해서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내담자는 제아무리 훌륭한 상담자가 아주 명확한 답을 내리더라도, 그 순간뿐이지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머리로 아는 것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건 다르다. 머리에서 마음으로 내려오기 위해서는, 일상에서의 순간순간의 알아차림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소한 문제와 관련해서 내 마음이 어떤지, 나는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나는 어떤 생각이 드는지 등을 조금 더 명료하고 뚜렷하게 느낀다면, 힘들더라도 내가 통제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알아야 내가 그걸 해결하든, 그냥 두든 어떤 행동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용어는 제각각 다르게 붙이지만, 모든 상담이론에서 치료의 목표에는 "나에 대해 아는 것"을 시작으로 둔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 아닐까?
"나에 대해서 알기 시작할 때" 변화와 진정한 치유가 시작된다.
그러면 나에 대해서 아는 걸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오늘 이야기해보고 싶다.
내게 어려움이 있고, 변화되고 싶은 어떤 행동이 있다면 그 양상을 아주 자세히 관찰해 보는 것이 "나를 아는 것"에 대한 시작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한 번씩 찾아오는 무기력에 너무 힘들다면
언제 무기력감이 내게 찾아오는지, 이 상황들에 공통점이 있는지,
무기력감은 어떤 양상으로 펼쳐지는지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감정이 주로 드는지),
어떻게 사라지는지
등을 문제라고 여기는 어떤 상태의 전후 맥락을 포함해서 아주 구체적이고 자세히 관찰해 보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건 내 생각이나 감정, 행동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관찰" 하는 것이라는 걸 기억하는 것이다.
평가는 나의 판단이 들어가지만, 관찰은 판단이 들어가지 않는다.
관찰이라는 말 그대로 거리를 두면서, 제3자가 된 것처럼 한 발짝 떨어져 나를 바라보는 것이다.
나를, 내 마음을 돌아보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불편할 수 있다.
죄책감이 올라오기도 하고, 수치심이 들기도 하고, 외면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그냥 무시하고 평소처럼 살고 싶다.
그만큼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불편하더라도 내 마음을 돌아보는 일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힘들더라도 나를 관찰하다 보면, 내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기 시작한다.
막연히 상황이나 사람을 원망하고 불평하는 것을 넘어서,
일상에서 내 마음에 남은 어떤 일들에 대한 꾸준한 관찰은 궁극적인 "나에 대한 깊은 이해"로 이어진다.
- 문제라고 생각되는 어떤 점을 들여다보고, 직면할 때 당연히 불편감이 엄청 올라온다. 죄책감, 수치심, 슬픔, 회의감, 허무함 등등 동반되는 감정에 대해 우리는 불편하니까 멈추게 된다. "기분이 나쁜데 굳이 이걸 계속해야 돼?"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괜히 생각해서 기분만 더 우울해졌어" 하며 다음에도 그냥 외면하기를 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불편감을 넘어가야 된다. 치우고 부정하라는 것이 아니라 "수용"해 보면서 넘어가는 것이다. 판단 없이 "나 지금 문제를 생각하니까 기분이 너무 이상해. 이게 무슨 감정일까. 아, 죄책감이구나. 지금 나는 이 문제를 생각하니까 죄책감이 들고 있구나. 그 이유가 뭘까?" 이렇게 궁금해하며 알아주는 것이다.
- 우린 결과만 놓고 내 행동과 생각을 평가하는데 익숙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인간의 본성이 그러한 것 같다. 보통 어려움과 문제는 내가 잘 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다수므로, 자동적으로 나에 대한 평가가 수반된다. 어떻게 하냐고? 그것도 알아차리면 된다. 예를 들어서, 나는 왜 무기력해지는지를 생각하다가 "할 것을 미루다가 결국 기한 내에 일을 마치지 못한 나"가 떠오른다면, "봐.. 너 결국 또 미뤘어.. 게으른 게 문제야.. 게으른 게" 이렇게 생각하는 건 평가다. 그보다는 "내가 계속 미루고 기한 내에 마치지 못하는 일들이 많아질 때, 무기력해지는구나"라고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관찰이다.
- 나에 대해서 돌아보는 일은 지겹고 귀찮다. 아무리 잘 하더라도, 내가 한두 번 나를 관찰한다고 해서 바로 변화하거나 문제가 뚜렷해지는 일은 거의 없다. 뭐.. 좀 더 명확해질 수 있지만 우리는 일평생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반복하고 반복해서,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통제할 수 있게 작게 만들고, 그것을 해결해 보는 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 얼마나 지겹고 귀찮은가.. 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이 과정을 치열하게 해보면 해볼수록 성장한다는 사실이다. 내면이 복잡하고 예민해서 쉽게 지치고 힘든가..? 단순히 남 탓을 하며 나는 아무 잘못 없다고 생각하면서 일평생 자기를 제대로 모르고 피해를 주는 사람보다는, 차라리 나에 대해서 좀 더 예민하게 생각해 보는 편이 더 낫다. 하지만 계속 강조하지만, 판단이 들어가지 않는 생각을 하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괜찮아요, 알면 돼요.
변화는 그다음의 일입니다.
계속 그렇게 나를 알아가다 보면
변화의 실마리가 보일 거예요.
그때 무엇이든 더 나은 방향으로 선택하면 됩니다.
나에 대해 잘 알고, 순간순간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성장해 나갈 나와 당신을 응원하며,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