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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하는 쏘쏘엄마 Nov 29. 2021

[학교상담 첫 시간 4] 학교상담의 적합성 평가

안녕하세요, 현직 전문상담교사 쏘쏘엄마입니다!

우리는 지난 시간까지 학교 상담 구조화(오리엔테이션), 학교 상담 동의서, 상담 신청서 & 접수면접 회기까지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간단하게, 첫 시간에 해야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일을 이야기해보도록 할게요^^  

첫 회기 상담을 진행하면서 상담교사는 내담자가 학교 상담에 적합한지를 함께 평가해야 합니다.


상담을 신청한 내담자는 다 상담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라고 질문할 수도 있어요.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는 내담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해요. 상담자 윤리에서도 내담자에게 유익이 되는 것을 선택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 상담을 하는 것이 내담자에게 유익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더 적합한 기관에 연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학교는 치료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이라는 점과 학교의 상담 전문가는 전문상담교사 한 명뿐이라는 환경적인 한계, 그리고 전문상담교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한 한계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하여 학교에서 상담하기에 어려운 내담자는 잘 연계하는 것이 더 필요할 때가 있어요. 내담자와 상담교사, 그리고 학교에서 상담을 필요로 하는 모두를 위해서요.


이를 위해서 다음에 나올 내용들을 참고하여 연계를 위한 스스로의 기준을 세워갈 필요가 있답니다. 우리는 무엇보다 내담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상담자가 되어야 하니까요 ^^


(오늘의 내용 역시 주관적인 의견임을 알립니다)





학교 상담의 적합성 평가


전문상담교사와의 학교상담이 내담자에게 도움이 될 지에 대한 평가를 위해 가장 주요하게 보는 것은 "대화"입니다. 대화를 통해서 대화의 흐름이 연령대에 적절한지를 살펴봐야 해요. 만약에 나이에 비해 어딘가 이상하고, 어긋나 있고, 원활한 대화가 어렵다? 크게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1. 인지 기능


 - 학교에 있다 보면 경계선 지능이나 평균하 지능이 생각보다 많이 있어요. 지능은 상담의 방향을 예측하는 아주 중요한 변인이에요. 언어로 하는 상담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의 통찰력이 가능하단 것을 전제로 한답니다. 그런데 안타깝지만 지능이 낮은 경우 이것이 매우 어려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능이 낮은 친구들에게는 이에 맞는 특별한 형태의 상담이 또 필요합니다.


 내담자의 인지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대화를 할 때 지나치게 동문서답이 많은지,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건지(모르는데 아는 척), 여기에 온 이유를 알고 있는지, (필요하다면) 성적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다각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인식이 잘 없거나, 나이에 비해서 적절하게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등의 모습은 지능에 주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 학교에서 상담을 진행하기보다는 도움이 되는 외부 기관으로 연계를 진행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부모상담을 통해 동의를 받고 위센터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의 기관에서 심리 검사를 연계해서 아이에게 맞는 상담 방법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어쩔 수 없이 학교에서 상담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언어보다는 도구를 활용한 상담, 통찰 지향 상담보다는 지지 상담을 진행하셔야 합니다.


** 여기서 TIP **

1) 지지상담:
- 내담자의 무의식, 내면을 깊이 있게 다루거나 변화시키려고 하기보다는 현상 유지 또는 이미 내담자가 알고 있는 문제만을 다루는 상담
- 혼란이 극심하거나, 스트레스 상황에 있는 경우, 통찰이 어려운 경우, 치료보다는 안정이 필요한 경우에 지지 상담을 함  예) 갑작스러운 사별을 경험

2) 통찰 지향 상담:
 - 무의식, 내면 등의 직접적 개입을 통해 성격의 기본적인 변화를 초래하며, 깊이 있는 자기 이해를 일으키는 상담
 - 자아가 건강할 경우에만 시행되는 것이 좋음


 - 지능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아직 어려서 또는 발달이 좀 느려서 통찰이 어려운 아이들도 있어요. 중학교 1~2학년 아이들 중에 꽤 있는데요. 초등학생은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고요. 저는 이런 친구들은 굳이 통찰 지향 상담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요. 지지 상담을 통해서 안정감을 주고, 내담자가 인식한 문제에 대해서 다루고, 지금 여기서 나와 맺는 긍정적 상담 관계 경험을 통해 자존감과 자신감을 가져 나가며, 외부 개입을 통해 환경의 변화를 일으킨다거나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깊이 있게 내면을 들여다보고 직면하고 해석하는 것보다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답니다. 상담에서 꼭 답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2. 지각


 - 지각 이상은 주로 환각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내담자에게 환각 증상이 있는지를 주의하여 살펴봐야 합니다. 환각 증상이 있다면 잘 탐색하여 병원으로 연계하여 약물적인 도움을 일차적으로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환각 증상은 상담만으로 좋아지기는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반드시 약물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환각이 있는 내담자는 대화할 때 뭔가 산만하고, 동문서답을 하거나 혼잣말을 잘하고, 눈 마주침이 잘되지 않고 딴 곳을 응시하고 있다거나, 아무도 없는 곳을 바라보며 대화하듯 말하는 모습들이 나타날 수 있어요. 그럴 땐 "혹시 다른 사람이 보거나 듣지 못하는 걸 보고 들은 적이 있는지" 직접적으로 물어보시면 됩니다. 지각에 이상이 있는 경우 소아정신과로 연계해 도움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 여기서 TIP **

지각이상에는 positive(양성)과 negative(음성) 증상이 있음. 양성은 없는 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음성은 있는 걸 없다고 생각하는 것.

예) 환시
- 양성: 현실에 없는 것을 보는 것
- 음성: 현실에 있는 것을 보지 못하는 것

예) 환청
-양성: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듣는 것
-음성: 현실에 존재하는 것을 듣지 못하는 것

*음성증상보다 양성증상이 약물 개입 시 더 효과적임


 - 최근에는 adhd 증상을 가지고 오는 친구들도 꽤 많은 거 같아요. 이 친구들의 경우에도 정확한 평가를 위한 기관 연계 후에 부모 개입뿐 아니라 약물치료나 전문상담기관에서의 치료가 매우 필요해요.



3. 감정


 - 감정은 정말 자연스럽고 다 괜찮은 것이지요? 대부분 상담에 찾아오는 내담자는 부정적인 감정을 호소하며 찾아옵니다. 그리고 상담을 통해 도움을 얻고 부정적 감정도 해소하게 되지요. 감정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며, 내담자를 이해하는데 아주 주요한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담자의 감정이 아주 극심하고, 강렬하며, 모든 것을 다 압도하여 생활을 이어 나기도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여기서 TIP **

감정을 평가하는 네 가지 영역

1) 적절성
- 내담자의 감정과 이야기의 내용이 얼마나 상응하는가
  예) 슬픈 내용을 웃으며 이야기함

2) 강도
- 반응이 얼마나 강한가?
  예) 보통 사람이라면 엄청나게 화가 나야 할 상황에서도 감정이 단조롭거나 무딤

3) 유동성
- 내담자가 한 감정에서 다른 감정으로 이동하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가?  
 예) 감정이 매우 빠르게 오르락내리락 변하는 것은 불안정한 정서 표현

4) 범위
 - 감정의 범위가 너무 좁거나 너무 다양할 때
  예)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과하게 표현함


이렇게 내담자의 감정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내담자의 감정이 그 상황에 적절한지, 어느 정도의 격렬한 감정을 보이는지, 이것이 평균에서 지나치게 벗어나는지, 한 회기 내에서도 감정 변화가 심하게 불안정한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평균]이라는 것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쉽게 말해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만나는 내담자를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만약에 내담자의 감정이 지나치게 적절하지 않고, 강도가 너무 세고, 너무 불안정하며, 감정의 범위가 너무 현실과 맞지 않게 좁거나 클 때 주의해서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의 강렬하고도 불안정한 감정을 가진 내담자라면, 학교에서만 상담을 받는 것보다는 정확한 평가와 개입을 위해서라도 평가가 가능한 외부기관 또는 소아정신과로 연계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4. 자기나 타인을 해칠 위험

- 학교에서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입니다. 나중에 학교 위기관리 포스팅에서도 다루겠지만 학교에서 발생 가능한 위기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대처하셔야 해요. 만약에 내담자가 자신이나 타인에 대해 위험한 일을 할 가능성이 충분히 보인다면(자해, 자살, 폭력 등) 상담교사는 이에 대해서 잘 대처해야 해요. <위기 대처 방법은 다다음 포스팅에서 들고 올게요^^> 그리고 위기 사안에 대해서는 학교 안에서 상담교사만이 혼자 끌어안고 상담하기보다는 보호자와 상담한 후 외부 기관으로 연계하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특히, 중독의 문제가 아주 심각하거나 자살 위험도가 아주 높다고 생각되신다면 상담을 즉시 중단하고 입원 치료를 먼저 받아야 합니다. 일단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위기상담의 경우 상담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내담자의 자아기능이 회복되기까지 통찰 지향보다는 지지 상담으로 진행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외부 연계를 했더라도 상담을 잘 받고 있는지를 함께 체크하며 학교에서 내담자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의 도움은 지속적으로 주셔야 합니다^^


만약에 내담자가 계속해서 학교 상담만을 받겠다고 하더라도 비밀 보장 예외사항인 위험이 예지 되는 순간은 상담을 이어가시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대처(부모상담, 위기관리 위원회, 슈퍼비전 등) 하셔야 합니다. 이것이 내담자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상담교사 보호를 위해서도 아주 중요하답니다.







** 다양한 증상을 갖고 오는 학생들을 가장 1차적으로 만나는 곳이 주로 학교 상담실이지요? 그러니 전문상담교사는 소아, 청소년에게 생길 수 있는 정신적인 어려움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학교에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을 구비하고 틈틈이 공부해두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래야 도움이 필요한 내담자가 왔을 때 분별 가능하고, 빨리 적절한 개입을 할 수 있답니다.


그런데 이러한 평가를 다 하고, 학교 상담은 어렵겠다 연계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다 알아봤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현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학교 상담이라도 있어나갈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어요. 외부연계가 어려운 이상 나라도 아이를 위해 상담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학부모가 끝까지 외부 상담을 반대할 때.. (학대 같은 경우에는 신고를 한 후 상담에 강제성을 띠기도 하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강제적으로 상담을 받으시게 하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보호자가 내담자를 데리고 센터까지 갈 여력이 안 되는 경우 그리고 내담자 역시 혼자 센터에 가지 못하는 경우, 마땅히 연계할 기관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는 경우 등등등..


예측할 수 없는 많은 상황 앞에서 어쩔 수 없이 현실에 타협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지요. 이경우 참 마음이 어려우실 거예요.


사실 위와 같은 사례들은 학교라는 기관에서 상담교사 혼자 오롯이 감당하기에 참 힘들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슈퍼비전이나 동료와의 나눔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상담교사가 소진되지 않게 힘을 쓰는 것은 필요해 보여요.


또 이 경우에는 내담자가 나아지기 전까진 지지상담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기억해주시고, 반드시 연계를 위한 노력(부모 개입, 위기관리위원회운영 등)을 어떻게했는지를 자세히 상담 기록으로 남기고, 위기사항 발생 시에는 꼭 담임, 학교장과 함께 대처하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연계가 가능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내가 꼭 끌어안고 모든 것을 다 할 필요는 없답니다. 우리에겐 학교에서 또 수많은 아이들이 우리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어요.  다 할 수도 없답니다. 학교 상담이 어렵다 싶을 때는 에너지를 "잘 연계"하는 방향으로 돌리셔서 진행하길 바라요^^


연계에 중요한 것은 부모상담이겠지요? 학교에서 부모상담도 다음에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할게요.


중요한 점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부모는 자기 상황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 해왔다는 거" 이것을 알아봐 주셔야 해요. 절대 비난해서도 안되고 인정해드리고 공감해 드려야 해요. 왜냐하면 위와 같이 아이의 면이 드러날 때 누구보다 마음 아프고 상처 입으실 수 있는 분은 부모님이세요. 그만큼 우리는  조심스럽게 배려하며 이야기해야 합니다. 절대 단정 짓지 말고, 일단 외부기관 평가를 받아보시길 잘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가진 회복탄력성을 믿어주는 것이 필요하며, 아이가 지금 가진 어려움이 아이의  전체 모습만은 아니라는 것. 어려워도 지금 이 시간은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 돕고 싶다는 것. 무엇보다 아이를 위한 결정을 하셔야 한다는 걸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학교 상담의 첫 시간에 해야 하는 일, 마지막 시간으로 "학교 상담의 적합성 평가" 부분을 들고 왔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 평가가 필요한 이유는 학교는 치료기관이 아니라는 점과 학교라는 공간에서 상담 가능한 사람이 상담교사 단 한 명이라는 환경적인 제약이 분명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교사의 가장 주요한 역할 중 하나는 잘 연계하는 것도 포함이 된다는 것을 잘 기억해 주세요.


첫 시간 상담 후 위와 같은 평가들을 통해서 지혜롭게 상담을 이어나가시길 바랍니다 ^^ *


다음 시간에는 전문상담교사 임용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많이들 궁금하실 "위클래스와 위센터의 차이점"에 대해 포스팅으로 들고 오도록 할게요.


우리 전문상담교사들, 예비 전문상담교사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항상 응원해요!! 그대들은 충분히 멋지고 잘 해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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