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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하는 쏘쏘엄마 Oct 01. 2021

엄마, 오늘은 기분이 어때? (+정서인식)

https://youtu.be/F-EIuB1gqVg

유튜브 [베이비버스] 영상



우리 집에는 일종의 규칙이 있다.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하고, 신나게 놀고 나서 8시쯤 되면 양치를 한다.

그때 20~30분 정도 그날 아이가 보고 싶은 영상을 틀어준다.


양치하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우리 10분 있다가 양치하는 시간이야. 오늘은 뭐 재밌는 거 보면서 하지~~?"

라고 물으면 신나서 대답한다.


"음! 음!! 오늘은 뭘 볼까? 콩순이 장난감? 베이비 버스? 뽀로로??"


그렇게 기대하는 마음을 갖고 양치를 한다.

그리고 보기 전에 몇 개 볼 건지 스스로 정하게 하고 그 약속을 지킬 경우 다음 날 먹고 싶은 간식을 사 준다.

습관이 되니 간식을 사주지 않더라도 2개 본다 하면 2개만 딱 보고, 3개 본다고 하면 3개만 딱 보는 우리 첫째

(엄마가 많이 기특해하는 거 알지?)  


가끔은 내가 골라도 주는데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영상이 뭘까 고민하다가

"감정"과 관련한 영상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감정 단어를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래서 찾은 게 "오늘은 기분이 어때"


즐거운 멜로디와 우스꽝스럽고 재밌는 영상들로 아이들에게 감정에 대해서 알려준다.





행동에는 잘못된 행동이 있지만, 감정이라는 건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기에 좋고 나쁜 것이 없다.


화가 났을 때 때린다면 때리는 행동 자체에 훈육을 해야지, 화가 났다는 것에 혼을 내고 부정하면 안 된다.

그 아이에게는 화가 날 만한 상황이었을 테니까.

그 어떤 감정도 이해하고 받아주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모든 감정은 괜찮다.


아이는 정말 연약한 존재다.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배워야 할 것이 참 많다.

먹고 싸고 자는 것부터 시작해서 인사하는 것과 같은 생활 습관. 더 나아가서 한글, 수학 등을 배운다.


그런데 우리는 감정을, 그리고 감정을 알아차리고 조절하는 법은 잘 가르쳐 주지 않는 거 같다.

내가 어떤 감정인지 아는 거, 그리고 내 감정을 조절해 보는 것. 어른도 힘든데 아이들은 어떨까?


자기 기분이 어떤지 모르기에, 갑자기 밀려오는 커다란 마음에 아이는 큰 소리로 "엄마" 하고 울어버린다.

"엄마 나 기분이 이상해. 이게 뭐야. 알려줘 가르쳐줘"라며 엄마를 부르는 것 아닐까?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에 화가 나면 던지고 소리를 지른다.

아이는 도대체 이 불편한 상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도통 모르는 것이다.  


아직 어린 아이에게는 복잡한 감정을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

일단 기본 감정인 기분이 좋다, 화가 난다, 슬프다, 무섭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커 가면서 다양한 감정을 알아차리게 될 때 또 그땐 그때에 맞게 반영해 주면 된다.

사회성 발달도, 정서지능 발달도 결국은 다 정서 인식부터 시작되기에 감정을 가르치는 것,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가끔 딸이 먼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오늘은 기분이 어때?"


그럼 나는 대답한다.


"엄마는 우리 딸이랑 같이 맛있는 거 먹고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아. 행복해. 너는 기분이 어때?"


그럼 딸도 대답한다.


"엄마 나는 엄마랑 같이 있어서 기분이 행복해. 그리고 아빠가 회사에 있어서 보고 싶은 기분이 들어. 또 복댕이는 귀여운 기분이야"  (아직 감정과 생각을 구분하진 못한다. 이 모습은 이 모습대로 귀엽다)



어제는 아빠한테 가서


"아빠 내가 할머니 집에 오래 있어서 행복한 기분이었는데. 아빠가 없으니까 좀 마음이 불편했어. 아빠가 보고 싶더라"


아빠는 좋아 죽는다.



자기 기분을 말로 표현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딸은 화가 날 때 크게 울다가도 이내 그치고 말로 하려고 노력한다.



오늘은 갑자기 크게 울어서 가봤더니

 

"엄마 저기는 내가 눕고 싶었는데, 이따 내가 행복이 될 때 누우려고 했는데 아빠가 복댕이를 저기 눕혔어. 그래서 너무 속상해. 화가 나." 그리고 다시 서럽게 엉엉하고 운다.



그럼 일단은 그 아이의 모든 감정을 다 받아준다. 그랬구나, 속상했겠다. 화가 났겠다 이렇게 반영만 하면 된다.  너무 속상해하면 가서 꼭 안아주면서 "이렇게 많이 속상했구나" 하고 토닥여준다.



아직 말로 표현 못 하는 아이에게는 엄마가 상황을 파악하고 나서 먼저 얘기해 주면 된다.


"네가 누우려고 했는데 동생이 누워버리니까 속상하고 화가 났구나."




아이는 아는 것이다. 내 세상의 전부인 엄마가 내 마음을 다 알아준다는 것. 나는 이해받았다는 걸.



내 감정을 받아들여준다는 건 곧 내 존재 자체를 받아준다는 의미이니까.

이때부터 나는 내 감정을 믿을 수 있다. 나는 이만하면 괜찮은 사람이 된다.



엄마의 도움을 받아 자기도 서툴지만 감정을 표현해보고, 조절도 해보고, 현실에서 타협이라는 걸 해보는 것이다.


훈육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 엄마는

양보하면 양보하는 대로 "정말 고맙다."라고 마음을 표현하고,

양보하지 못하면 양보하지 못하는 대로 "이게 우리 첫째한텐 참 중요한 거였구나." 하고 알아준다.


오늘은 절대 양보하지 못한다고 해서 다른 이불을 가져다가 복댕이를 눕혔다.




오늘도 그렇게 우리 첫째와 나는 배워가고 성장 중이다.


어쩌다 엄마가 돼버린 부족한 나도 매일매일 내 감정을 그때그때 알아차리고, 스스로를 이해하고 수용해 주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내 아이에게도 그게 될 테니까.




"오늘은 기분이 어때~ 오늘 나는...? "



엄마 비행기를 타서 너무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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