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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하는 쏘쏘엄마 Apr 19. 2022

학교상담에서의 윤리적 딜레마 상황과 대처법

안녕하세요! 전문상담교사 쏘쏘엄마입니다. 

오늘은 미묘하고도 어려운 주제를 들고 와봤어요...........(저 참 용기있죠..ㅎㅎ) 


바로 학교 상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딜레마 상황과 그에 대한 대처법입니다!  학교이기 때문에, 또 혼자 일하다 보니까 생길 수 있는 여러 윤리적인 딜레마 상황이 있답니다. 상담 윤리부터 하나씩 짚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1. 상담에서 윤리는 왜 지켜야 하나요? 


상담자가 상담의 윤리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상담에서의 내담자가 얻을 수 있는 유익을 위해서, 그리고 상담자 본인의 보호를 위해서입니다. 상담 윤리에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들뿐만 아니라 관계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미묘한 상황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 분야에서 가장 인정받는 자격증 중 하나인 한국상담심리학회의 상담심리사 자격을 취득하신 분들은 2년에 한 번씩 필수적으로 윤리 교육을 이수받아야 자격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상담자의 윤리강령 안에는 내담자의 복지, 비밀 보장, 기록, 관계적 문제(이중 관계, 성관계 등) 등이 세밀하게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상담을 하시기 전 반드시 숙지하시고 상담을 하셔야 합니다





2. 그렇다면, 윤리적 딜레마는 언제 발생하나요? 


상담자의 윤리강령도 잘 나와있다면 윤리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원칙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 있다 보면 굉장히 애매하고 미묘한 상황들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것을 윤리적인 딜레마 상황이라고 부르는데요, 현장에선 가끔 꼭 윤리적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위반했다고 볼 수도 없는 것 같아서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어떨 땐 상담자조차도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버리는 경우도 많지요. 상담도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담자가 상담에서의 윤리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지키려 노력하는 태도인 것 같아요. 그래야 굉장히 애매한 상황이 생겼을 때, 이것이 윤리적으로 위배되는 것인지 아닌지를 교육이나 슈퍼비전, 자문의 형태로 잘 대처해 가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그렇다면, 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딜레마 상황과 대처법은요? 



- 대처법은 그간 제 경험과 자문/슈퍼비전 받았던 내용을 토대로 한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 말 그대로 윤리적 딜레마 상황이기에........ 케이스 바이 케이스도 너무 많아서 딱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바람직한 방향과 또 제 경험을 나눠보겠습니다! 



1) 아동학대, 자살 등 위기 사안 신고 (절대 이야기하지 말라는 내담자) 

네, 이 경우 사안을 인지한 즉시 바로 신고를 하거나 보호자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에.. 아이가 절대로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면요? 말해버리면 자기 가만히 안 있겠다고 협박하면요? 비밀 보장을 지켜주지 않으면 상담 관계가 와장창 깨질 것 같다면요?...... 상담교사 입장에서 정말 난감하고 어렵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를, 그리고 내담자의 보호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상담자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걸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비밀을 지키는 것보다 내담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윤리강령에서 말하는 더 중요한 일이랍니다. 어떠한 통로를 통해서라도 내담자의 위기 상황은 반드시 알리셔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스스로 대처하기 어려운 경우엔 반드시 학교 관리자나 위관위(위기관리위원회), 교육청 자문을 통해 신속히 도움을 받고 대처하시길 바랍니다. 



- 이다음부터는 학교에서 유독 자주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이야기할게요! 

  아래 내용은 모두 윤리 강령에서는 지양해야 할 부분들이지만 학교에서 굉장히 비일비재하게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상담교사 스스로의 기준과 원칙이 있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정말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에 스스로 정하기 너무 어려운 상황에는 교육청 위센터의 자문을 받으시거나 슈퍼비전을 받으시길 권유합니다. 



2. 병원이나 센터에 동행하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내담자의 병원이나 센터에 상담교사가 동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윤리적으로도 이중 관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제가 첫 학교에서 열정이 넘쳐나던 시절, 아이들과 종종 소아정신과에 자차로 동행했습니다. 정말 아이를 생각하고 위하는 선한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한 아이와 그의 부모님과 어려운 일이 발생했고, 결국에는 상담 관계까지 깨져버리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자세한 부분은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내가 선하고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더라도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되도록이면 상담 관계 외의 관계를 맺게 될 때는 정말 많이 주의하셔야 함을 말씀드릴게요



3. 상담 시간이 아닌데 계속 상담실로 와요. 어디까지 어떻게 대해줘야 할까요? 

 학교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정말 많이 일어나는 일들 중 하나입니다. 외로워서든, 상담교사가 좋아서 든 어떤 이유에서든 찾아오는 아이를 마냥 가라고 할 수만도 없고, 그렇다고 다 받아주고 이야기하기엔 해야 할 업무도 많아서 힘들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에너지가 된다면야 이렇게 찾아오는 친구들을 다 친절히 맞아주고 함께하면 좋겠지만.. 상담자의 소진을 예방하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길게 본다면 절대 좋은 현상은 아니에요. 만약에 상담 시간이 아님에도 계속 찾아오는 아이가 있는 경우 다음을 생각해 보시고 대처하셨으면 좋겠어요. 


 (1) 내가 구조화를 제대로 잘 한 건지 - 구조화 시간에 상담 시간 외에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하게 전달하셨는지 생각해 보시고 그러지 않으셨다면 구조화를 다시 정확하게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상담 구조화 편 참고> 

https://blog.naver.com/jesuslovoo7/222513622076


 (2) 구조화를 잘했음에도 계속 찾아온다면- 아무리 설명해도 계속 반복된다면 아이가 어떤 마음으로 상담실에 오는지 들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와 함께 상담 외 시간에 상담실에서 만났을 때 어떻게 할지를 미리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이 더 좋습니다. 예를 들어서, "선생님은 쉬는 시간에 업무를 봐야 하기 때문에 약속한 상담 시간 외에 00가 찾아올 땐 함께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상담실에 온다면 여기 이 자리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쉬고 가야 한다." 등으로 정확하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좋아요. 그래야 내담자로 하여금 괜한 기대를 해서 실망하거나 상담교사도 미안해지는 관계에서 더 애매하고 힘든 일이 생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4. 상담 시간이 아닌데 수업이 힘들다고 보호해달라고 해요. (대안교실 형태) 

 이런 요청들도 꽤 많이 받으시죠.. 상담실은 보호실이 아님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학교 관계자분들이 많으세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런 부탁을 받게 되면 굉장히 마음이 어려워지고 불편해집니다. 가장 좋은 것은 "상담 시간 외에는 보호의 목적으로 아이가 상담실에 있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분명히 지켜나가시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상담교사는 힘이 많이 없습니다....... 거절하게 되면 "일하기 싫어하나 보다"라는 인식이 또 생길까 봐 두렵기도 하고, 용기를 내서 거절해도 관리자가 밀어붙이신다면 막을 방법이 현재로선 없어요. 저는 이런 요청을 받는다면 다음과 같이 대처합니다. 


 1) 먼저 상담실이 있는 목적에 대해서 분명히 설명드리고 거절함 

   * 참고로 대안교실도 여러 명의 교사가 돌아가면서 운영하게 되어있습니다. 


 2) 하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정확한 시간과 그 시간에 무엇을 할지를 분명히 하기 

 이 역시 제가 신규 교사 때 있었던 일인데요, 학생을 보호하고 있다가 제가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학생이 사라진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학교가 난리가 났었어요. 그 뒤부터는 어쩔 수 없이 보호해야 하는 일이 생길 때 다음과 같이 제가 정한 원칙이 있습니다. 


 (1) 학부모, 담임, 학년부장, 교감 등 관련자와 함께 회의를 해서 보호를 해야만 하는 이유와 보호하는 시간에 아이는 무엇을 할지를 명확하게 의논합니다. 상담이 아니기에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내용입니다. (회의록 공문 처리)


 (2) 보호를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사항에 대해서는 상담교사의 책임이 아님을 명확하게 동의를 받습니다. 이것이 합의가 되지 않을 때, 나는 좋은 의도로 시작했으나 결국 굉장히 소진되고 원망을 사게 되거나 힘들어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핸드폰 번호를 공유하시나요? 

 초반에는 했었던 적이 있었는데요, 지금은 하지 않습니다. 개인 핸드폰 번호를 공유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저와 내담자에게 해를 끼친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소진이 되고, 업무 시간 외에도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낍니다, 최악일 땐 내담자와 상담 자체가 부담스럽게도 합니다. 내담자는 상담자에게 실망하게 되고 화가 납니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지요) 


 그리고, 윤리 강령에서도 상담 외의 관계를 맺지 말 것을 명확하게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이중 관계는 결국엔 상담에 도움이 되지 않고 내담자에게도 상담자에게도 마음의 상처를 입히거나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또래상담 동아리도 운영을 하고 여러 가지 형태로 상담 외의 시간에 학생들을 만나기도 한답니다. 내담자 학생에게만 폰 번호를 공유하지 않아야 하는 것인지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이 많이 될 수밖에 없지요.  이럴 땐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추천드립니다. 


 (1) 업무 핸드폰을 사용하기

 (2) 카카오톡 채널 관리자 버전으로 상담교사 또는 상담실 계정을 만들어서 공유하기. 

  * 단, 이때도 채팅 가능 시간을 명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6. 간식이나 선물을 사 오는 친구/학부모에게 어떻게 하시나요? 

상담자 윤리 강령에서도 선물은 받지 않도록 명시되어 있습니다. 상담자를 생각하는 내담자의 마음이 참 고맙지만.. 이것이 상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우리는 학교에 있다 보니까 꼭 상담자 내담자뿐 아니라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도 엮이기도 하잖아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생기고 난 뒤에 많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이런 일들이 생기곤 하죠. 법률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담임이나 해당 교사의 수업을 듣는다거나 하는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 않는 이상 정해진 금액을 넘지 않는 이상 조건부 허용이 되기도 하는데요.. 이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명확할 수도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상담을 받고 있는 내담자 학생뿐 아니라 재학생의 선물은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담 외의 시간에 아이들이 함께 먹으려고 사 온 간식을 매몰차게 안 먹을 순 없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먹긴 해요. (단, 상담 시간에는 구조화 때부터 선물이나 간식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하게 전달합니다.







지금까지 학교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딜레마 상황에 대해서 설명드리면서 저의 경험을 나누어 봤는데요, 쓰면서도 굉장히 조심스럽네요 ㅎㅎㅎ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분도 물론 계실 거 같아요. 다시 한번 강조드리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입니다. 또한 딜레마 상황에서도 법에서 규정하는 옳은 것을 따라 원칙적으로 하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윤리적 딜레마 상황이 발생했을 때, 


(1) 윤리적으로 옳은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 


(2) 학교에서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러지 못할 때 어떤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지를 미리 알고, 이에 대해 대처하는 것 (관련자들에게 충분히 고지하고 회의하기, 회의록은 공문 처리) 


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 좀 정이 없다, 사람 사이에 하는 일인데 이렇게 규칙까지 정해놓고 해야 돼요?"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오늘 계속 강조했던 것이지만 정말 좋고 선한 의도로 시작한 일도 지속되다 보면 더 힘들고 지치게 되는 일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약간 단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불편할지 모르지만 일관성 있는 규칙은 오히려 상담자의 마음을 지켜주고 내담자로 하여금 더 신뢰를 하게 만듭니다. 궁극적으로 상담 관계를 위해 더 좋은 것이랍니다. 




부족한 포스팅이지만 정말 많은 신규 상담 선생님들께서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댓글로 달아주셔서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 작은 노력과 나눔이 조금이나마 선생님들께 도움이 되고 힘이 되길 바랍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다음 번은 "자문"을 주제로 들고 올게요.


그럼 오늘도 제 글과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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