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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하는 쏘쏘엄마 Sep 22. 2022

최선을 다해도 버거울 때면

내 한계를 마주하고 인정해 보기 / 충분히 좋은 엄마


오늘 저녁은 강의가 있는 날이다.

남편도 하루 종일 일하고 칼퇴를 한 후 바로 뛰어와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조금 더 배려하고 싶었다.

아이들을 목욕시키고, 간식을 먹이고, 밥을 바로 먹을 수 있게 준비했다.


아이들이 좀 싸우긴 했지만.. 뭐.. 늘 있는 일이고 그래도 재밌게 놀았다 생각하며

"엄마 다녀올.." 하는 순간 행복이가 서럽게 소리를 지르며 데굴데굴 구르며 울기 시작했다.

"나 충분히 못 놀았다고!!!!!"를 외치면서..


누나를 보던 복댕이가 누나를 위로한답시고 안다가 둘이 중심을 잃고 쾅하고 넘어졌다.

둘 다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다.


... 난 가야 되는데..............


복댕이는 "아파 아파" 하면서 서럽게 울고, 행복인 "엄마 미워"를 외쳐댔다.


엄마에게 안아달라고 서럽게 우는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기고 나가는 길,

삶이 버겁다 느껴졌다.

내가 이래서 저녁 강의는 안 하려고 했는데... 이건 꼭 하고 싶어서 하는 거긴 한데..

아.. 또 내 욕심인가 싶은 마음에 죄책감 비스무리한 감정이 막 올라왔다.


오.. 나 오늘 진짜 최선을 다했는데........ 이게 뭐야.. 나 잘하고 싶었다고.........






찝찝한 마음으로 들어선 교단, 강의를 하면서 어떤 파트에서 학생들에게 이런 비슷한 말을 했다.


"여러분, 상담자가 돼서 현장에 나가면 정말 유능하고 좋은 상담자가 되고 싶을 거예요.


그런데 그전에 여러분이 상담자가 돼서 정말 꼭 배워야 하는 게 있어요.


매일 마주하는 좌절과 어려움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가려내는 능력. 내 한계를 마주하고 인정해 보는 거요.


경험이 쌓이며, 잘하는 것만 잔뜩 쌓이면 나 잘난 맛에 상담을 하거든요. 마음에 힘이 잔뜩 들어가요.

그런데 실력이 느는 만큼, 내 한계도 같이 만나가잖아요? 그럼 힘들지만 그 위기 속에서 우리는 자라요.


내가 유능해서 좋은 상담자가 아니라, 나는 이런 한계가 있고 어려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이러이러한 건 잘하는 이만하면 괜찮은 통합된 상담자로 내담자 앞에 설 수 있어요.


그때 우리는 마음의 힘을 빼고, 내담자와 진심으로 함께 할 수 있어요."


아.. 이건 내가 오늘 나에게 주고 싶은 말이었다.






"쏘쏘야, 육아를 하면서 네가 꼭 배웠으면 좋겠어.

아이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살림도 일도 모든 걸 다 잘 해내는 엄마이고 싶겠지만,

네가 불가능한 그걸 애쓰면 애쓸수록 더 마음에 힘만 잔뜩 들어가고, 버겁고 힘들어질 거라는 걸.  


아이들은 너에게 실망하고, 아쉬워할 수도 있어.

너 역시도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후회되고, 화가 날 수도 있어.

네가 한 선택들이 좋지 않은 결과를 당연히 불러올 수도 있어.

그럼 또 오늘처럼 죄책감이나 자괴감과 같은 감정들이 막 올라오겠지.


그런데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야.

그게 인생이고 육안데 어쩌겠어. 받아들여야지.


이런저런 부족함이 있어도 엄마의 자리를 지키려고 애쓰는 과정 속에서

너는 이만하면 괜찮은, 충분히 좋은 엄마로 아이들 옆에 있는 거야. 그거면 괜찮아.


그러니 오늘 같은 일들이 좀 일어난다 해도 괜찮아."






강의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은 한결 편안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언제 울었냐는 듯, 나를 향해 뛰어오는 아이들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봐, 괜찮잖아."  


늦은 육퇴를 하고, 아이들을 바라보는데 그저 사랑스럽다.


내가 뭐라고 이렇게 날 반기고 필요로 할까.

이 나이 대의 얘네들은 계산 없이 날 사랑한다.

내가 좀 잘 못하고, 실수해도 개의치 않는다.


내가 잘해서라기보단 내 존재 자체로 실망하든 좌절하든 속없이 사랑해 준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배운다.




완벽하지 않아도 날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주는 아이들이 있어서,

최선을 다해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던 오늘의 육아도, 내 하루도..

힘을 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나를 바라봐 주는 시선을 닮은,

나 스스로에게 그런 존재이고 싶다.






-최선을 다해도 버겁게 느껴지는 날이 있으신가요?

-그럴 땐, 어떻게 나를 위로하나요?


오늘의 일기가 저와 비슷한 하루를 보낸 엄마들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닿아 위로가 될 수 있길..


오늘도 애 많이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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