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나도 모르게 힘들었나 보다.
많은 일들을 정신없게 보냈었는데, 나도 모르게 지쳤나 보다.
나를 위한 이야기인데도 그리 좋게 생각되지 않았다. 사람이라는 게 완벽하지 않는데 나를 향한 조언이 곧 나를 향한 날카로운 칼날 같았다.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인데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나의 연약함을 고스란히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미치도록 마음이 무거웠다. 나를 위한 이야기라고 하지만, 그 말 자체가 참으로 날카롭게만 느껴질 뿐이다. 차 안에서 느껴지는 그 답답함이 내 목을 조이는 듯한 기분이었다.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벌써부터 평가해 버린 나의 초라한 모습이 어떠한 변명도 이야기도 할 수가 없었다.
나를 잘 안다고 해서, 나를 위한 이야기라고 해서 뱉어버린 말 한마디가 참으로 쓰디쓰다.
상담을 전공했던 한 사람과 일을 한 적이 있었다. 상담을 할 줄 아는 그의 모습이 상상했던 모습과 참 달랐다. 상담도구를 통해 상대방을 그저 판단해 버리고, 판단해 버려서 상대방의 이야기조차 배제하고 왜곡해 버리기 일쑤였다. 그의 시선이 참으로 날카롭게 느껴져서, 단지 그의 생각과 경험으로만 나를 판단하는 것 같아 얼마나 불쾌했는지 모른다.
잘 알지도 모르는데 내가 좀 더 안다며, 상담 기술을 배웠다면 섣불리 판단해 버리고 조언하는 그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워 보였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또다시 보게 되었다.
나의 이야기를 듣기는커녕, 벌써부터 판단해 버린 그의 시선과 말이 너무나도 힘이 들었다.
뛰쳐나가고 싶을 정도로 그 자리가 참으로 어려웠다.
사람이 살다 보면 부족한 점도 많이 나타날 텐데, 사람인지라 완벽하지 못했을 텐데 나를 향한 조언이 도리어 상처로 남게 된다.
부족한 사람인데 제법 많은 일들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버겁기만 한 일들을 그저 붙잡으면서 억지로 이어간다. 휴식도 없이, 밤낯을 가릴 것이 없이 온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것이 맘 같이 않게 제대로 안 되는 듯하다.
아침 새벽부터 시작한 일들을 하면서 내가 무엇 때문에 이런 일들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는 일들이 참으로 버겁기만 한다. 그런데 내가 결정해서 하는 일이라 군말 없이 하기는 하지만, 너무나도 커버린 지금의 상황이 참으로 어렵게만 느껴진다.
쉬고 싶어도 쉬면 늦쳐질 수 있다며 나를 채찍질을 하는 내 모습이 참으로 잔인하기만 한다.
어릴 적부터 왜 이리 욕심이 많은지? 하고 싶은 일이 왜 이리 많은지? 아직도 부족한 나인데도 버거워 힘들어하는데도 여전히 무엇인가 하려고 하는 내 모습이 그저 안쓰럽다.
그런데 탈이 났나 보다. 휴일도 반납하면서 애써 일을 하고 있는데 된통 탈이 나고 말았다.
탈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나름 숨기고 있었다. 바쁘게 사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그저 그렇게 살았다.
그런 상황에 놓인 나에게 상대방의 조언이 그리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쓰던지 그저 뱉고 싶을 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나를 위한 그 이야기가 참으로 싫었다. 나도 알고 있고 지금까지 무단히 노력했는데도 잘 고쳐지지 않았던 부분인데, 밖으로 나와 뱉어 나오는 순간 너무나도 창피하면서도 애써 숨기고 싶은 마음이 솔직히 컸다.
나도 잘 알고 있는 부분인데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게 아니라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더 큰 상처로 돌아온 그 말이 나를 주저앉게 했다. 나를 위한다면 그 이야기가 아니라 나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을 하면 더 좋았을 텐데...
정신없이 보낸 하루, 느지막하게 한 퇴근길
내가 언제까지 이 길을 걸어야 하며, 그 일들을 감당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아무런 격려와 칭찬을 받지 못하고 오로지 비난의 말을 들어서 그런지 멍한 기분이 정말 뿌옇게 가득 찼다.
내 앞길이 보이지 않고, 때론 이 길이 참으로 무서워서 급히 멈추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가족들이 나를 기다리는 것 같지 않고 어깨 위에 무거운 짐을 가득 앉고 들어오는 듯한 큰 부담감 때문에 집에 오자마자 주저앉았다. 조금이나마 반갑게 맞이해줬으면 좋겠는데, 나의 존재가 이런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참 씁쓸하기만 했다.
주저앉아 손에 쥔 핸드폰을 보면서, 재미는 없지만 멍하게 영상을 보면서 나름 한숨을 쉬게 된다. 그런데 이런 여유도 부리지 못한 채 쉬고만 있는 것이 참으로 불편했는지 아들 여석이 아빠를 향해 한마디를 건넨다. 왜 동생들을 돌보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일하고 돌아온 아이의 말한다미가 참 힘들었다. 옳은 말을 건네었겠지만 그 말이 또다시 씁쓸했다. 아빠 힘들어서 그랬어라고 댓 구도 못했다.
참다 참다 결국 폭발해 버렸다. 아이들에게 정말 크게 소리를 질러 버렸다.
평소와 다르게 소리를 크게 지른 모습을 본 우리 아이들을 온몸이 얼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소리를 계속 질러도 아빠만 쳐다보는 아이들의 눈을 보면서 내가 지금 대단히 큰 일을 벌어지게 만들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된다. 그런데 늦어버렸다. 겁에 질려버린 아이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준 것 같았다.
괜히 아이에게 퍼부어 버렸다. 나 지금 힘들다며 괜히 아이에게 소리를 질러 버린 것이다.
수습도 되지 않고 바닥에 쏟아 버린 나의 분노들을 다시 주어 담을 수도 없었다.
저녁 늦게 퇴근한 아내에게 내가 얼마나 힘들었지만 어린아이인 양 말해버렸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을 이야기하며, 참으로 미안하게도 수습해 주기를 바랐다. 벌써부터 아내에게 아이들로부터 문자를 받았단다. 화를 너무나도 낸 아빠가 너무나도 무섭다고..
사실 많이 힘들었다. 버겁기도 했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주저앉고 싶었다.
솔직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가장으로서, 나의 자리에서 주어진 업무 등을 잘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부담감도 적지 않았다. 잘하면 좋으련만 참으로 부족한 사람인지라 그것조차 부담감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최근 들어 더욱 많은 일들을 해내어 갔다. 내가 이 정도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참 정신없게 보냈었다. 그런데 그것이 탈이 난 것 같다.
솔직한 내 마음은 누군가에 잘하는 모습과 함께 몇 년 전 잊히지 않는 그 상처들을 단지 회복하고 싶고, 보란 듯이 보여 주고 싶은 마음이 컸는지 욕심을 더욱 부렸던 것 같다.
그런데 지칠 때로 지쳐서 그런지, 위로받고 싶고 격려받고 싶은데 어느 하나 조언과 날카로운 지적질은 나를 더욱 힘들게만 했다.
“너 잘하고 있어!”
“너 참 잘하고 있어!”
“힘들지? 많이 힘들지?” 이런 한마디를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잘하고 있는 것에 칭찬보다는 열심을 다하는 나를 향해 작은 위로와 응원이 필요했었다. 그 이야기를 실제 듣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나에게 적지 않은 조언들과 말들이 도리어 힘들게 느꼈던 것 같다.
사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잘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고, 내가 가야 할 길이 온전히 잘 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도 모르게 불쑥 뱉어버린 분노
나도 모르게 힘들어가는 모습과 마음을 읽여졌을 때
잠시 멈추고, 내 마음부터 채워가는 것이 먼저 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다고 잠시 쉬어가자고 이야기하는 내 마음을 먼저 들어줘야겠다는 마음이 오늘따라 더욱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