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테넷>이 선사하는 코스 요리
통상 과거의 일을 바꾸면 미래에, 그러니까 지금의 현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인식은 <빽 투 더 퓨쳐>에서 차용했으며 일종의 통념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와는 다르게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시간 여행에 평행 우주관을 얹어 특정 과거로부터 뻗어나가 도달하는 미래가 여러 방향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테넷> 또한 여지는 남겼으나, 궁극적인 중심의 틀은 단 하나의 타임라인에 두고 있다.
‘과거로 가서 내 할아버지를 죽이면, 나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라는 할아버지의 역설은 <테넷>이 무심히 안고 가는 패러다임이다. 닐이 언급한 ‘일어난 일은 일어난 것이다’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다.
그러니까 한 줄로 이어진 과거-현재-미래는, 우리가 보는 시점에서 모두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는 쪽으로 생각하는 게 알맞을 테다.
이 타임라인을 이야기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이가 바로 닐이다. 오페라 공연장에서 처음으로 인버전 시식을 선사하여 주도자의 생존을 돕고, 이후 인도에선 음료 취향까지 꿰며 보통의 존재가 아님을 지그시 나타내기도 한다.
우리는 이때를 기점으로, 보바통 졸업 후 연구원이 된 플뢰르 델라쿠르로부터 본격적인 인버전 애피타이저를 받아먹은 사실을 되새기며, 앞으로 펼쳐질 인버전 코스에 단단히 각오를 다져야 한다.
프리포트에서 회전문을 통해 들어온 괴한 둘과 사투를 벌이는 주도자와 닐, 캣을 살리기 위해 들어간 프리포트에서 회전문을 격으로 통과하여 주도자와 닐을 차례로 상대하는 주도자.
241을 빼내는 작전 중 역주행하는 사토르와 교전하는 주도자, 주도자와 사토르 사이에 끼어 전복된 후 저체온증 루트를 타는 주도자.
맥스와 함께 요트로 돌아오는 도중 어떤 여자가 바다로 다이빙하는 걸 목격 후 사토르가 보이지 않음을 깨달은 캣, 작전 신호를 어기고 사토르를 죽인 후 바다로 다이빙하는 캣.
레드팀의 동굴 진입을 막기 위해 회전문 통과 후 경적을 울리는 닐, 주도자 대신 총을 맞고 입구로 사라지는 닐, 차에 건 고리로 주도자와 아이브스를 탈출시키는 닐, 작전 성공 후 주도자를 구하기 위해 회전문으로 향하는 닐.
피케이와 카 체이싱을 음미한 후 닐이 요리한 이 레드 블루 메인을 와그작 베어 물고 나면, 금세 눈가가 촉촉해진다. 현 장소를 전화로 알리는 캣, 전화를 받은 후 돌아가 캣의 죽음을 막는 주도자의 디저트 또한 달콤씁쓸하다.
뿌린 건 모두 회수했다. 뿌린 후에 회수하진 않았고, 회수하면서 뿌리지도 않았다. 선후 관계없이 인과 관계없이 모두 하나의 이야기였다. 하나이자 전부였고, 그렇게 일어난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