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층의 의문, 세 번의 만남, 세 개의 뒤통수

영화 <도망친 여자> 2019, 홍상수

by 제트별

여기 송아지의 눈이 아름답다고 찬양하며 야무지게 고기를 먹는 이들이 있다. 인두겁을 쓰고 어떻게 그런..!이라는 표현까지 갈 필욘 없겠다. 송아지의 눈이 아름다운 건 아름다운 거고, 고기가 맛있는 건 맛있는 거니까.


생각지 않았던 갓냥이의 등장에 마스크 속 함박웃음을 품었으나 사람’이’와 사람’도’의 결코 끝이 날 수 없는 조사 싸움의 모양새가 긴장의 고도를 높여서 괜히 가슴이 콩닥콩닥거린다. 이 치킨게임은 스크린 밖이라는 특권을 이용하여 러닝타임에 몸을 맡기면 되겠다.



오른쪽 구석의 맥도날드 플라스틱 컵에 눈이 멈춰 섰다. 눈웃음 짓는 듯한 그 노오란색 로고는 버거킹 악개로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으며 콰트로치즈로 염불과 아멘을 대체해 당당히 매듭을 지었다. 다시 감희와 수영의 대화 볼륨을 높이고 식탁 옆 창문 인테리어에 감탄한다.

잠시 불청객이 찾아와 수치심 강의를 시작한다. 뭔가 작위적인 대사 풍에 얹어진 수치심이라는 단어는 뿜어져 나올 때마다 갑절의 수치심을 자아내게 했고, 이는 스크린 밖이라는 특권도 소용없었다. 이병헌은 김영철에게 모욕감을 줬다지만, 그는 상영관 의자에 멀쩡히 앉아있는 나에게 수치심을 줬다. 나한테 왜 그랬어요.



새벽 누나가 담배를 물었다. 그리고 마주 보고 앉아서 손잡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건 반칙이다. 똑같은 말을 몇 번이고 계속하면 진심일 리 없다는 이야기가 언뜻 공감이 가면서, 5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붙어있었다는 감희의 말 역시 진심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영화 안에서 보는 영화는 언제나 오묘한 느낌을 준다. 더불어 달시 파켓의 기척 없는 침투력은 15년 전 페널티 박스 안으로 무섭게 뛰어들어가는 램파드를 연상케 했다.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다음 영화는 부디 3층에서 시작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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