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회색 동화

영화 <소리도 없이> 2020, 홍의정

by 제트별
아니 나쁜 게 정말 맞긴 맞는데

모호함 투성이다. 극단적인 흑백으로는 더이상 돌아가지 않는 다채로운 세상이라지만, 보통이라는 단어를 비틀면 치환되는 일종의 고정관념의 언어가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을 왠지 모르게 삐걱대는 오류 지점으로 인도한다.


단순히 선악 개념에 덧씌워 보면 악이 틀림없는데, 정말 분명한데, 그들의 말과 행동이 자아내는 분위기는 2지선다를 뭉개고 틀을 주관식으로 바꿔버린다.



다채로운 척하는 회색들

그렇게 당도한 오류 지점은 초희로부터 비롯되는 사연 있는 실종이 스며들어 점층적으로 터질 거대한 폭발의 밑그림이 된다. 보통과 어울리지 않는 상황의 파편 줄기는 각 개인의 욕망 가지로도 뻗어나간다.


매사가 매끄럽고 처세의 표본을 입었던 창복은 무거운 가방을 몸에 낀 뒤 걸음에 불을 붙이고 폭발한다. 매번 후줄근한 처지에 웅크려 있던 태인은 욕심내던 양복을 입고 비로소 기지개를 켜지만, 귓속말 한마디로 인하여 옷을 물에 묻고 폭발한다.



간을 지키긴 했지만..

다시, 초희는 저 멀리서 다가오는 발걸음을 마주하고 드리워진 미소로 본심을 가린 뒤 폭발한다.


태인과 창복은 ‘그렇지만 그렇지 않다’에, 초희는 ‘그렇지 않지만 그렇다’에 이름을 새긴다.


인물이, 상황이, 환경이 빚어내는 그 다채로움으로 세상은 한층 더, 점점 더 모호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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