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쁘띠 마망>, 셀린 시아마의 마법
오도독거리는 소리에 이어 고사리 같은 손이 앞을 향한다. 과자로 한 번, 과자로 두 번, 과자로 세 번. 목이 탈 수도 있으니 음료로 네 번. 목을 감싸는 두 손으로, 다섯 번.
지그시 퍼지는 미소가 그 순간을 나타낼 수 있는 모든 표현을 대체한다. 더불어 그 순간 자체가 둘을 집약하는 핵심이지 않을까. 단 몇 번의 오감으로, 시선의 교차 없이도, 주고받음의 의미를 무한하게 녹여내는 그런 관계.
'사랑스럽다' 계열의 최상급 표현을 찾지 못한 게 한이다. 초반부의 이 간식타임 씬부터 모든 객관적인 사고를 포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거기서 바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어도, 극한의 몽글몽글한 만족감을 느끼며 상영관을 빠져나왔을 거라는 생각도 진지하게 덧붙였다.
어기적어기적 혹은 뒤뚱거리는 듯한 걸음걸이, 타노스가 헐크를 뚜드릴 때보다 더 호쾌한 타격감을 보여주는 패들볼, 질레트를 위협하는 잘생긴 면도,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시간 이동, 맨손-끈-나뭇가지로 점점 진화하는 재료들, 오두막 완성 후 양손을 주머니에 넣는 다부진 포즈, 이후 둘을 포개는 뒷모습... 얼굴 가득 미소를 짓도록 만드는 수많은 부분들로 금자탑을 쌓았다.
그 무엇보다도 특별한 이 만남의 농도는, 섭리라는 틀에 묶인 보통의 우리네 삶을 과감히 풀어버리는 일종의 마법으로 인도한다. 순행과 역순행이 동시에 진행되는, 그 몽글몽글한 엔트로피의 흐름이 가득하다.
이를테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 오두막과 크레이프를 재료 삼아 추억을 만든다는 것. 때로는 정해진 역할에서 벗어난다는 것. 뒤로 난 길을 따라왔다는 것, 이미 마음에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서로의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서로가 서로의 품 안에 있다는 것.
이번에도 역시나 여지없는 셀린 시아마는 단 72분만으로도 마법을 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