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움 가득한 인생극장
괜히 마음이 가는 상영관이 있다. 굉장히 깔끔하고 쾌적하다거나, 리클라이너 뺨치게 좌석이 넓고 편하다거나, 스크린의 크기가 웅장하고 화면이 쨍하다거나 하는, 달달한 꿀엄지를 내세울 조건들을 모두 충족하지는 않는데도, 콩깍지에 씐 것처럼 그냥이라는 부사를 선두에 세우고 실실거리며 그저 좋다고 하고픈 그런 곳.
꽤 많은 상영관들을 두루두루 다녀봤노라 자신 있게 거드름을 피우며 이야기하기는 모호하지만, 그래도 그간 빨빨거리며 발자국을 태운 횟수가 나름 적지는 않다고 생각하기에, 차곡차곡 모은 그 복작복작함 속에서도 유독 한 상영관에 마음이 향하는 이유를 마냥 무시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소소한 대변을 해본다.
첫인상을 비롯 초반 몇 번의 마주함에선 그다지 깊은 인상을 받지는 못했던 게 사실이다. '쾌적함'과는 다소 거리가 먼 내부이기도 했고, 일반관-아트하우스관이 쪼개져 있는 구조도 낯선 풍경이었다. 좋았던 건 당시엔 안마 의자가 있었다는 점 정도?
본격 호감 생성 첫 단추는 아마 2019년 아카데미 기획전으로 <퍼스트 맨>을 재관람했을 때 채우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전에 용아맥으로 새겼던 압도적 울림과는 또 다른 감명을 받았달까. 더불어 라이언 고슬링의 눈을 더 깊게 들여다보자는 당시 뚜렷한 재관람의 목적이 풍족하게 달성되어 더욱 기쁘기도 했다.
시간이 좀 흐른 지금은, 예매창서부터 애정 어린 눈빛을 발사하게 되는 수순에까지 이르렀다. 상영관 자리에 앉아 조명이 꺼지면, 정적인 흐름으로 물결치는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를 마치고, 이어 자연스레 특유의 아늑함에 취하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영화들을 걸어준다는 것. 더없이 소중한 희소성이다.
2022년, CGV압구정은 IMAX관까지 소유하게 돼 그 입지를 굳혔다. 일반관 1관을 개조하여 IMAX관으로 재탄생시킨 건데, 다른 IMAX관에 비하면 스크린 크기도 상영관 크기도 아담하지만, 스크린 단차로 악명 높았던 일반관 1관을 특별관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점은 그래도 매우 특별한 묘수임이 틀림없겠다.
아쉬웠던 건 21년 말에 ART 3관을 일반관 4관으로 전환했다는 사실인데, 아무래도 당시 시기 악재와 더불어 아트하우스 타이틀을 거는 영화들의 수요가 많지 않았던 점이 크게 작용하여 결정된 사항이 아닐까 싶다. 때문에 CGV압구정은 아트하우스 전용관을 소유한 전용극장 타이틀도 반납하게 되었다.
그간 봐왔던 정보나 뉴스 기사들을 곱씹어 보면 아트하우스관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아 보인다.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도 폐관 예정이었다가 다행히 2년 계약 연장으로 우리 곁을 떠나진 않았으나, 그러한 과정을 목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씁쓸하달까.
공간의 부재를 실감하고 싶지 않은, 추억의 시간을 더욱 쌓고 싶은 그 간절한 바람이 조금 더 오래 지속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