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 이서 삽니다.

우리에 대하여

by 주뗌므

1. 우리는 조금 ‘예민’합니다



경기도 외곽이었다.


식당가 근처에 자리한 대형 베이커리 카페, 주말이면 가족 단위 손님들로 북적이는 그런 곳이었다.

종업원이 다가왔다. 주문을 받긴 했다. 말을 끊긴 했지만 무례하다고 단정 짓기엔 애매했다.

바쁘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했지만 그게 불친절이냐고 물으면 딱 잘라 말하기도 어려웠다.

그냥 뭔가 있었다. 우리를 향한 온도 같은 것.

아내와 눈이 마주쳤다.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둘 다 느꼈다.

부모님은 전혀 몰랐다.


"또 예민하게 구는 거 아니야?"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아내와 또 눈빛을 주고받았다.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설명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어머니와 다툼이 있을 때마다 돌아오는 말이 있었다.


"형이나 아빠는 아무 문제 없다는데 왜 너만 이래? 네가 너무 예민한 거야. 그냥 참어."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았다고 하면, 돌아오는 건 항상 같았다. 예민하다는 말.

그 말 한마디면 모든 게 정리됐다. 상처받은 쪽이 문제인 사람이 됐다.

집안 분위기가 이상해지면 그건 늘 예민한 쪽 탓이었다.

오래 그 말을 들으며 자랐더니 어느 순간 스스로도 믿게 됐다.

집 안에 던져진 골칫덩어리, 문제덩어리가 바로 자신이라고.


아내도 다르지 않았다.

처제와 다툼이 생길 때마다 장모님은 아내에게 말했다.

네가 예민해서 그렇다고. 아내도 오래 그 말을 들으며 자랐다.

아내도 스스로를 집 안의 골칫덩어리라고 생각하며 자랐다.


그런 둘이 만났다.


딱히 어떤 순간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연애를 하면서 서서히였다.

같은 지점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같은 말에 상처받고, 같은 말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그 말을 쓰지 않기로 했다.

굳이 어느 날을 기억하지 않아도 됐다.

서로가 서로에게 예민하다는 말 대신 그냥 인정하기로 했다.

조금 더 선명하게 느끼는 사람들이라고.

그게 잘못이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