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어택 Mar 19. 2020

교통비 만원이 들더라도 마스크는 약국에서 사겠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가 온 국민의 관심사입니다. 사상 초유의 5부제를 시행했지만 일주일에 2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온라인몰 등에서 추가로 마스크를 구입하려고 해도 마스크의 초과 수요로 인해 마스크 시세는 화가 날 정도로 올라버렸습니다. 폭리를 취하지 않고 마스크를 이전 가격과 동일하게 판매하려는 판매처도 있지만 실제로 구매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일반 판매자들에게 구매하려면 요즘에는 마스크 1장당 4천원에도 구하기 힘들고 5~6천원이 일반적인 시세가 되어버렸습니다.


저도 몇 주째 쿠팡 등 마스크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에서 사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모두 어림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새로고침을 하느라 낭비한 시간만 수십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한 지금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공적마스크조차 구매하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그냥 아무 때나 집 근처 약국에 간다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조차 부족한 수량 때문에 어플을 통해 미리 입고 시간과 재고를 체크하고 가야 하고, 재고가 있는 약국에 간다고 해도 한참 동안 줄을 서거나 결국 허탕을 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도 이번 주에 집 근처 약국에 갔다가 허탕만 치고 결국 버스 타고 다른 약국에 가서 구매를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쿠팡에서 수백 수천번 새로고침 하거나 버스 타고 다른 약국까지 가서 구매할 바에야, 차라리 마음 편하게 개당 5천원짜리 마스크를 구매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대학에서도 수학을 전공하고 보험회사에서 일하는 저의 직업병 때문인지, 저는 일상생활에서도 돈과 시간의 효용을 따져 의사결정을 하곤 합니다. 혹시라도 저의 이전 글들을 읽어본 분이라면 어떤 의미인지 아실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 글은 휴일이 소중한 직장인이라면 돈이 더 들더라도 택시를 타서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것보다 합리적이라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는 이런 글을 써 놓고서, 지금은 쿠팡에서 마스크를 사려고 새로고침을 하느라 몇 시간을 날리기도 하고 심지어 마스크를 사기 위해 버스 타고 약국에 가다니요? 시간과 돈의 효용을 따져 행동하는 '합리적인 경제 주체'라면 여기에 시간과 교통비를 허비할 바에야 그냥 온라인으로 개당 5천원짜리 마스크를 사는 것이 합리적인 것 아닐까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곧이어 제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돈이고 효용이고 개나 줘버려!


경제학의 논리대로라면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재화의 가격이 정해지므로, 지금과 같은 초과 수요의 상태에서 마스크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마스크 시장은 이미 경제 논리를 벗어난 상황입니다.


정부에서는 자유주의 경제의 폐단을 막기 위해 매점매석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미 많은 제조업자와 판매업자들이 매점매석으로 제재를 받고 있습니다. 쿠팡과 같이 경제 논리대로 움직이지 않고 약국보다도 마스크를 싸게 판매하는 '착한 판매자'가 나타나고 있는데, 여기에도 매크로를 이용하여 매점매석을 하려는 사람들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게다가 국가가 가격을 통제하지 않을까 기대했더니, 그게 아니라 사상 초유의 5부제를 시행하였습니다. 이미 마스크 시장은 비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온라인에서는 마스크 가격이 상승했을 뿐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정기적인 소득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한 달에 마스크 20개를 온라인으로 구매해도 10만원 내외이기 때문에, 분하겠지만 마스크가 정말 필요하다면 사지 못할 정도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돈이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마스크를 구매할수록 마스크의 가격은 계속 오르게 됩니다.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니더라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대란에 동조하게 되는 것입니다.


정말 필요한 사람은 어쩔 수 없겠죠. 하지만 우선은 약국에서 사려는 노력을 해보고 그래도 더 필요할 때만 비싼 마스크를 구입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마스크는 사람들의 건강, 생명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마스크 대란이 계속된다면 결국 돈이 없는 취약계층부터 마스크를 벗기 시작할 것입니다. 마스크로 폭리를 취하려는 업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결국 그들의 이기적인 행동들로 인해 자신의 부모가, 아이들이, 소중한 가족들이 아프고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효용이나 당장 내 주머니의 돈보다도 더 중요한 가치는 나와 내 가족들의 생명이고, 이 생명을 지켜줄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것이 '정의'입니다.


그래서 저는 마스크가 필요하더라도, 내 주머니에 마스크를 살 돈이 있더라도, 폭리를 취하는 업자들에게 마스크를 구매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때로는 약국에서 허탕을 치고 줄을 서다가 시간을 낭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버스를 타고 다른 약국에 가느라 교통비가 더 많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당장 나 하나 실천한다고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것이 '정의'를 위한 작은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마스크를 부당하게 비싼 값에 팔지도, 사지도 않아야 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럴 때는 택시 타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