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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어택 Dec 24. 2022

통계적으로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복권이 있다?

몬티 홀 문제와 스피또


 간혹 온라인 홈페이지를 보다 보면 로또복권의 당첨 번호를 예측해 준다는 광고를 볼 수 있다. 통계적 기법으로 당첨 확률이 높은 번호를 예측할 수 있다면서 일정 금액을 받고 번호를 알려주는 것이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지금까지 특정 번호가 많이 나왔다고 해서, 다음번에 그 번호가 나올 가능성이 높거나 낮다고 생각하는 것을 수학에서는 도박사의 오류라고 한다. 로또는 매 회마다 45개의 공 중 6개의 공을 랜덤하게 추출하기 때문에, 기존의 통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꼭 수학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아도 이러한 서비스를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쉽게 생각해볼 수 있다. 로또는 당첨금액 중 일정 비율을 1등 당첨자들끼리 나누어 갖는 구조이다. 로또에 당첨되었을 때 당첨금액이 가장 높은 경우는 혼자서 1등에 당첨된 경우이다. 1등 당첨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당첨금액은 낮아진다. 따라서 정말로 로또 당첨번호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본인 혼자 그 1등 번호를 여러 장 사는 것이 당첨금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다. 그 번호를 돈을 다른 사람에게 파는 것은 바보 같은 행동이므로, 당첨번호 예측이 가능하다고 해서 몇천원~몇만원에 번호를 판매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복권은 정말로 운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인가? 로또는 그렇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로또와는 달리, 통계적으로 정말로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복권이 있다. 바로 즉석식 복권인 스피또이다.


 여기 아래에 긁지 않은 스피또 2장이 있다. 서로 다른 시기에 구매한 같은 회차의 복권이다. 그런데 아래 스피또 두 장의 당첨 확률은 통계적으로 서로 다르다. 오른쪽 복권이 왼쪽 복권보다 당첨 확률이 2배 이상 높은 복권이다.



 아직 긁지 않은 같은 회차 복권인데 어떻게 확률이 다르다는 것일까? 얼핏 생각해보면 스피또야말로 당첨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 없는 복권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스피또의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열쇠는 스피또의 출고율이다. 출고율은 스피또의 발행량 중 판매기관인 동행복권에서 판매점으로 공급한 복권의 비율을 의미한다. 동행복권의 홈페이지에서는 스피또의 출고율과 함께 남은 당첨 매수를 공개한다.


 그렇다면 출고율을 이용해서 스피또의 당첨 확률을 정말로 높일 수 있는 것일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학에서 유명한 문제 중 하나인 몬티 홀 문제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몬티 홀 문제
 지금 내 앞에 3개의 문이 놓여 있다. 하나의 문 뒤에는 자동차가, 나머지 두 개의 문 뒤에는 염소가 있다. 나에게는 하나의 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염소를 고른다면 꽝이고, 만약 자동차가 있는 문을 고른다면 나는 상품으로 자동차를 얻게 된다.

 나는 첫 번째 문을 골랐다. 곧이어 사회자는 세 번째 문을 열어 뒤에 염소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제 자동차는 첫 번째 문 뒤에 있거나, 두 번째 문 뒤에 있을 것이다. 이때 사회자는 나에게 두 번째 문으로 선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D.P.>의 한 장면

실제로 이런 상황이 된다면 많은 사람들은 선택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얼핏 보기에 선택을 바꾸든 바꾸지 않은 확률은 똑같이 1/2일 것 같아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경우 괜히 선택을 바꿨다가 당첨을 놓치면 더 억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


 몬티홀 문제의 정답은 '두 번째 문으로 선택을 바꿀 경우 당첨 확률이 두 배로 증가한다.'이다. 최초 나는 아무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문 3개 중 하나를 골랐으므로 당첨 확률은 1/3이었다. 다른 문 하나가 꽝이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서 내가 고른 문의 당첨 확률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3개 중 내가 고르지 않은 2개의 문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꽝이라는 정보를 추가적으로 알게 되었으므로, 두 번째 문이 당첨일 확률은 2/3로 증가하게 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D.P.>의 한 장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은 문이 두 개라고 해서 각 당첨 확률이 1/2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처음 고른 문은 3개 중 하나를 고른 것이기 때문에 당첨 확률은 계속해서 1/3이다. 그리고 사회자는 남은 2개의 문(각 당첨 확률 1/3) 중 어느 문이 꽝인지 아는 상태에서 꽝인 문을 열었기 때문에 남은 두 번째 문이 당첨일 확률은 두 개의 문이 당첨일 확률을 더한 2/3가 되는 것이다. 즉, 아직 어느 것이 당첨인지 알 수는 없지만, 열지 않은 첫 번째 문과 두 번째 문은 당첨 확률이 서로 다른 상황이 된다.




 이제 다시 스피또로 돌아와 보자. 스피또1000의 1등 당첨(5억원)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스피또의 한 회차 발행량 4,500만 장 중 1등 당첨복권은 9매 존재하므로, 기본적으로 스피또의 1등 당첨 확률은 1/5,000,000 이 된다.


 오늘 내가 집 앞에 있는 복권 판매점에 방문해서 스피또 한 장을 구매했다고 해 보자. 스피또의 출고율 정보를 전혀 모르거나, 아니면 출고율이 0%인 상황이다. 지금 스피또를 한 장 구매한다면, 스피또의 1등 당첨 확률은 1/5,000,000이다. 몬티 홀 문제에서 1번 문의 당첨 확률이 1/3인 것과 같다.


   - 당첨 확률  =  9/45,000,000  =  1/5,000,000  = 0.00002%


 그리고 얼마 지난 뒤 그 회차 스피또의 출고율을 확인해 보았다. 출고율이 65%가 되었다. 그런데 아직 1등 복권이 7장 남아 있다. 이제 다시 당첨 확률을 계산해볼 수 있다. 출고율의 소수점은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4,500만 장 중 대략 1,575만장이 남아 있을 것이다.


   - 당첨 확률   7/15,750,000 ≒ 0.0000444%  >  0.00002%


스피또의 출고율 및 남은 당첨 매수


  1등 당첨 확률이 처음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을 몬티 홀 문제에 비유해 보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가 있는 문보다는 염소가 있는 문을 열었고, 그 덕에 남은 문 중에서는 자동차가 들어있을 확률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만약 출고율을 알게 된 이 상황에 아직 팔리지 않은 복권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몬티 홀 문제와 마찬가지로, 바꾸는 것이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이미 구매한 복권은 교환할 수 없지만, 우리는 매 회차마다 이렇게 출고율을 공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출고율을 모를 때 스피또를 구매하지 않고 출고율을 통해 당첨 확률이 높아졌을 때 구매한다면, 몬티 홀 문제에서 두 번째 문으로 선택을 바꾼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위에서 소개한 스피또에서 왼쪽 복권은 회차가 출시된 직후, 출고율이 공개되기 전에 구매한 복권이다. 따라서 당첨 확률은 1/5,000,000(0.00002%)이 된다. 그리고 오른쪽 복권은 위의 예시와 같이 출고율이 65%가 되고 1등 매수가 7장 남아있을 때 구매한 복권이다. 따라서 당첨 확률은 대략 7/1,575,000(약 0.00004%)이 된다. 왼쪽 복권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물론 당첨을 기대하기에는 여전히 높은 확률은 아니다 ㅠㅠ)


 이처럼 스피또의 출고율을 몬티 홀 문제에 비유해 보면, 아직 복권을 긁기 전에도 당첨 확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출고율을 통해 당첨 확률을 높이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


 그렇다면 스피또의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항상 이렇게 출고율을 믿고 전략을 세워야 하는 것일까? 사실 여기에는 허점이 존재한다. 이론적으로 공개되는 출고율과 당첨 매수가 정확하다면 당첨확률이 높아지는 게 확실하지만, 출고율과 남은 당첨 매수에는 시차가 존재한다.


동행복권 홈페이지에 공지된 스피또 출고율 정보


 동행복권 홈페이지의 안내정보를 보면, 출고율은 출고량을 발행량으로 나눈 값으로 구하는데, 여기서 출고량은 판매점에 공급한 수량이지 실제 판매된 수량이 아니다. 따라서 출고율은 실제보다는 높게 산정될 수밖에 없다.


 또한 남은 수량은 총 발행된 당첨 매수에서 실제 지급된 당첨매수를 차감하는데, 이것은 당첨자가 실제로 상금을 지급받아야 남은 수량에서 차감된다. 즉, 남은 수량 중에서 아직 복권을 긁지 않았거나, 당첨되었는데 지급을 받지 않았을 뿐 이미 판매점에서 사라진 복권이 존재할 수 있다. 역시 출고율과 당첨 매수로 확률을 계산한다면 당첨확률이 높게 산정될 수 있다.


 게다가 업데이트 주기도 실시간이 아니라 주 1회이니, 시간적인 오차 때문에 당첨 확률을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다.




 복권방에 가 보면 로또복권의 당첨번호를 가지고 깊게 고민하거나 분석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당첨확률을 높이기 위해 통계적으로 분석을 하고자 한다면 이왕이면 로또보다는 출고율 정보가 있는 스피또가 낫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이 역시 허점과 왜곡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니, 복권 당첨을 위해 너무 깊은 고민을 하거나 시간을 쓰기보다는, 그저 기부와 재미를 위해 가볍게 소액으로 즐기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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