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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is voice Oct 21. 2021

1. 일 안 하고 뭐하냐!

ft. 융프라우 신라면을 (먹고 싶었을) 덕선이 엄마

오늘 같이 볼 기사는 청년들의 성향에 대해 모옵~!~시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같이 볼까요?


<걱정되는 워라밸 신드롬>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29/2018012902952.html     


2018년 1월에 쓴 건데요, 융프라우에서 신라면을 팔고 지중해 고급 호텔에 한국어 안내문(물론 오역이지만)이 있을 정도로 한국인이 많다고 하네요. 특히 청년들이 비싼 호텔, 화려한 복장으로 여행을 즐기고 있는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답니다. 왜 충격을 받은 걸까요? 바로 이 부분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워라밸과 욜로도 좋지만 이렇게 흥청망청해도 될까 

-청년 세대가 인생의 가치를 일이 아니라 여가에서 찾는다면 미래가 암울하다 


나라에 대해, 청년들에 대해 크게 걱정하고 계시는 이 내용, 어떻게 봐야 할까요? 

청년들이 일하려 하지 않는 것이 흥청망청 놀기 좋아하는 성향 때문일까요? 개인이 노동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 것은 '요새 것들'의 불성실 때문일까요? 청년 개인과 집단에게 그 책임을 묻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요? 


70년대 경제개발계획을 수립한 한국은 산업 발전을 위한 자본이 필요했습니다. 외국의 원조 경제가 가진 한계를 대신할 국내 자본이 동원되었습니다. 못 먹고 못 입으며 모은 쌈짓돈, 저축이죠. 1964년 저축의 날을 지정하고 7-80년대 저축은 최전성기를 맞았습니다. 대규모 토지개발, 아파트 건축과 맞물리면서 내 집 마련 붐이 일었죠. 근로자 재산형성의 지름길은 20%를 상회하는 저축이었습니다. 



드라마 응팔(보검복지부 ㅜㅜ )에 등장하는 덕선이네는 박봉에도 ‘’ 연 15%밖에 안 되는 ‘’ 예금으로 알뜰살뜰 돈을 모아 집을 샀습니다. 경제발전을 위한 국내 자본 마련을 위해 금융혜택과 각종 세금 면제 제도를 쏟아부은 덕분이었습니다. 개인이 노력하고 투자한 만큼 상위 계층으로 이동하거나 자산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사회구조로부터 주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어렸을 때 읽었던 <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근면과 성실이 부모 세대보다 여유롭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데도 불구하고 게으른 태도를 선택한 이들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나타난 IMF 사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국제적 금융 위기를 겪으며 경제 성장률이 급속도로 떨어졌습니다. 2020년 제1 금융권 1년 만기 예금 이자는 모두 연 1%대입니다. 장기적인 경제 침체 현상으로 인해 이제는 부모세대만큼 치열하게 일해도 그만한 보상이 따르지 못합니다.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상황, 그리고 저성장, 기회 불평등, 경쟁 심화의 시대에서 일자리를 얻기 어려운 청년들이 미래를 내다보면서 현재 허리띠를 졸라매기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한 마디로 늦게 태어난 청년들이 겪는 기회의 불평등 때문에 미래를 위한 저축과 투자를 할 동력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소확행, 대충 살자 시리즈, 휘게 라이프, 무민 시대 열풍은 이래서 우리 곁에 한층 가까이 오게 되었습니다. 



물론 자신이 직업을 선택하지 않는 문제를 정부나 사회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이고 국가가 억지로 노동력이 부족한 곳에 배치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청년들의 근로에 대한 의욕이 약해진 것을 개인의 불성실함으로만 해석하는 건 지금의 장년들보다 늦게 태어나서 기회를 얻지 못한 청년들에 대한 일방적인 비난은 아닐까요? 


복잡, 다양해진 집단 및 개인의 요구, 급변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개인의 경험은 개인의 노력이나 성향만이 아니라, 사회구조, 개인 외부로부터 오는 영향력에 의해서도 크게 결정됩니다. 문제의 원인은 굉장히 다각적이고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으로는 쉽게 단언하기 어렵죠. 노동에 더 가치를 두는 근면함을 가지라고 개인과 집단에게 요구하려면 그런 태도를 택하게 한 사회구조, 역사적 배경, 그리고 공공의 문제에 대해서도 같이 조명해야 한다는 겁니다. 

라이트 밀즈(Charles Wright Mills, 1916-1962)

이렇게 개인의 선택, 하나의 현상이 역사와 사회구조, 내가 둘러싸여 살아가는 집단 내 상호작용의 맥락에서 어떻게 구성된 것인지 사고하는 능력을 

사회학적 상상력이라고 합니다. 

라이트 밀즈는 사회학적 상상력에 대해 '가장 비개인적이고 관계가 먼 지역에서 일어난 변환에서 가장 친밀한 인간 주체의 속성까지 아우르는 능력이며, 또한 그 둘 간의 관계를 볼 줄 아는 능력'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나만의 특징과 본성으로 알고 있는 부분이 사회적,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알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있다는 거죠. 어려운 얘기 해서 사람 복잡하게 만든 분 같은데 꽤나 친근한 아저씨 인상입니다 ^^;  





사회학적 상상력, 어디에 써먹을까요? 
다양한 집단, 다양한 가치관이 부딪히는 오늘날 개인의 문제는 사회 전체 공공의 문제로, 공공의 문제는 다시 다양한 개인들의 문제로 전환해서 이해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사안에 대해 균형있게 이해하고, 실질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능력이 되어줄 겁니다. 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이해하고 싶을 때,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 전체 사회와 개인의 역사를 교차해서 보려는 사회학적 상상력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오늘도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옵니다. 보고 듣는 모습도 많습니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보다는, 쟨 왜 저래 개인을 비난하는데서 끝나기보다 왜 저렇게 선택한 걸까, 어떤 맥락과 원인들이 영향을 미친 걸까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넘어가 봅시다. 다양한 원인을 안다는 건 현명한 대안을 발견하게 해 주거든요. 


* 근면성실함은 우리 부모님 세대의 헌신이었습니다. 이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갑자기 엄마 아빠가 보고 싶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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