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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is voice Jun 23. 2022

15. 아빠는 사줄 수 없었던 스테이크

이토록 솔직한 교육이야기 4

재능이 있고, 환경이 갖춰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누구나 노력하면 나처럼 될 수 있다’고 말해요. 하지만 재능이 없고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이들이 우수한 성과를 못 거둔 건, 노력부족 때문만은 아닙니다. 

모든 사람의 출발선이 다 같을 수 없고, 심지어 재능이 있는 이들이 노력을 안 하는 것도 아니니 

재능있는 이들과 없는 이들이, 우월한 환경에 있는 이들과 그럴 수 없는 이들이 

같은 계층이 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인생을 위해 누구나 노력하고 애써야겠죠. 이 얘기는 나중에 다시 다뤄봐요.


성적이 좋은 사람은 적어도 성적이 나쁜 사람보다는 더 쉽게, 빨리 좋은 지위로 올라갈 수 있을 겁니다. 

능력(있음)이 증명된 거니까요. 

성적이 나쁜 사람, 공부를 하지 않은(못한) 사람은 누구나 원하는 부를 이루기 어려울 겁니다. 

능력(없음)이 증명된 거니까요. 

그럼 생각해봅시다. 

시험 성적으로 능력을 증명한 사람과 시험 성적이 좋지 않은 사람 간에 

얼마나 보상의 차이가 나면 정당하고 공정한 걸까요? 

대학을 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 

얼마나 보상의 차이가 나면 정당하고 공정한 걸까요? 


한 의대생이 난생 처음 아웃백에 갔습니다. 온 가족이 스테이크 앞에서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죠. 

http://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319707

아빠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어마어마한 악조건과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고통, 압박감 속에서도 끝끝내 아이들을 지켜냈습니다. 아빠 개인의 삶은 전혀 없었을 겁니다. 매일매일이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무게였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지중지 키워내고, 게다가 두 딸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어가면서 함께 살아냅니다. 예상치도 못한 그 사고 앞에서 언니도 자기 삶의 기회를 포기했습니다. 막내를 위해서요. 

그 결과가 연대 의대 정시 현역입니다. 정말 따뜻한 가족들의 사랑이 느껴집니다. 진심으로 이 가족이 잘 되기를 바랍니다. 


다만... 마음이 한편 또 아픈 것은.... 

이 학생이 쓴 것처럼 아빠는 죽도록 일했지만 죽지 않을만큼만 벌 수 있었습니다. 

아빠는 공부를 잘 할 재능이 없었고, 대학 합격이라는 성과를 거둘 수 없었습니다. 

딸은 이제 막 대학 문에 들어선 학생인데도 그보다 훨씬 벌기 시작했죠. 

아빠는 간절하고 절실하게 노력했지만 아이들에게 치킨 한 마리 사주는 것도, 재능많은 딸에게 도전할 기회를 열어주는 것 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다리를 다치는 순간 이 가족은 아버지를 걱정할 겨를도 없이 절박함 앞에 서게 되었어요. 

생산 현장에서 육체 노동에 종사하는 블루 칼라와 사무직에 종사하는 화이트 칼라 간의 임금 격차가 

현저하게 발견되는 순간입니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공부에 투자한 시간과 비용, 노력이 

가족의 생계를 잇기 위한 육체 노동에 투자한 시간과 비용, 노력에 비해 

더 높은 가치로 인정되는 거예요.

아빠는 왜 죽을만큼 일했지만 죽지 않을 정도로만 돈을 벌 수 있었을까요. 

아빠는 노력하지 않아서, 게을러서 딸 뒷바라지하기가 어려웠던 걸까요? 

아빠가 다쳤을 때 언니가 희생하지 않아도, 온 가족이 좌절에 빠지지 않아도 

막내가 공부할 수 없는 길은 왜 없었을까요? 


성공은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주어지나요? 그 기준은 얼마나 정당한가요? 

누구나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노력하지 않은 사람들이 불만만 많다고 말해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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