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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ris voice Jun 17. 2022

14. 성적은 (노력한 만큼) 정직하다?

이토록 솔직한 교육이야기 3

리처드와 폴라가 마지막에 처한 상황은 어떻게 다른가요? 왜 달라졌나요? 

태어날 때부터 리처드와 폴라가 각각 가진 상황들이 조금씩 쌓이면서 점점 두 사람의 차이가 벌어져갑니다. 처음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작은 것들이 조금씩 쌓이면서 더 큰 무엇인가 되었습니다. ‘작은’것들이 무엇일까요? 

공부는 ‘지력’을 키워준다고들 말합니다. 지력은 ‘기억·상상·개념적 사고 등을 활용하여 당면한 실천적·이론적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정신적-심리적 능력을 일컫는 것으로 개념적인 것에 한정된 지성(知性, intellect)보다는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사전에서 말하고 있어요. 

지력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키워냈는지,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얼마나 잘 습득되었는지 확인하고 그에 맞는 자격을 부여하기 위해 시험을 봅니다. 또는 시험을 통해 교육목표와 교육과정에 맞는 교육이 운영될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합니다. 시험은 그 단계에서의 학업성취 수준을 확인하고, 다음 단계에서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 예측하는 기능을 갖고 있기도 해요. 

학력은 학교를 다닌 경력입니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개인이 교육을 받고 공부한 정도를 학교를 다닌 경력으로 증명하기 때문에 교육받은 정도와 학력이 동일한 의미로 이해됩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교육받은 내용, 수준, 결과를 증명하고 측정하기 위해 시험을 보지요. 그래서 학력을 증명하기 위해 시험을 보고, 시험 결과로 학력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학력이 높으면, 시험 결과가 좋으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더 많은 능력을 갖고 있고 더 많이 노력했다고 판단합니다. 능력과 노력 수준이 높은 사람, 그러니까 학력과 시험 성적이 더 높은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보상받고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가야 한다는 것은 사회적 ‘상식’입니다.  


다만 우리가 고민해봐야 할 건 시험 성적이 과연 우리가 믿는 것처럼 노력과 능력, 성실함으로 결정되는가 하는 거예요. 만약 그렇지 않은데도 시험 성적이 개인의 보상을 대체로 결정한다면 공부 잘하는 사람에게 원하는 것을 얻을 자격을 주어도 된다는 사회의 약속은 오히려 부당한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만화를 혹시 보신 적이 있나요? 

  

<자료; 특권에 관한 짧은 이야기>

http://m.cafe.daum.net/ok1221/9Zdf/1323834?svc=daumapp&bucket=toros_cafe_channel_beta


리처드와 폴라가 마지막에 처한 상황은 어떻게 다른가요? 왜 달라졌나요? 

태어날 때부터 리처드와 폴라가 각각 가진 상황들이 조금씩 쌓이면서 점점 두 사람의 차이가 벌어져갑니다. 처음에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작은 것들이 조금씩 쌓이면서 더 큰 무엇인가 되었습니다. ‘작은’것들이 무엇일까요?  

    

✔ 유복한 가정(부모의 경제적 상황)

✔ 집의 환경(책, 음식, 환기, 넓이, 청결상태, 본인의 건강 등)

✔ 부모가 자녀의 교육을 위해 투자하는 내용(학습 지도, 격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의 양 등)

✔ 다니는 학교의 상태(학교의 재정과 시설, 또래 친구들의 학습에 대한 열의, 교사들의 열정과 적극성 등)

✔ 부모 자녀의 학습목표(자녀에 대한 기대수준, 자녀 스스로가 갖는 포부수준)

✔ 자녀의 첫 일자리(첫 월급의 수준, 첫 직업의 지위, 인맥 등)

✔ 자녀가 부양해야 하는 가족 인원 수(가족의 병원비, 생활비 등)

✔ 사회에 진출할 때 쓸 수 있는 자원의 양과 질(대출, 신용, 인맥, 본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기대 등)


-이 소소한 차이들 중 폴라가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서, 리처드가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능력은 몇 가지나 될까요? 

-정말 리처드는 리처드 스스로가 노력한 만큼 얻은 걸까요? 

-폴라가 노력만 했더라면 리처드와 같은 위치가 될 수 있었을까요? 

스스로 조금 더 노력했다면 리처드를 따라잡을 수 있었을까요?      


폴라의 직업이 리처드의 직업보다 더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마다 적성이 다르니까요. 잘하는 것이 다르고, 하고 싶어하는 일이 다르죠. 다만 확실한 건 리처드의 직업, 위치, 권력은 더 많은 사람들이 욕심내는 경쟁의 대상이 되지만 폴라의 위치는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본인이 실제로 얼마나 노력했는지 상관없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어떤 출발선에서 출발했는지 상관없이 '게을렀고, 노력하지 않았고, 능력이 부족했다'고 끊임없이 평가받는 상황에 놓일 겁니다. 


리처드가 노력한 것 하나 없이 가졌다고 비난받을 일은 아닙니다. 폴라의 상황에 대해 리처드가 개인적으로 잘못한 것도 아니고, 폴라만큼이나 리처드가 노력한 것도 분명히 매우 많을 겁니다. 폴라가 노력하는 동안 리처드가 놀고먹기만 한 건 아닐 거예요. 다만 리처드가 스스로의 능력만으로 높이 올라갔고 폴라는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낮은 계층에 속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면, 리처드와 폴라의 결과가 각각 개인의 노력, 능력, 성실함만으로 결정된 건 아니라는 걸 인정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리처드는 폴라를 무시하기 쉽고, 폴라 또한 스스로를 탓하거나 노력을 포기할 가능성이 큽니다. 개인이 받는 보상은 그 사람의 능력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확신할수록 보상을 적게 받는 폴라는 노력하지 않았다. 그러니 무시당할만하다고 생각하게 될 겁니다. 시험과 학력이 개인의 능력을 정확히 보여준다고 확신할수록 학력은 ‘자격’이 됩니다. 그래서 사회가 리처드에게 많은 것을 얻어도 되는‘자격’을, 폴라에게는 무시당해도 싼 ‘자격’이라는 기준을 들이대도록 허용할 수 있게 되겠죠. 폴라가 무시당할만 하다 동의하는 사회일수록 어떤 자격을 기준으로든 누군가를 무시해도 되는 사회일 겁니다. 


개인의 성적은, 학업성취 수준은 개인의 노력, 적성, 능력에 의해 얼마나 결정될 수 있을까요?

성적은 개인의 노력과 능력을 얼마나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시험 성적이 개인의 노력과 능력을 가장 많이 설명해준다고 생각하기에 시험 성적은 우리의 보상을 결정하는 가장 믿음직스런 도구로 인정받는데요....

초등학교 5학년 사회 교과에서 나온 삽화입니다. 


모든 사람은 다 다른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본인의 노력이나 능력, 적성에 상관없이 타고 태어난 조건 자체가 다르기도 하고(선천적 신체 조건), 본인의 원함과 상관없이 겪어야 하는 조건(나이어림, 나이듦, 성별, 오토바이를 살 수 있는 부모의 소득 등)이 다르기도 합니다. 동일하게 이 사회에서 태어나지만 전혀 다른 조건에서 출발하는 거죠. 


달리기에서 당연히‘가장 빨리’,‘가장 먼저’가 우승의 기준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출발할 때부터 이미 빨리 뛸 수 있는 조건을 가진 사람과, 아무리 빨리 달려도 느릴 수밖에 없는 조건을 가진 사람이 동시에 출발한다면 결과는 공정한가요? 조건에 상관없이 무조건 가장 빨리 도착한 사람이 상금을 받고, 사람들의 칭찬을 받고, 모든 이들이 그 사람처럼 되려고 노력하려 한다면 이런 사회에서 다 같이 행복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사회는 발전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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