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키우면 화목해질까요?

기억하고 싶어서 기록하는 이야기

by 쥬떼쿠트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말할 때 마다,

엄마는 "안돼. " 아빠는 "엄마한테 허락받고 와. "

동생과 나는 오랜 기간 동안 우리 집 대장인 엄마를 설득했지만 너무 완강히 거절하는 탓에 강아지 키우기는 좀처럼 쉽지 않았다. 참고로 우리 아빠는 '동물농장' 프로그램을 제일 좋아하며, 동물 사랑이 대단하다.




우리 가족은 여행도 자주 다녔었고 대화도 많이 하는 가족이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빠에게 사랑의 표현에 조금 서툴게 되었던 시기가 있었다. 아무래도 동생과 나는 고등학교 고학년 부터 스무살 무렵에 가족보다 친구가 더 좋고, 나가서 노는게 더 좋은 그런 나이였던 것 같다.

그러면서 점점 아빠와의 거리가 생기게 되었고 어느덧 필요한 말은 엄마를 통해서 아빠에게 전달하기 시작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취업도 하고 사회생활도 하며 바쁘게 살아왔던 것 같다.


아빠와 장난도 많이 치고 애교도 많이 부리던 두 딸은 어느덧 가족이라는 울타리 밖의 세상이 더 궁금했는지 소홀한 시간들이 많아졌었다.




하고 싶은 일은 하고 말아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사회생활을 하며 생활비와 적금을 제하고 월급을 어느정도 모았을 무렵 제일 먼저 그동안 바래왔던 강아지 사는 일에 돈을 썼다.

아마 내가 살면서 제일 큰 돈을 처음 써본게 이때이지 않았나 싶다.


처음에는 '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 카페를 계속 기웃거렸다.

강아지를 키우기 전 기초 지식을 쌓기 위함도 있었고, 강아지 분양도 이뤄지는 카페이기에 자주 들어갔던 것 같다. 그러다가 눈에 띈 글 하나...

부천의 한 펫샵이 올린 글이였는데, 3개월 아기 비숑이 크기가 좀 커서 분양이 되지 않는데 이러다가 안락사가 될 수도 있으니 조금 싸게 분양한다는 글이였다.

원래 비숑프리제를 너무 키우고 싶었지만 가격이 100만원이 넘기에 포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 글을 보자마자 바로 연락을 했다.

장문의 글과 함께 키우고 싶은 이유까지... (댓글이 이미 많이 달렸기에 경쟁이 치열할거라고 예상했다)

얼마 후 펫샵 직원이 연락이 왔고 지금 연락이 너무 많이 왔는데 가장 길게 문자가 와서 답변을 준다며 먼저 입금해주면 분양하게 해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은행에서 돈을 빼야 입금이 되는 상황인데 모바일뱅킹이 안되어서 먼저 보내지 못하기에 아주 다급한 상황이였다. 지금 이 글을 적으면서도 그때의 상황이 오버랩되어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이래 저래 입금을 하고 주말에 강아지를 데리러 가기로 했다. 가족에게 비밀이라서 아빠에게 데려다달라고 할 수도 없으니 부천까지 지하철을 타고 열심히 달려갔다.

작은 케이지 안에 들어있는 강아지, 케이지에서 나와서 나를 보더니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내게 걸어오던 우리 장군이의 걸음을 잊을 수가 없다.

꽤 무거운 장군이를 가방에 넣어서 지하철을 타고 함께 집으로 왔다.


장군아, 너도 나를 처음 본 그 날을 기억하니?


펫샵에서 올린 분양글에 장군이의 첫 모습

집에 데려오자 당연 아빠는 새로 자식을 낳은 것 처럼 좋아했고, 엄마는 왠 강아지냐며 노발대발했다.

그런데 어쩌겠느냐, 가족이 된 이상 키우기로 결정 되었고 장군이의 애교에 녹아 온 가족이 집에서 강아지를 중심으로 매달렸던 것 같다.


우리 집에 와줘서 고마운 장군이의 1살



누군가 강아지를 키우면 가정이 화목해지냐고 물어본 기억이 난다.


강아지를 화목함의 도구로 쓰이면 안되겠지만, 확실한건 가정에 행복을 더 불러와주는건 맞는 것 같다.

집에 오면 가장 밝고 환하게 반겨주는 강아지가 있고, 애교를 부리며 사랑꾼 역할을 톡톡히하기에...

사춘기가 온 아이들의 집에 강아지가 있다면 행복과 화목의 매개체로 가정을 더 단단히 만들어 줄 것 같다.




우리 집은 반려견 장군이 덕분에 아빠는 가족에게도 사랑표현이 늘어났고, 우리 두 딸 역시 표현에 서스럼 없어진듯 하다. 엄마는 처음에는 강아지를 키우는게 일처럼 느껴졌겠지만, 지나고 생각하면 아마도 제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어느덧 장군이는 5살이 되었고...

나는 2년 전 결혼을 하여 분가를 했는데, 나의 빈자리를 사랑하는 반려견 장군이가 잘 채워주고 있다.

지금은 부모님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바로 옆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집안 내에서 가장 쫑알대던 내가 없는 자리를 우리 장군이가 잘 채워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장군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추억이 채워질수록 장군이와 함께 할 시간이 줄어듬을 직감하고 있다.

이별에도 연습이 필요한데, 강아지와의 이별은 처음이라 잘 견뎌 낼 수 있을지...

아직 어린 강아지를 키우면서도 매일을 고민하고 있다.

아빠를 가장 많이 따르는 우리 장군이, 그렇기에 아빠의 슬픔은 배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걱정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하는 이별이라고 해서 이별에 익숙함이란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