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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쇠 Aug 15. 2023

여행자를 위한 향수, Miller et Bertaux

여행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향수로 만든다면 이런 느낌일까?  

1. 브랜드 소개:

1985년에 파리에서 두 명의 동업자가 만든 브랜드. 100ml eau de parfum에 105유로의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니치향수와 개성 강한 인디 향수 중간의 느낌이다. 니치라기에는 콘셉트가 일상적이고 가격도 비교적 높지 않고, 그저 인디 향수라고 하기에는 서정적이고 퀄리티 높은 향이 많다. 여행을 사랑하는 두 사람이 여정 중에 마주친 아름다운 순간의 이야기를 향수로 풀어낸다.  

2. 맡아본 향: menta y menta / Tulsivivah!


3. 잡담:

때는 이번 연도 4월, 같이 파리에서 공부를 하던 친구들과 이탈리아로 여행을 갔을 때이다. 숙소에 도착해서 어디를 갈지 찾아보다가 우연히 숙소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던 10 corso como라는 편집샵을 지도에서 발견했다. 한국 압구정에도 생긴 그 꼬르소 꼬모 말이다. 찾아보니 이탈리아 보그의 전 편집장이었던 까를라 소짜니가 세운 공간이었다. 나는 여행지에 가면 공간이 독특한 가게를 자주 찾아다니고는 했기에 구미가 당겼다. 아침에 부지런히 일어나서 집 앞 타바키에서 담배를 산 다음 꼬르소 꼬모로 향했다. 비싸서 뭐를 사지는 못해도 에스프레소나 한 잔 마시고 올 생각이었다.


거리 곳곳의 건물들과 풍경을 구경하다, 도착하니 9시 50분 좀 지난 시간이었다. 가게로 들어가려 하니 아직 오픈 전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 10시부터 오픈이었기에 가게 근처 벤치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잠시 멍 때렸다. 오픈 시간이 지난 후 조금 눈치를 보다가 가게로 들어갔다. 연 곳은 편집샵뿐이었고, 카페는 30분 후에 연다고 했다. 카페가 열 시간 동안 느긋히 가게를 구경하기로 했다. 옷들을 쓱 봤고, 정말 멋진 옷을 몇 개 봤지만 가격을 보고 바로 체념하고 향수 디피로 갔다. 인트로가 길었다. 밀러 에 베르토는 여기서 만나게 된다.


4. 바틀디자인:

파리에서도 향수 가게나 편집샵을 자주 갔었기에 아는 향수들이 먼저 보였다. 눈으로 대충 훑어보다가, 이 심플한 바틀을 가진 밀러 에 베르토 향수들을 만나게 된다. 처음 봐서 이탈리아 향수인가? 싶었는데 et (프랑스어의 and)가 들어 있는 것을 보아 프랑스 향수 같았다. 세 단에 꽤 많은 향수들이 디피되어 있었다. 우선 바틀 디자인이 깔끔해서 마음에 들었다. 하나를 집어서 가까이 보니 라벨에 이름과 쓴 노트들이 적혀 있었다. 라벨 디자인은 깔끔했고, 컬러 레이아웃으로 컬렉션을 구분한 것 같았다. 나중에 물어보니 이 컬렉션들은 모두 가격이 같고, 오직 콘셉트와 향료에 의한 구분이었다. 향수는 물론 향이 중요하다지만, 바틀 디자인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브랜드나 향, 컬렉션의 콘셉트를 직관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는 것이 바틀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리드의 여는 느낌도 좋았다.


5. 향수:

제일 먼저 맡아본 향은 menta y menta.

시향지에 뿌려보니 알코올향이 강하지 않고 민트 향이 직관적이었다. 모로코에서 주야장천 마시던 산뜻한 민트티가 연상되었다. 달지 않았고, 그린 한 느낌의 민트. 지금까지 맡아본 민트 향 향수들 중에 가장 매력적인 느낌이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밀러 에 베르토에서 가장 인기 있는 향 중 하나였다. 시트러스 향도 났고, 나는 그린티 어코드도 느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향료는 없었다. 아주 기분 좋은 여름 향수였다. 처음 맡은 향이 menta y menta여서 그런지, 나는 단번에 이 브랜드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다른 향수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지 한참 지나 글을 쓰는 지금도 menta y menta 향수도 같이 샀어야 했다는 생각이 아른거린다.  


이후에 여러 향수들을 시향해보다, 내 마음속에 쏙 들어온 향수를 발견하게 된다. 바로 Tulsivivah!라는 향이다. 발음은 툴씨비바!라고 한다. 밀러 에 베르토는 여행을 다닌 기억들에게 향을 추출해 만드는데, 이 향은 조향사가 인도 여행 중에 방문한 홀리 바질 페스티벌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향이라고 한다. 역시, 탑 노트에서 아주 아름다운 바질 향이 확 느껴졌다. 난 바질 허브 노트를 원래 좋아하는데, 맡아본 향 중에서 바질 노트는 중심으로 쓰이기보다는 다른 시트러스 노트들과 같이 어우러지는 보조 역할을 하는 향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냥 와 푸르른 향이다~ 하고 좀 더 킁킁 대다가 보면 바질도 있었네?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이렇게 바질 향을 메인으로 사용한 향은 처음 맡아보는 것 같았다. 여기서는 라임향인지 시트러스가 바질을 은은하게 지원하는 느낌이 든다. 곧이어 샌달우드와 머스크 향이 같이 느껴진다. 머스크 노트는 없어서 찾아보니, 캐시미어 우드라는 노트였다. 바질은 꽤 빨리 사라지고, 이후 잔향으로는 바질 향이 배어 있는 머스크 우드 향이 남는다. 산뜻하고 깨끗한 향이다. 조향사에게 툴씨비바 축제는 이런 인상이었나 보다. 단점으로는 지속력과 발향력이 세지 않다. 특히 바질향은 집을 나가는 것과 함께 향이 날아가는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나는 주로 머리카락 끝쪽에, 내가 잘 맡을 수 있게 안쪽에 두어 번 뿌리고 집을 나선다. 그러면 남들한테는 몰라도 어느 곳에서나 나는 좋은 향을 맡으며 문득문득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


6. 결론:

이외에도 유니크하고 아름다운 향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밀러 에 베르토는 100ml 바틀만 판매하고 있었고, 난 기내에 100ml 이내의 액체만 반입이 가능한 배낭여행자였다. 더불어 두 개를 살만큼 돈이 넉넉하지도!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툴씨비바! 를 구매했다. 한국이나 파리에서도 menta y menta는 구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툴씨바바는 그렇게 인기 있는 향이 아닌 것 같아서 보일 때 사지 않으면 영영 놓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찾아보니, 한국에서도 maison de parfum seoul’이라는 곳에서 이 브랜드의 향수를 판다. Tulsivivah! 는 품절이지만 menta y menta는 구할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길.) 이후에 나는 항상 이 향수를 들고 다녔다. 학교를 갈 때도, 필하모닉을 들으러 극장에 갈 때도, 센 강의 피크닉을 갈 때도. 향수는 왜인지 내 마음에 드는 향을 고심해서 샀다고 해도 손이 잘 안 가는 것이 안 가기 마련이어서 성공하기 힘든 아이템 중 하나이다. 하지만 툴씨비바는 정말 손이 잘 가는 부담스럽지 않은 향이고, 아마 나는 유럽에서 살던 그 시간들을 계속 이 향으로 기억할 것 같다.  


관심이 생긴 분들을 위해, 광고는 아니지만, miller et bertaux 공식 사이트와 maison de parfum seoul의 사이트 링크를 첨부한다.


https://www.milleretbertaux.com/home-mb.html 


https://www.maisondeparfum.co.kr/shop/goods/goods_brand.php?brand=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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