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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쇠 Aug 10. 2023

남들 다 아는 그런 향수 말고,

짧은 인트로

파리에서 럭셔리 패션과 관련된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은, 럭셔리 브랜드가 파는 것은 옷이 아니라 판타지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가 샤넬, 디올, 에르메스에 비싼 가치를 지불하는 이유는 그들의 옷이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둔 이미지라는 것.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업계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향수 업계이다.


후각은 어느 시점의 기억이나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데에 탁월하다. 그건 비단 향수를 뿌린 본인뿐 아니라, 그 향을 맡는 타인에게도 그러하다. 잘 어우러지는 향수만큼 임팩트 있는 것은 없으니까.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향수를 고르기도 하고, 우리가 추구하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향수를 고르기도 한다. 내가 향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한 병의 향수를 살 때 우리는 그저 향을 사는 것이 아니다. 그 향수를 뿌린 시간 동안만큼은 새로운 누군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사는 것이다.


한국에서부터 향수를 좋아해서 자주 시향을 하러 다녔다. 하지만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니치 향수 브랜드는 꽤 한정적이다. 니치 향수를 좋아한다는 사람들도 딥티크, 조말론, 바이레도, 크리드, 톰포드, 산타마리아노벨라, 르라보가 대부분이다. 물론 나도 상기한 브랜드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 외에도 세상에는 재밌고 정체성이 뚜렷한 퍼퓨머리가 많이 있다. 나는 이 사실을 파리에서 살며 퍼퓨머리를 직접 찾아다니며 알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브런치 시리즈에서는 파리에서 찾은, 내가 사랑하는 향수 브랜드들과 향수들을 소개하고 싶다. 뻔한 향수 브랜드에 질린 향수 덕후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파리의 어느 날

첫 글은 Miller et Bertaux라는 향수 브랜드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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