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의 잠재성을 마을을 향해 펼치도록 유도해야
얼마 전 제주시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 지원단체들과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심사 말미에 스스로를 원주민과 이주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손을 들어 보도록 했다. 30여 명에 달하는 참석자들 중 반 정도는 원주민이었고 반은 이주민이었다. 태어나고 자란 원주민들이야 논란의 여지는 없다. 일부 이주 10년이 넘는 사람 중에는 이주민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고 원주민이라고 생각하는 뜻밖의 사람도 있었다.
그 구분과 무관하게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공통적 요소가 있었다.
"제주에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이주민과 원주민을 가르는 기준은 아니에요. 얼마나 마을 사람들과 소통을 하느냐가 중요한 기준이에요"
각 마을에서 온 여러 사람들이 같은 의견을 보였다. 역시 이곳에서도 핵심 키워드는 소통이었다.
모든 종류의 마을 사업에서 마을 인프라를 만드는 사업을 제외하고는 공통적인 요소가 있다. 이주민들을 어떻게 마을 안으로 포함시켜 원주민과 함께 살아가도록 하느냐다. 굳이 마을 사업이 아니더라도 모든 제주 마을의 주요 관심사항이기도 하다.
불과 1~2년 사이에 이주민의 증가는 제주 마을의 지형을 급격히 변형시켰다. 낯선 사람과 함께 원주민들에게는 익숙지 않은 문화가 함께 들어왔다. 기존의 관계를 깨는 이질적인 상황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개인 소유권을 주장하며 수십 년간 사용돼 온 도로를 막아버리거나 해안 경관을 독 차지하기 위한 건축도 서슴지 않는다. 마을 내에서 이루어지던 행사와 수눌음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으려 한다.
원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익숙지 않은 불편한 관계의 시작이다. 정작 마을 공동의 일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자신들에게 필요한 요구만을 하고 민원만 넣는다는 가시 돋친 말도 꺼낸다.
그러나 또 다른 이면도 있다. 오지랖 넓기로 유명한 동쪽 마을의 한 지인은 조금은 다른 생각을 전해준다.
"이주민중 많은 수는 마을 행사에 참여할 의사가 있으나 어떻게 참여하는 줄 모른다. 마을 대청소날을 우리는 당연히 알고 있지만 그들은 알 방법이 없다. 그들에게 날짜를 알려주면 일부는 멋쩍게 참여하는 이들도 있고 일부는 밥이라도 사 먹으라며 약간의 돈을 내는 사람, 혹은 먹을 거라도 전해주고 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꽤나 많다."
"그들은 이주민이라서 우리와 소통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마을의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이주민의 비율이 50%를 넘는 마을이 늘고 있다. 최소한 30~40%는 족히 되는 마을들이 허다하다. 마을의 젊은이들이 제주시내의 다운타운으로 빠져나가는 사이 이주민들은 제주의 마을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있다.
막연히 바라볼 일은 아니다. 저들은 나와 다르다는 입장을 확인하는 일에 그쳐서는 안된다.
제주의 마을은 공존의 시험대에 놓여있다. 자연자원의 보존과 개발이라는 공존과 함께 원주민과 이질적이고 다양한 문화와 삶의 패턴을 가진 이주민과의 공존이 시험대에 올랐다. 세대 간의 공존이 여기에 덧붙여졌다.
이주민들을 어떻게 제주의 마을에 접목시켜서 공존의 방법을 찾느냐가 중요해졌다. 이것은 행정에서 해야 할 정책의 핵심이기도 하기니와 농촌의 각 마을이 집중해야 할 중요한 가치 이기도 하다.
제주 마을의 가치는 마을마다 다르다. 자연자원일 수도 있고 문화, 역사자원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와 더불어 각자의 마을에 새롭게 몰려들어오는 이들을 기존 마을조직에 잘 편입시키는 일, 이들의 잠재성을 마을을 향해 펼칠 수 있게 만드는 일이 각 마을의 가치를 더 크게 만드는 일이다.
역설적이게도 제주 이주민의 증가는 제주 마을의 가치를 크게 부각할 기회를 주고 있다. 기존의 다양한 자원과 더불어로 이주민을 이끌어내는 작업이 제주 마을의 새로운 가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