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제주 도민에게 로또인가. 이 가능성이 제주라면 ‘YES’다. 서울을 비롯한 육지는 몰라도 제주에서는 한창 진행 중이다.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 내 아파트 한화 ‘꿈에그린’ 청약에 전 제주사회가 들썩였다. 경쟁률 218대 1이라는 전대미문의 청약률이 놀랍다. 제주도의 부동산 열풍이 일반인들의 정서 깊숙이까지 불어닥쳤음을 실감케 해 준다.
그 광풍의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아파트에 당첨되는 순간 최소 2배 이상의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뭐 그 이상이 될 지도 모른다.
도민들이 그 장소를 특별히 선호한다거나 아파트에 대한 절절한 애정으로 청약에 몰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청약자 모두를 부동산 투기라는 이름으로 싸잡아 비판할 상황은 더더욱 아니다. 당첨만 되면 수익보장이 확실한데 자신의 운을 맡겨보는 일은 당연한 선택이다.
부동산 열풍이 제주도민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부동산이 돈이 된다는 것. 도심의 부동산 특히 아파트가 스스로 수익을 만들어낸다는 신화를 믿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청약열풍은 그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일 뿐이다.
반면 이번 청약열풍은 행정이 어느 정도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익히 확인된 부동산 열풍과 분양가와 시세와의 차이를 알면서도 어정쩡한 정책을 취함으로써 전 도민을 로또의 한탕주의에 몰입하게 했다는 생각이다.
아파트에 당첨되면 전매를 통해 앉은 자리에서 수천만 원씩 벌던 시절이 있었다. 전설 같은 이 이야기가 제주의 아파트에도 현실화될 전망이다.
이번에 분양된 아파트는 택지를 공공에서 조성해 원가에 공급하고 민간이 아파트를 지은 민관합동방식의 아파트다. 공공아파트의 성격이 아주 강하다. 공공이 택지를 조성해 원가로 공급했으니 분양가를 낮출 수 있었다. 시세와의 차액은 너무나 눈에 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분양이 이루어질 경우 도민들은 계속해서 청약 로또의 수레바퀴에 뛰어들 것이다.
결국 놓친 것은 무엇인가. 의도는 공공을 위한 아파트를 짓기 위해 토지를 수용하고 원가로 공급하는 명분이었다.
아파트 분양의 목적은 명확했다. 실 소유자에게 낮은 가격에 주택을 공급해서 안정적인 생활터전을 제공한다는 것 아녔던가. 공급가는 낮추었는데 후속조치가 미비하니 전매 등 시세차익에 대한 투기만이 두드러진다. 역할을 다 한 것이 아니다. 일을 하다 만 것이다.
청약 열풍이 당연히 예상된 상황에서 정작 중요한 전매제한을 강화했어야 했다. 1년의 전매제한이라니. 그 전매제한이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의문스럽고 적극 단속하겠다는 의지가 대단한 부동산 정책인 듯 이야기하는 모습은 실효성이 너무 낮다.
아무리 10여 년간 존재하지도 않았던 부동산 정책을 이제야 만들기 시작했다지만 안일함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도 입장에서 분양과 이후에 일어난 일들을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토부와 협의해 요청하면 될 일이다. 이는 특별법을 개정하느니 권한을 가져오느니 하는 레퍼토리와는 전혀 다른 성격이다.
주택의 안정적 공급을 목표로 하려면공공성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공급 위주의 정책에 매달릴 일이 아니다. 부동산 로또에 제주도민을 다 참여시켜놓고 실효성도 없어 보이는 전매권 단속을 운운할 일이 아니다.
공공주택을 위해 개인들의 토지를 수용할 일이라면 그 결과가 수익 나눠먹기식이어서는 안된다.
공공임대정책을 하기로 했으면 좀 더 적극적으로 매진하길 바란다. 국민주택이나 행복주택 등 정부의 정책에 숟가락만 얹으려 하면 안 된다.
기존 주택의 리모델링 사업이든 공동체 주택을 추진하든 서둘러야 한다.
주택시장은 한두 달 만에 결과가 나오지 않지만 심리전의 성격도 매우 강하다. 지금의 속도로는 어림없다.
주택정책은 기회를 놓치면 리셋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전력질주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