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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Apr 29. 2016

개발... 섬과 육지를 바라보는 시각

곽지해변의 해수풀 현장을 바라보는 느낌

육지에서 바라보는 섬과 섬에서 바라보는 육지는 어떻게 다를까.

<제주일보 4월 29일자>


이 상대적인 느낌은 제주 안에서도 주변의 섬을 방문하면 금세 느낄 수 있다. 


송악산에서 바라보는 가파도는 지척 간의 섬이 주는 묘한 여운을 준다. 바다가 분리해 놓은 약간의 동떨어진 느낌. 손에 닿을 듯한 섬. 그래서 아쉬움이 남는 그리움이 있는 섬이다. 그런 섬은 기본적으로 낭만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섬을 찾는지도 모른다.


그 낭만의 끝자락을 붙잡고자 가파도에 갔을 때 보이는 시선은 사뭇 다르다. 송악산과 산방산을 바다 건너로 보는 느낌은 생소하다 못해 오히려 경외감에 더 가깝다. 이곳과는 다른 무엇이 잔뜩 있는 듯한 기대감이라고 할까.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우도와 성산일출봉에서 서로 보는 느낌이나 한림과 비양도의 관계도 비슷하리라. 대체로 섬과 육지가 주는 이미지는 감정의 색다름이 존재한다. 

 

최근 부동산 광풍이 불고 있는 제주도의 건축과 관련해 지인이 이야기를 꺼냈다. 제주 곳곳을 다니다 농촌지역에 짓고 있는 건물 중 건축주가 제주 원주민인지 이주민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있단다.


지인에 따르면 기존에 있던 창고나 옛 집 등을 밀어버리고 새롭게 건물을 올리면 그 주인은 영락없는 제주 원주민이란다. 기존의 제주집이나 창고를 보존한 채 활용하고 내부공사를 중심으로 리모델링하면 이주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듣고 피식 웃음이 났다. 개발에 대한 시각 차이를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개발하고 발전한다는 의미 속에 제주 원주민들의 마음에는 육지의 도시와 비슷해지고 이를 따라가는 것이라는 은연중의 암시가 있는 듯하다. 그동안 도시화가 곧 발전이라는 교육의 효과가 오롯이 남아있는 셈이다. 개발 이데올로기의 승리일까. 


도시화를 통해 옛 것의 불편함에서 벗어나 편리한 생활을 찾는 것 그것이 곧 발전의 목표 이리라. 특히 건축물을 도시풍으로 바꾸는 경우 발전했다는 이미지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반면 제주 이주민들의 머릿속에는 근본적으로 탈도시화가 갖는 낭만에 대한 기대치가 잠재되어 있다고 보인다. 이는 옛것의 불편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과는 다르다. 옛 것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주는 남만적 요소는 간직한 채 도시에서 경험한 편리함 들은 취하고 싶은 마음이 자리한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최근 곽지해변의 해수풀장 건설이 적지 않은 관심과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바다가 이쁘기로 유명한 곽지 해변의 한 가운데를 막고는 도시형 콘크리트 건축물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 생각을 한 사람 역시 영락없는 제주 원주민이겠구나 싶다.

곽지 해안이 유명해지고 많은 사람들이 찾으니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해수풀을 짓겠다는 생각일 게다. 많은 사람들의 방문에 따른 자연스러운 개발의 필요성으로 생각했을 것이고 해수풀 역시 곽지 마을이 발전했다는 결과물로 생각하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김병립 제주시장이 곽지과물해별 해수풀장 조성사업이 관련법을 위반한 사실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이 생각에는 곽지과물해변 주는 자연스러운 해변의 느낌이 없으면 사람들이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이를 추진하는 사람들의 시각에서는 마을 발전을 위한 개발이라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이를 강력히 추진했던 마을 측 인사가 이 계획에 대해 매우 뿌듯하게 생각하고 자신의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바 있다.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행정절차가 적절히 이루어졌는가 하는 문제는 논외로 하자. 무엇보다 제주를 도시풍 건축물로 채우는 것이 개발과 발전이라는 시각이 유지되는 한 곽지과물 해변의 해수풀은 한 가지 예에 불과하다. 자연의 모습을 잃고 생뚱맞은 건축물은 다른 곳에서도 계속 지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상혼만 남은 유흥가나 도시의 유원지처럼 해변이나 명소가 변화하는 게 마을의 발전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면 좋겠다.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제주를 찾는지 그 이유를 좀 더 고민했으면 한다.


가파도에서 바라보는 송악산이나 산방산이 보기 좋다고 해서 가파도에 높은 철탑이나 콘크리트산을 쌓는다고 명소가 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제주를 찾는 것은 도시를 보기 위함이 아니다. 다시 한번 생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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