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근의 시평세평]기존 시스템으로 교통문제 해결? ... 접근법.시각
원희룡 지사가 지난 19일 청와대에 제주공항 복합환승센터 및 연계 교통인프라 구축에 따른 정부지원을 건의했다.
원 지사의 건의 내용 중 “기존 대중교통수단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이 가능한 트램, 자기부상열차 등 녹색교통수단 도입"이 눈에 띈다.
한때 언급됐던 트램, 자기부상열차 등 새로운 교통수단에 대한 논의가 머지않아 수면 위로 오르겠다는 판단이 든다.
제주도의 교통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언급이 필요 없는 수준이다.
도 역시 이를 반영하듯 제주도 전역을 도시교통정비지역으로 지정했다. 교통혼잡 유발이 도심지역 뿐 아니라 읍.면 지역까지 심각하다고 본 것이다. 대중교통개편 실행용역도 진행중이며 올해 상반기 중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뜬금없이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제주도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전기차 보급 계획은 제주도내 자동차 댓수를 줄일 수 있을까?
제주도내 자동차 등록현황은 2105년 12월 말 기준으로 43만5000대를 넘어섰다. 그런데 제주도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전기자동차 중장기 종합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도내 운행중인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그 교체대상 자동차 수는 37만7000대다.
37만대를 바꿔서 100%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공교롭게도 그 계획이 발표됐던 2015년 9월 말 기준 도내 등록된 차량은 42만5425대다.
여기에 화물차와 특수차량과 기 출시된 전기차 1953대를 빼더라도 35만대가 넘는다. 제주도내 차량증가 속도는 전기차 보급 계획을 아는지 모르는지 속절없게 증가하고 있다. 작년 한해 차량증가율은13.25%였으며 이중 승용차 증가율은 15.68%다.
전기차는 교통체증의 문제 해결과는 상관없어 보인다.
조금 지난 이야기지만 지난 3일 ‘도민대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온 이창운 한국교통연구원 원장이 제시한 제주의 교통 인프라 관련 제안이 떠오른다. 그는 제주에 대해 제주 개발의 4개권역을 도로로 연결해서 속도를 내려하지 말고 빠른 전철로 연결하자고 제안했다. 대신 도로는 느리고 안전한(slow & safe) 시스템으로 운영해 ‘느림의 교통수단’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다.
다양한 이슈가 있지만 교통측면에서 볼 때 기존공항과 제2공항을 어떻게 연결하느냐는 중요한 이슈다. 단지 공항간의 연결이 아니라 4개권역을 빠른 전철로 연결하자는 제안도 고려해 볼 사안이다. 확장된 제안을 한 셈이다.
도로는 느리고 안전한(slow & safe) 시스템으로 운영해 ‘느림의 교통수단’으로 활용하자
비용 문제는 잠시 덮어두기로 했다. 광역거리는 이왕이면 빠른 교통편을 이용하면 좋겠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봐도 공항에서 도로를 따라 버스로 이동해 소위 4대권역을 연결하는 일이 빨라질 것 같지 않다. 차량의 증가속도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여타 교통의 간섭을 받지 않는 교통체계를 생각해야 한다.
다른 생각 하나. 도로는 무엇을 하는 것일까.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도로는 언제나 시간 단축을 목표로 한다.
기본 전제는 한 지역과 다른 곳을 얼마나 빨리 연결시켜주느냐에 따라 그 역할의 가치를 평가받는다.
이 와중에 느리고 안전한(slow & safe) 도로라는 개념을 제주도에 도입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제주도에 새로운 도로가 계속 생긴다. 평화로와 번영로가 더 넓혀졌고, 연북로와 애조로도 새로 생겼다. 빠른 연결을 위해서다. 이런 점에서 ‘느리고 안전한‘교통망을 목표로 한다는 개념은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이고,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느림의 교통수단’으로서 도로를 활용하자는 개념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각 지역마다 연결은 빠른 전철시스템을 활용하고 도심이 아닌 나머지 지역의 도로는 관광과 슬로우시티를 실현하며 살아가는 느림의 교통수단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은 제주도가 추구하는 가치와도 어울린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대신 각 거점에서는 자전거를 사용하거나 전기자동차를 활용하는 공유(sharing) 시스템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되새겨 볼만하다.
방콕과 북경 등과 같은 교통지옥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대중교통 분담율이 전국 최저이자 자가용 보유율이 가장 높은 제주도가 교통체계의 불합리성을 지속하면서 인구증가와 도시화에 발맞춰 팽창할 경우 결과는 예상 가능하다. 방콕과 북경 등과 같은 교통지옥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권역별 거점 개발이 현실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통문제에 관해 다른 시각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러 사람들이 자금과 환경, 도내 고용문제 등 다양한 문제제기를 할 것이다.
에너지 차원에서 전기차 보급은 의미 있다. 그러나 원칙적인 자동차 운행의 가능성을 줄여 힐링과 슬로 시티의 섬으로 바꾸는 개념도 함께 가져가면 좋겠다. 교통체계의 발상을 바꾸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한다.
대중교통 체계 개편에는 들어있지 않겠지만 관점의 전환이 제주경제의 창조적 접근을 가능케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재근=제이누리 논설위원]
<2016년 2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