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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Feb 26. 2016

수산대학 유치 실패… 행정의 시각을 바꿔야

                                                                                                                                     

제주도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산하 세계수산대학을 유치하는 데 실패한 것에 대해 도내의 비판이 거세다. 4·13 총선과 맞물려 정치적 이슈로도 비화되는 느낌이다. 세계수산대학 유치 실패가 원 도정의 정치력 감소라는 분석은 물론 중앙절충 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까지 등장했다.

<제주일보 2016년 2월 24일>


그러나 중앙공모의 실패가 도지사의 정치적 위상을 추락시키는 이슈로 평가할 만한 사안인지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기 쉽지 않다.


더구나 이를 안희정(충남지사)·원희룡(제주지사)·서병수(부산시장) 등 3인의 대선 잠룡 간의 대결로 비화시키는 분석과 시각에 이르러서는 다소 어이없음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 붙여 자기에게 유리하게 한다는 의미의 ‘견강부회’라는 말을 종종 쓰지만 한 달 전 갑자기 도내 이슈가 된 수산대학 유치전을 해석하고 이용하는 과정을 보면서 정치 시즌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어찌 보면 수산대학 유치 프로젝트를 애초에 발의하고 이를 해양수산부와 공동으로 작업해 온 부산의 입장에서 만일 이 3파전에서 탈락했다면 그것이야말로 커다란 정치적 실패라고 보는 것이 맞다. 반면 한 달간 준비한 제주도정의 입장에서 유치에 실패한 것은 정상적인 결과였던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이번의 실패를 통해 무엇이 부족한 지에 대한 뼈아픈 반성이 필요한 것이다. 정치적 해석과 다른 방향으로 교훈을 찾아야 한다.


유치 실패를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중앙공모에 실패한 것이 잘한 일일 리야 없지 않은가. 그러나 중앙공모의 실패가 정치적 약발이 다했다거나 안일한 대응과 무능력의 표상으로 낙인찍는 일은 도정을 평가하는 손쉽고 의미 없는 평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 논리대로라면 중앙공모사업에 응모할 때마다 도지사의 정치력은 롤러코스터를 타야 하고 전국적인 지지율 역시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해야 할 판이다.


정치적으로 판단할 일과 행정적 능력 부족 및 미숙은 구분돼야 한다.


내용상 제주의 준비는 한 달에 불과한 시간이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2년 이상 계획단계부터 준비해 온 부산과 경쟁을 하려 했으면 그에 대한 ‘킬러 콘텐츠’를 갖고 칼을 뽑았어야 했다.


수산대학을 유치하는 데 해안에서 10㎞나 떨어진 내륙의 캠퍼스를 제안한다거나 확실한 수산교육연구에 대한 획기적 제안 없이 대응했던 반응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했다.


다른 광역시가 오랫동안 준비한 프로젝트를 엎을 만한 기개를 가졌으면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강한 인상을 줄 수 있거나 경악시킬 카드를 준비했어야 했다.


특히 제주도 공무원의 일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지적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중앙공모를 준비하며 시간의 촉박함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준비했다고 강변할 수 있다. 실제 그랬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이는 행정 자신의 위안은 될 수 있으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부산의 준비기간을 기억하기 바란다. 중앙공모를 위해 주문이 떨어진 업무를 시간이 임박해서야 야근을 하며 열심히 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흔히 일은 ‘열심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행정의 발상 전환을 촉구하고 싶어 진다. 한 프로젝트를 주체적으로 발의하고 중앙정부와 2년 여간 준비해 온 행정의 모습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짧은 시간에도 열심히 했다는 위안이 아니라 2년 전에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꾸준히 중앙정부와 협상해서 결과를 만들어 내는 차이를 이해하기 바랄 뿐이다.


관성이 행정의 중심인 시대가 아니다. 선제적 행동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수산대학 유치전과 평가를 보면서 어떤 프로젝트를 시간 내에 준비한다는 시각이 아니라 일어날 일을 만들어 가는 행정의 중요함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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