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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Mar 16. 2016

정책따로 업무따로 ... '습관성 행정'의 안타까움

사람의 습관과 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기계 인간 중 어느 쪽이 더 복원력이 좋을까.     

3월 17일자 제주일보입니다.


말도 안되는 비교지만 끈질김에 대해 갑작스런 생각이 떠올랐다.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미래에서 온 기계 인간은 아무리 총을 맞고 부서져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 온다. 더구나 자유자재로 변화를 거듭한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오래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다가 '습관'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외관은 다양한 모습이지만 기계인간으로서  '존 코너'라는 미래 인간의 지도자를 죽이기 위한 목적을 위해 임무에 최선을 다한다. 물론 용광로같은 극단적인 외부압력에는 결국  소멸하지만 그 집요함은 보는 이로 하여금 '징하다'는 표현을 생각나게 한다. 그는 목적에 충실하다. 그런 기계인간조차 주인공이 아닌 때문인지 끈기에는 사람을 당해내지 못한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오래 남아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다가 '습관'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타성'이나 '관성'이라는 단어도 일맥상통한다. 자신도 모르게 정해진 시간이 되면 눈을 뜨고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거나 커피를 마신다. 강력한 의지의 개입이 없는 경우 습관은 지극히 자연스럽게 비슷한 행동과 결과를 만들어 낸다.     


얼마 전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비욘힐 리조트에 대해 조건부로 통과 시킨 일을 원희룡 지사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제주가 나아갈 미래비전과 원칙에 어긋난다 이유에서였다.      


또 도시기본계획과 도시관리계획 중간용역결과가 발표됐다. 5년마다 정비되는 도시계획의 내용이 자세하게 담겨져 있었다.     


시가화예정용지 확대, 읍.면 5개지역의 도시지역 편입과 제1종일반주거지역 변경, 준주거지역의 변경 등등 도시화에 따른 불가피한 관리계획의 재정비라는 내용을 담았다.     


원 지사는 이번에도 "행복주택, 공공임대주택, 뉴 스테이 등 제주형 수눌음 주택공급 그리고 올레형 주거단지 조성 등 많은 계획들을 세우고 있는데 이 도시계획 속에 효율적인 도시 공간 활용을 위해 고려해 달라"며 "충분히 새로운 각도에서 검토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사실상 도시계획이 못마땅하니 내용을 수정하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도시계획 용역 발표 다음날 관련 부서의 업무가 마비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시가화예정지구 확대와 규제완화를 예고했으니 그곳에 포함되지 않은 자신들의 땅 역시 풀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는 내용이다. 부동산 가격 인상으로 인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달라는 요구인 셈이다.     


풍성한 비전과 계획에도 불구하고 실무 차원의 계획이 수립되거나 진행에 들어가면 언제나 갸우뚱 하게 하는 대목들이 생긴다. 컨셉이나 정책이 반영되기는 한 것인가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이번 도시계획도 마찬가지다. 도시기본계획은 ‘청정’과 ‘공존’슬로건만 있지 그 결과물은 이해관계자들의 부동산가격 상승을 유발할 요인만 제공할 뿐이었다.  중요 공공정책을 펼쳐나가기 위한 요소나 기대치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도시기본계획은 ‘청정’과 ‘공존’슬로건만 있지 그 결과물은 이해관계자들의 부동산가격 상승을 유발할 요인만 제공할 뿐이었다


블록단위의 계획을 통해 공공택지나 공원확보 등 공공성을 확보하거나 지가상승이 불가피하면 그 상승분을 일부 수용해 공공개발에 투여할 방안 등은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제주가 급격하게 변하고 도시화되는 추세를 막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것을 막아야 하는지 여부와 별개로 도시 계획이라는 것이 기존의 무분별한 흐름을 뒤따라가기만 한다면 도시의 컨셉과 색깔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난개발이 대세라고 해서 그 난개발을 묵인 후 합법화하는 방식이 도시계획이 되어서는 안된다. 도시의 색깔을 넣겠다고 비전과 계획을 세웠으면 실행계획에도 반영이 되어야 한다.


늘 정책적 방향과 실제적인 계획이나 실행이 따로 움직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비전과 방향은 새로운 곳을 향해 달려가자고 하는데 일하는 방식과 결과물은 예전과 큰 변화가 없다. 도민들은 무엇을 보고 변화를 느끼고 혁신을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슬로건이나 구호만을 보면서 업무가 진행되고 있다거나 일의 결과를 판단하지 않는다. 그 슬로건이 구현되는 방식이 제대로 된 컨셉과 방향을 담고 있느냐가 일의 성패를 판단하는 것이다.      


사람의 습관이 바뀌기 쉽지 않듯 행정과 이를 추진하는 방법 역시 그냥 바꿔지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든다. 습관성 행정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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