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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Oct 19. 2016

도시재생, ‘삼인행필유아사<三人行必有我師>’ 단상

 ‘三人行必有我師(삼인행필유아사).’ “세 사람이 같이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논어 술이(述而)편에 실린 잘 알려진 문구다.

어디라도 본 받을 것이 있다는 이 문구가 공교롭게도 제주의 도시재생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도시 재생은 전국적으로 가장 핫한 단어다.

‘마을만들기’, ‘사회적 경제‘에 이어 ‘공유’와 함께 ‘재생’이라는 단어는 단연 사회적 관심의 주요 키워드다. 그래서인가 원도심 재생사업에 대한 관심이 드높다.

다양한 경험을 쌓아온 직원들이 들어오고 직간접으로 원도심과 재생사업에 관련된 분들이 자석에 이끌리듯 모여든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원도심 재생이 갖는 무게가 급격히 커지는 느낌이다. 그러나 도시재생에 대한 개념적 공감대는 아직이다.

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니 소통이 가장 큰 화두가 된다.

소통이 어려운 것은 일견 당연하면서도 그 필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행정이나 관련 단체 입장에서 소통을 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제대로 굴러가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으니 이제 상수가 됐다.

공교롭게도 곤혹스러운 일 중 하나는 소통 부재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소통의 형식보다는 그 결과에 대한 해석이 제 각각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많은 관계자들이 백가쟁명식으로 목소리를 낸다. 그동안 기회가 없었던 다양한 이야기는 물론 각자가 생각하는 재생의 개념을 쏟아낸다.

각자가 생각하는 도시재생의 의미와 해결방법을 다른 사람들이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언론은 주민 의견을 듣지 않은 도시재생 사업계획이라는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일거수 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재생’을 기존의 ‘재개발’과 다름 아닌 개념으로 인식하며 부동산 가격 상승의 기대감을 내비친다. 또 다른 주민들은 재생사업을 통해 그동안 묵혀둔 다양한 민원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을 믿고 욕구분출의 기대로 가득차 있다.

이전에 실패를 경험했던 주민들은 냉소적인 반응으로 눈을 흘긴다.

재생을 둘러싼 각자의 이해도 다르고 해결책의 스펙트럼도 천차만별이다.

고민이 남는다. 주민의 의견을 듣는 것은 당연한 데 어느 선까지 들어야 할까. 그 의견은 진정 주민의 입장을 반영한 것인가. 의견을 듣기만 하고 이를 활성화계획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면 어찌될 것인가.

현실 상황을 공유하는 일은 비교적 쉽다. 반면 개념과 비전을 공유하는 단계로 넘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때로는 자신의 생각과 해결책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은 이제 시작이다. 개념과 비전을 공유하지 못하면 자기 이야기만 하다 말 뿐이다.

최소한 ‘재생’이 ‘재개발’이 아닌 것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방향이 비슷하면 해결책을 함께 도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도심의 현상에 대한 이해는 물론 해결책을 찾기 위한 다양한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에는 이의가 없는 듯하다.

다행히 도시재생대학과 도시재생아카데미 등 주민역량강화를 목표로 한 작은 기회와 다양한 주민모임이 연이어 열린다.

주민모임에서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초대하는 일도 생긴다.

쉽지 않으리라. 그래도 안에서 벌어질 논란이 기대된다.

다른 사람들과의 생각 차이를 알게 되는 것이 시작이기에 그 안에서 벌어질 많은 혼란이 해결책을 찾기 위한 서막으로 보인다.

산만해 보이기조차한 수많은 모임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재 근 /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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