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제주도를 비롯한 전국의 전력소비량이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전력예비율 저하로 인한 블랙아웃의 우려도 나온다.
매년 갱신되는 전력 소비량을 채우기 위해서는 얼마나 새로운 전력생산이 이뤄져야 할까.
야심 차게 진행 중인 제주의 카본프리2030은 잘 진행될까. 제주의 미래를 보장할 듯 한 풍력사업은 순항하며 제주를 에너지 자립도시로 이끌 수 있을까. 잠 못 이루는 한 여름밤을 틈타 의문점들이 부산물로 남는다.
이때만 되면 에너지 절약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제주도청 역시 비데 사용 자제, 불필요한 전등 소등, 엘리베이터 이용 자제 등 '그린 라이프 운동' 등을 추진한다고 한다.
아무리 더위가 맹위를 떨쳐도 입추도 지난 시점에서 더위도 조만간 꺾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또다시 전력 최고치에 대한 우려는 겨울 난방 시즌으로 바통을 넘기게 된다. 폭탄 돌리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해저 케이블을 통해 육지로부터 전기의 일부를 공급받는다. 제주도 자체적으로 전기사용의 최대치를 갱신하지 않더라도 육지에서 전기 수요량이 급증하면 제주도에 대한 전기공급은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제주 전력거래소는 해저연계선 공급량이 줄면 가동이 중단된 한림복합발전 2호기와 제주 G/T 발전기를 돌리는 등 운영 가능한 발전설비를 풀가동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한다. 수요를 따라가기 위한 골육책이다.
제주도는 전력소비량의 9.4%를 신재생에너지 설비로 보급 중이다. 풍력발전이 우선이고 이어 태양광발전설비, 기타 순이다. 이 가운데 2020년까지 풍력발전을 활용해 전력사용량의 50%를 대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도는 태양광이 감귤농사보다 2.6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전기 농사'라는 이름하에 태양광사업을 장려하기도 한다. 고수익 보장이라는 농사의 한 이름으로 접근 중이다.
신재생에너지나 카본프리 아일랜드 실현을 위해 대규모의 자본투자가 끝없이 지속될 전망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신재생 시대나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라는 오래된 산업혁명의 메커니즘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매년 전기사용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면 언제까지 전기 농사로 이를 해결할 수 있을까. 온 섬에 대규모 태양광과 풍력발전시설을 뒤덮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에너지 소비에 대한 대처 방식의 극적인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너무나 당연시 여겨졌던 생활 주변의 에너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시점에 와 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만 에너지 문제를 접근한다면 소비가 계속 느는 한 장기적으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가파도 경우처럼 에너지 자립형 마을을 테스트하는 경우도 있다. 풍력과 태양광으로 50% 이상의 전기를 자체 수급한다고 한다. 그러면 나머지 50%는?
화석연료의 고갈, 지구 온난화 등 목전에 닥친 현실을 고려할 때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해서 더 많이 쓰도록 한다는 논리가 에너지 자립의 기본 바탕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에너지를 생활 전체와 연결시키는 패러다임을 도입해야 한다.
에너지 자립마을과 에너지 전환마을로 성공했다는 일부 마을이나 지역들에서 가전제품을 더 많이 사고 전기세 부담 없이 사용하는 것으로 흘러가서는 안된다.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생산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 원천적으로 전기 사용을 줄이고 그 마저 소규모로 필요한 전기를 생산해서 자립마을로 만들어 가는데 집중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에너지 문제는 에너지 문제만으로는 풀리지 않는다. 이는 쓰레기, 교통, 먹거리,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다층구조 측면에서 전환을 요구한다. 주민생활과 환경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절약하는 것은 물론 재생과도 깊은 연관성이 있다.
극단적인 폭염이 한해만의 문제가 아닐 것처럼 근본적으로 에너지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단순한 전기절약의 방법론 말고 생활의 곳곳에서 소규모 에너지를 만들고 에너지 사용의 최적화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연습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나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제주도 역시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전환의 키워드를 전 영역의 잣대로 제시해야 한다. 그 긴 여정에 첫발을 디뎌야 할 시간이 됐다.
<제주일보> 2016년 8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