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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Jul 21. 2017

젠트리피케이션과 이별파티

성미산마을 작은나무가 문닫는 과정을 바라보며 제주에서

지난 6일 성미산마을로 유명한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이별파티가 열렸다. 공교롭게도 현장에 있지 못했던 나는 지인들이 SNS에 올려놓은 사진들을 보며 그날의 분위기를 상상하고 있었다. 도시재생이라는 이름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 요즘. 그 재생사업에 대한 기대와 달리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적인 현장으로 상가가 문을 다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내가 이 카페를 처음 찾은 게 2007년이다. 그저 마을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사랑방 같은 카페라는 사실만을 듣고는 시간이 될 때 가끔 찾았었다.    

 

그런 시간이 10년이 됐다. 그 카페는 마을에 거주하면서 아는 사람들을 가장 잘 만날 수 있는 장소였고 아이가 여름철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할 때 돈을 미리 지불해 필요할 때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외상도 되는 장소였다.     


학교 이야기를 하기위해 아무 꺼리김 없이 약속장소로 삼을 수 있었던 곳이기도 했다. 자그마한 공연히 있거나 모임이 있을 때 아무 꺼리김  이 그곳에 앉아 그동안 자주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조우할 수 있었던 곳도 이곳 이었다.      


그 카페의 이름은 ’작은나무‘다. 무엇보다 아무런 의욕이 없던 아들에게 마을오케스트라에 참석을 종용하기 위해 지휘자와 함께 아들에게 트렘펫을 배워볼 것을 권유하며 나 역시 평생 처음으로 트럼펫을 배워야겠다고 결심하던 장소도 이곳이었다.     


그저 작은 카페에 불과했을 곳이었지만 성미산마을에 살던 사람들에게는 마을의 관문이자 이정표 역할을 하던 곳이기도 하다.     


제주에 내려오면서 아주 가끔 들러볼 수 밖에 없는 곳이 됐지만 자그마한 그 공간이 시간의 흔적속으로 사라지는 이유는 너무나 아쉬운 대목이다. 마을이 활성화되고 지역상권이 발달함으로써 임대료가 오르고 재개발로 인해 불가피하게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     


건물 외벽에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렸다.     

“행복했습니다     

2008년 주민들의 출자로 문을 연 작은 나무는 2013년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여 지금까지 10년을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함께 했습니다. 10년 동안 가지각색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던 마을주민들의 공간 작은 나무, 그 시간들을 마무리하는 때가 되었습니다.(생략) ”     


작은나무가 있는 건물은 2015년  건물주가 바뀌면서  ’가게를 즉가 비워 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다방면의 협상과 서울시의 중재로 2년간의 임차권리를 보장받고 시간이 뒤로 밀렸다. 새로운 공간을 찾아나섰지만 치솟은 임대료로 2년의 시간이 지나도록 작은나무를 옮겨심을 다른 터전을 구하지 못했다. 그 사이 계약 종료일인 7월 8일이 다가왔다.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면서 또 다른 작은나무를 만들어 가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지역활성화라는 이름하에 결국 임차료만을 올리는 일이 되는 것은 아닐까. 그곳에서 계속해서 장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은 부담을 안기는 작업을 하는 것은 아닐까.      

이별파티에서 출자자들인 주민들이 벽에 걸려있는 출자자 명부를 떼어내고 있다.

아직 뾰족한 해결책을 만들어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서울시 성수동의 예처럼 상생협약을 통해 안정적인 발전모델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경우도 가끔 나오기 시작했다.


제주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을 우려하며 건물주와의 상생협약을 통해 재생사업의 방향을 잡아보자는 논의가 표면화하고 있다. 그 표면화가 결실을 맺을 길이 무엇인지 좀더 구체적인 대응책이 논의되어야 할 때가 됐다. 

지역의 중요한 장소에서 이별파티를 열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제주일보> 2017년 7월 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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