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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Jul 04. 2016

원도심, 도시재생을 바라보는 마음

제주 원도심 활성화의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 원도심을 활성화하기 위한 청사진  관련 용역이 8월이면 마무리된다 한다. 연초부터 관심을 끌었던 사업이 윤곽이 드러나는 느낌이다. 항구도시의 구도심에서 자랐기에 방향에 대한 궁금함이 앞선다. 


원도심 재생사업은 지난 4월 국토부의 근린재생형 신규 지원 대상지역으로 확정됐다. '같이 두드림 다시 올레'라는 사업명으로 원도심 91만m2를 재생하는 마중물사업이다. 5월에는 선정후 국토교통부 제1차 관문 심사(Gateway Review)를 무사히 통과했다.         

 

6월 초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역주민, 전문가 등 20여 명과 함께 관덕정 광장, 서문 광장, 탐라문화광장 등 원도심의 역사. 문화 자원에 대한 현지답사를 마친 바 있다.   


사업이 탄력을 받게 된데다 지사까지 적극성을 띠고 있으니 앞으로 원도심 재생은 많은 힘을 받을 것이 자명하다.   


그러나 원도심 활성화 사업이 관심을 가는 이유는 재생(regeneration)을 모토로 삼았기 때문이다. 20년 가까이 재래시장 활성화와 테마거리 조성 등 도시활성화라는 이름하에 이루어진 부분적인 사업들과 방향이 다르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도시 확장은 시간과 더불어 오래된 주택가와 골목길, 상권의 쇠락 등 개발의 그늘을 고스란히 남겨둔다. 이 결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도시는 오래되고 낡은 주택들을 허물고 새로운 현대식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짓는 재개발 정책을 우선적으로 채택한다. 일반주택과 골목으로 상징되는 구도심을 한데 묶어 하나의 새로운 아파트군으로 재편하는 개발, 이 개발사업에는 하드웨어만 있다. 사람과 문화의 가치는 뒷전이다.     


제주의 원도심 활성화의 방향이 재개발이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도시의 지역 기능 활성화에만 국한되지 않기를 바란다. 도시의 기능적 확대로 발생하는 인구감소, 지역경제의 약화, 주거환경 노후화 등을 극복하고 여기에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역할을 되찾는 작업이 강조되었으면 한다.    

 

그렇다고 문화행사나 예술가로만 가득 채우라는 말이 아니다.  지역 축제만 잔뜩 연다고 될 일도 아니다.    


우선 많은 이들이 즐거웠던 기억으로 간직한 지역의 역사와 기록들이 새롭게 조명되기를 바란다. 현재 추진 중인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을 비롯해 산지천 복원, 칠성로 단장 등 다양한 프로젝트 역시 이를 위한 작업일 것이다.     


그러나 재생의 밑바탕에 사람이 사는 공간의 복원이 우선되길 바란다. 수많은 구도심 문제는 결국 살고 있던 사람들이 새로운 도시로 빠져나가다는데 있다. 도심의 정주여건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다.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살고 싶다는 인식의 전환을 갖도록 해야 한다. 이전의 생활을 복원하는 수준 이상을 기대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다양한 가치와 삶을 원도심에서 새롭게 시험하는 무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원도심의 재생에 인프라 조성계획이 기본이 되겠지만  다양한 형태의  정주여건 마련을 위한 실험의 장을 도입하면 어떨까 싶다.  


우선 제주도가 발표한 공공임대 주택 정책의 다양한 테스트장으로서 원도심에 주거공간을 확보해 나갈 것을 제안하고 싶다. 부동산 광풍으로 청년, 신혼부부, 이주민 등의 거주 여건이 많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공동체 주택 등 다양한 실험을 원도심에서 운영해보기를 바란다. 이는 단순히 도심공간을 되살리는 이상이 될 수 있다. 미래 경제를 창출하는 공간이자 수눌음 정신을 도심에서 확보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제주가 아직은 개발의 여지가 많은 지역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개발을 통한 도시 확장과 재생의 필요성을 동시에 맞고 있기도 하다.   


원도심 재생은 되살리는 것만이 목표가 아니다. 미래발전의 동력을 과거에서 찾는 일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수눌음 정신이 그렇듯 제주적 가치를 새롭게 담을 그릇을 만드는 일로 원도심 재생을 활용하기 바란다. 원도심 재생이 관심을 끄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재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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