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전략계획 설명회를 이유로 구좌읍사무소를 찾았다. 주차장에서 제주시 공무원들을 만났다. 이들은 이날 100마리 이하 소규모 농가의 가금에 대해 수매 도태 처리 중이라고 했다.
쉽게 말해 100마리 이하의 닭과 병아리를 기르는 가구를 찾아 이들을 죽이는 작업 중이라는 이야기다.
“막 태어난 병아리들이 나를 보며 삐약삐약 거리는 모습을 보니 살려 달라고 이야기 하는 듯 들렸다.”
한 공무원의 이야기가 귓가에 남는다. 이야기를 나누며 자그마한 행동의 파장이 얼마나 큰 결과를 남기는가에 대해 생각이 멈춘다.
일명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가 일어날까?’라는 유명한 문장은 이후 나비효과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문장이 되었다. 이는 나비의 작은 날갯짓 하나가 날씨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뜻으로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역사상 수없이 많은 결정적 사건들이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사건 말고 아주 무심히 혹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취한 행동이 빚어낸 극적 결과를 종종 보게 된다.
2014년 세월호 침몰 당시 속옷 차림으로 수많은 학생들을 놔두고 혼자 도망친 선장은 자신의 행동이 빚게 될 결과를 예측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이기심이 300여 명이나 되는 안타까운 죽음과 연관되리라는 점을 인정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시작은 비슷했다. 바레인을 다녀온 1호 발병자는 사우디까지 다녀왔다는 사실을 숨김으로써 수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발생시켰을 뿐 아니라 온 나라를 전염병의 공포에 휩싸이도록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야말로 나비효과다. 이 같은 일들이 잦아들지 않는다. 모든 면의 연관성이 높아지면서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금 온 나라가 조류독감으로 난리다. 이번에도 그 시작은 개인의 작은 이기심에서 시작된 듯하다. 오골계 종계농가의 농장주는 자신이 판매한 오골계 중 30마리가 폐사해 반품을 받았지만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충분히 조류독감의 의심이 가는 데도 말이다.
애월읍의 토종닭 농가로 판매된 오골계 역시 폐사했지만 방역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있다가 키우던 토종닭마저 폐사하자 그제서야 신고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급격히 번진 조류독감으로 제주 내에서만 십수만 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하는 결과를 야기시켰다.
수많은 생명체를 살처분이나 선제적 처분이라는 영혼없는 용어로 너무나 쉽게 죽이는 일들이 언제까지 반복돼야 할지 모를 일이다. 조류독감의 원인과 해결책의 옳고 그름을 논하고자 함이 아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이기적인 판단이 빚어낼 무서운 결과에 대해 생각했으면 한다. 스스로의 작은 행동으로도 온 세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점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순간적인 위기 모면이나 이기심이 만들어내는 큰 파장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사회적으로 재앙수준의 일들의 시작이 아주 사소한 계기였음이 매 순간 드러나고 있다. 너무 아프지 않은가. 사회적 안녕을 위해 선제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사실 이전에 생명을 빼앗는 이유를 제공하는 개인들이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경각심과 강한 책임감을 조금만 더 가졌더라면…누구만을 탓할 일이겠는가.
“직접 살처분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죽은 닭을 담은 푸대를 등에 지고 옮길 때 등 뒤로 전해오는 따스한 온기는 너무 괴롭고 힘들었다”는 한 공무원의 말이 가슴에 계속 남는다.
너무 많은 생명을 사소한 날개 짓으로 빼앗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