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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Oct 03. 2017

사무실 업무에 하나씩 적응하다.

2014년 10월 2일

[편집자 주] 제주에 내려온 지 3년이 됐다. 3년이 지나도록 숨 가쁘게 달려오면서 스스로 제주에 적응할 수 있게 해 준 가장 큰 힘은 역시 제주의 자연일 수밖에 없다. 처음 내려오면서부터 지내온 제주의 자연 이야기와 생활을 다시 들춰본다. 처음에는 어찌 기록해야 할지도 모른 채 무턱대고 다녀온 이야기를 적었다. 그 3년 전부터 지내온 이야기를 이제 다시 꺼낸다.




근무 시작 이틀째. 사무실에서 불가피하게 잠을 청하고 계속해서 선잠을 자며 깼다 잠들었다를 반복. 소파에서 잠을 청하는 일은 생각만큼 편하지도 않지만 아주 못할 만큼 괴롭지도 않다. 아주 오래전에 언론사 편집국에서 익히 경험했던 바이기도 하지만 최근까지 새벽 업무나 날밤까기로 점철된 서울사무소 일이 있어 사무실에서의 밤보내기는 그다지 어렵거나 하지 않다.


다만 외롭다는 사실과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음으로 인한 상대적인 빈곤감이 강해 다른 무엇보다 더 서글프게 내 입장을 대변해 준다. 밤늦도록 제주도의 어디를 가 볼 것인가를 찾고 생각해보다 역시 이곳에 관광하러 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는 의욕을 닫았다. 마구잡이로 다닐 수 있는 자동차가 필요하다. 그러면 좋을텐데. 역시 생각만큼 회사차를 사용하는 일이 여의치 않을 것이란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사실 씻는 일만 감당이 된다면 이 사무실에서 며칠이고 더 보내고 싶었는데 하루 만에 방을 구했다. 가격이 싼 만큼 그에 해당하는 안 좋은 점들이 있다. 5-6만 원 아끼는 금액인 듯싶다.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그 정도는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인터넷이 안된다는 사실. 책상이 없다는 사실. 이를 어쩌지 싶다. 주인에게 요청해봤지만 책상은 이 방의 옵션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단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돈 내고 사줘야 할 놈이 사줄 수 없다면 어쩌겠는가 내가 살 밖에. 젠장 이거야 말로 너무나 아까운 돈이다.


몇 명 안 되는 직원들이 6시가 넘어 퇴근을 해버리고 나면 그때서야 나는 덜컥 현실이 무거운 닷처럼 가슴을 확 짓누른다. 지금부터는 무엇을 하며, 저녁은? 잘 가지도 않던 도시락 집에 가서 저녁을 때우다시피 먹었다. 내일은 살림살이를 준비하러 마트에 좀 가봐야겠다. 차를 빌려 쓰기로 했으니. 그리고 그다음 날 움직여야겠다.


아직까지는 제주도에 온 것이 아니라 유배를 온 느낌이다. 사무실에 적응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인지라 여전히 마음이 앞선다. 아, 예전에는 않이랬는데...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싫은 마음을 알고 있으면서 이 일을 그만뒀고 너무나 잘 알면서 이 업종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 아니던가. 나의 목적과 목표가 무엇인지 정확히 확인 또 확인해야 한다.


그래도 이곳 사무실이 아주 가까워 여차하면 이곳에 와서 작업을 할 수 있을 테니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걸어서 3분 거리에 불과하다. 그 보다는 이제 취재와 편집과 기획을 한꺼번에 진행해야 하는데 그 업무의 로드가 하나씩 내게 오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내가 잘 반응할 일만 남아있다. 조금은 속도를 더 내 볼일이다.

자리가 잡히면 뭔가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안 그러면 심심하다 못해 외로워서 좌절할지도 모를 일이다.


아마도 아무도 없는 타향살이를 한다는 것이 이럴진대 말까지 안 통하는 외국이었다면 느낌이 이보다 더 처절하지 않을까 싶다. 17년 전에 미국에서도 살아본 적이 있지만 이처럼 처절하지는 않았는데 왜 이리 힘들어하는 기분이 들까. 늙었기 때문이라는 뻔한 대답을 알면서도 되묻게 된다. 참, 멍청한 건망증이란 머리만 모르면 좋을 텐데 이럴 때는 몸도 건망증에 휩싸이게 된다.


아, 벌써 가족들이 보고프고 서울이 그립다. 거기에 뭔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마는...


이번 주말에는 어디를 움직여 볼 것인가 찾아보자. 관광이 아닌 탐사의 기분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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